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을까. 며칠 전 납득할 수 없는 재보선 결과를 보면서 참으로 참담하였다.
특정 정당을 싫어하거나 특정인,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아닌 인물이 특정 당이라 하여 당선되는 꼴을 보니, 답답한
마음이었다. 모 후보자의 아들 말이 떠올랐다. 미개한 국민이라는, 그 말 말이다.
우경화, 군사 대국화 움직임을 노골화하는 일본은 독도를 둘러싼 분쟁, 센카쿠 열도와 댜오위다오의 영유권
다툼 등을 통해 동아시아를 긴장 속으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고려할 때 "병자호란은 '과거'가 아닙니다. 어쩌면 지금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현재 일 수 있으며, 결코 '오래된 미래'가 되지 않도록 우리가 반추해야 할 G2시대의 비망록'"일 수
있습니다.
처음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위에 적혀진 요즘의 현실때문이 아니었다. 육아서를 100권 가까이
읽었음에도 육아가 쉬워지기는 커녕 더욱 길을 찾기 어려운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독서 100권이면 인생길이 펼쳐진다는데, 어째서 육아는 계속
산으로 갈까. 이 난관을 헤치고자 펼친 책에서 정말 생각지도 못한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책은 창비의 마케터였고, 출판평론가로 활동중인 한기호씨의 신간이다. 처음에는 독서의 효능에 이야기하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은
전방위 인문학 도입서라고 내 나름대로 이름지었다. 그동안 인문학은 너무나 어렵고 골치아픈 것이라 생각했다. 어째서 옛날 사람들이
했던, 말도 어렵고 문장도 난해한 그런 책들을 읽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을 읽는다고, 뭐가 해결이 되겠는가 싶었다.
9`11이나 3`11, 그리고 세월호 참사 같은 비상 상태나 환경 재해는 권력자의 초법적인 결정을
제어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덕분에 인간은 이성이 마비되면서 감성의 지배를 받는 동물로 전락하다시피 했습니다. ....중략 ....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주로 '인문학'이라 부르는 '교양'을 쌓아야 합니다. 일반 교양은 원래 '리버럴 아트', 즉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학문'이라고 부릅니다. 교양은 어떤 상황에서도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세상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방법론을 담고 있기에 인간성이나 상상력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질의 인맥을 형성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책에서 이 부분을 읽고, 왜 인문학을 배워야하는지 깨달았다. 단언컨데, 이보다 더 명확하게,
인문학을 배워야하는 이유를 설명한 책이 또 있을까? 책 제목만 보고 독서 100권 후 어떤 인생길을 찾을까 고민했던 사람들은 놀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인문학 도입서이다. 책 제목을 잘못 지었을 망정, 책장을 넘기는 수고로움을 가치롭게 하는 책이다. 쉽게, 그리고
현재의 사회를 날카롭게 해석하였다.
MB 정부 5년 동안 '셀프 힐링' 바람이 불었습니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정부 하에서
가속회되는 무한경쟁, 극심한 빈부격차에 시달리며 매일매일 고달픈 삶을 살아온 대중은 기댈 곳을 찾지 못하고 오로지 자기치유에만
매달렸습니다.
투자와 고용을 빌미로 협박을 일삼는 재벌의 손아귀에 들어간 박근혜 정부에 경제를 회복시킬 재주란 없어
보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멀리서 바라보고, 우리가 왜 그렇게 살았는지에 대한 분석을 한 부분이다. 사실 출판업자로서, 저자로서 이러한 정부
비판이 두려운 세상이다. 그럼에도 당당한 목소리로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은 텔레비전에서도 알려주는 뉴스와 숨기는 뉴스가 있는
사회이다. 그만큼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그런데 이렇게 소신있는 저자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다.
저자는 이러한 우리의 사회를 이야기하면 우리가 나아가야할 미래를 위해서는 독서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로 세계는 더욱 불안정해질
것이며, 대체 가능한 인력들이 줄을 서는 사회라고 하였다. 그런 우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식과 판단, 행동이 하나가 된,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되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책이 중요하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전기드릴이 잘 팔리는 상황을 보고 '더욱 성능이 뛰어난 드릴을 팔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엑스퍼트라면
근본적인 것까지 고려해 '고객이 원하는 것은 드릴이 아니라 구멍을 뚫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프로페셔널입니다.
프로페셔널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통찰력을 키워야 합니다. 인간
세상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편집력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컨셉력입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활용해 즉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책이냐가
중요합니다.
이 책은 읽었으면 하는 책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는다. 저자가 중요시하는 편집력이 이 책을 구성하였다. 자신의 목소리도 내지만 여러
책들에서 발췌한 부분이 많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른 책들을 통해 풀어내면서 읽었으면 하는 인문학 도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책
자체가 편집으로 구성된 책이라 볼 수 있다. 마치 저자가 강조하는 '열쇠 책'처럼 말이다.
책을 읽다보면 빛을 발하는 한 권의 책을 만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열쇠 책'(키 북)입니다. 이
열쇠 책을 토대로 최대공약수나 최소공배수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책 말미에 가서야 원하는 분야의 책 100권을 읽으면 할 수 있다, 고 아주 짧게 적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책의 제목만을 보고, 전혀
상상할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한 이 책이지만 인문학 도입서로 참 재미있고 흥미있게 읽었다. 이 책이 나의 인문학 '열쇠 책'이 될 것 같다.
"'역사는 일류사회가 추구해 마지않는
이상의 현실화 가정이다' 강만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