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공을 선택하지 않을 용기 - 자유전공 진로상담 가이드
신철균 지음 / 박영스토리 / 2025년 11월
평점 :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려 본다. "너 뭐 될 거야?", "어느 과 갈 거야?" 이런 질문들이 쏟아지던 때가 있었다. 그 나이 때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게 있던 친구들을 소수였다. 대부분은 수능 준비에, 내신 관리에, 수행평가에 치이면서 정작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를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우리들은 그저 성적에 맞춰, 취업률 좋다는 과에, 부모님이 권하는 전공에 원서를 썼다.
그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전공을 선택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들었더라면, 조금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는 내 아이를 생각하며
이제는 부모가 되어 같은 문제를 다시 마주한다. 지금 고3 아이들은 어떨까? 새벽부터 밤까지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그 시간 속에서, '나의 미래'를 차분히 설계하라는 건 너무 가혹한 요구 아닐까? 자신의 미래는 자신이 설계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우리는 그 당연한 시간을 아이들에게 주지 않는 현실에 살고 있다.
입시라는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성급한 결정이 아니라 '생각할 시간'이다. 내 아이에게는 다른 선택지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자유전공학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전공을 선택하지 않을 용기』는 강원대학교 자유전공학부 신철균 교수가 쓴 책이다. 저자는 중·고교 교사, 교육부 정책보좌관, 대학 교수까지 교육 현장의 모든 영역을 경험하였다. 그래서인지 이론적 설명에 그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책은 다섯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자유전공이 무엇인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학생들은 어떤 고민을 하며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 합격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국내외 대학 사례까지 체계적으로 다룬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실제 자유전공 학생들의 이야기다. "부모가 원하는 전공? 내가 원하는 전공?"이라는 질문 앞에서 흔들리는 학생들, 입학할 때 생각했던 전공을 바꾸게 되는 과정, 소속감에 대한 고민까지. 이런 솔직한 사례들이 자유전공이라는 낯선 제도를 훨씬 가깝게 느끼게 해주었다.
이 책을 통해 몇 가지 오해도 풀렸다. 자유전공은 '전공을 못 정한 학생들이 가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학문을 탐색하며 자신에게 맞는 길을 주체적으로 찾아가는 적극적인 선택이다. 하버드를 비롯한 미국 명문대 대부분이 이미 이런 방식으로 신입생을 선발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불안한 선택'이라고 여겼던 것이 사실은 세계적인 교육의 흐름이었던 것이다.
생각할 시간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으며
이 책은 자유전공을 고민하는 수험생에게 실질적인 가이드이기도 하다. 어떤 대학이 자유전공을 운영하는지, 경쟁률은 어떤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대학 선택 시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까지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다.
"전공을 선택하지 않을 용기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길 위에 서서 스스로의 항로를 그려나가겠다는 고요한 다짐"이라고. 입시의 터널 끝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 더 넓은 바다를 보여주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