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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 철학과 인문학으로부터 업의 본질을 묻고 답하다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 & 미켈 B. 라스무센 지음, 박수철 옮김 / 타임비즈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왜 이렇게 됐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이것이 우리 삶을 대부분을 차지하는 경험, 선택, 결정의 실상이다. 그리고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바는 바로 그 도무지 모르겠는 어떤 영역, 즉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뭔지 모를 잘못됐다는 느낌에 압도돼 있는 당신의 회사가 '나아가야할 바' 올바른 방향타를 쥘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나라는 한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고 평소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돈을 벌고 행복을 추구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기업과 내가 가진 공통점이라 느끼며 말이다. "왜 이렇게 됐는지 도무지 모르겠어." 라는 자조적인 말도 그러하다. 우리가 종종 쓰는 저 문장이, 기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안갯 속을 헤매고 있는 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모든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모두 다를 것이다. 마치 70억의 인구가 각기 다른 70억의 인생을 살아가듯 말이다. 그러한 기업의 미래를 찾는 방법은 과거의 방식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이 대상으로 하는 인간, 그 인간의 행동과 삶을 연구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떤 문제에는 단선적이고 이성적인 접근방법(디폴트적 사고)이 도움이 되지만, 안개속을 항해하는 것과 같이 직진만으로는 더 이상 돌파가 불가능한 도전과제의 경우는 인문과학적 접근법이 더 도움이 된다. 넓은 의미로 인문과학이지만 깊이 들어가면 인간의 행동을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하고 축적해 온 철학, 역사학, 예술, 인류학 등의 학문적 배경을 활용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문제해결법을 일컬어 우리 저자들은 센스메이킹(상황 이해)이라 명명한다.
경영에도 인문학이 필요하다니.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내가 쓰는 핸드폰과 컴퓨터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처음에 아이폰과 맥을 접했을 때는 익숙하지 않은 인터페이스에 어려움이 많았다. 남편은 이게 더 편한 거라며 어서 익숙해져보라고 권했지만 새롭게 무언가를 배워서까지 사용해야할까 싶었다. 특히 맥 컴퓨터는 더욱 그러했다. 한동안 켜보지도 않고 늘 쓰던 노트북으로 작업을 했다.
어느 날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맥을 켜고 이것 저것 눌러 보았다. 남편한테서는 컴퓨터를 켜고, 키보드를 한영으로 바꾸고, 트랙패드 움직이는 것만 배웠기에 할 줄 아는 건 그다지 없었다. 그런데 켜자마자 실행되는 컴퓨터며 무선 키보드와 부드러운 트랙패드. 더욱 빨라진 인터넷 속도에 놀라고 반하고 말았다. 그 뒤로는 몇 개월 넘게 노트북은 켜지도 않았다. 결제와 인터넷 뱅킹 같은 불편함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해결책을 찾지, 다른 컴퓨터를 사용하진 않았다. 그만큼 매력이 넘치는 맥이었다.
사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오랫동안 숙고하고 숙성하는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인간 행동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덧붙여 그에 걸맞는 적절한 훈련과 배경지식, 경험도 필요하다.
우리의 분석 도구는 기존의 경영학이 아닌 '인문과학', 즉 인류학, 사회학, 심리학, 예술, 철학, 문학 등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주목하는 대상은 기존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분석 도구로는 규정하거나 파악하기 어려운, '기업의 미래'라는 미지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양상, 패턴, 경험, 현상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한 컴퓨터, 애플의 맥. 책의 후반부에 애플의 잡스 이야기가 나온다. 하루 아침 어느 순간 탁! 하고 떠오른 생각이 아닌, 인문학을 공부하였던 잡스가 그것을 컴퓨터 공학에 연결한 것이 바로 이 애플 컴퓨터이라는 이야기다. 인간을 중요시 여긴다, 는 애플의 생각이 사용하면서 늘 느껴진다. 다소 불편함이 있어도 존중받고 배려받는 이 컴퓨터에 반하는 것이다. 컴퓨터도, 기업도 결국은 스펙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얼마나 아느냐에 미래가 달려 있는 것이다.
평소 잘 읽지 않는 경영학 책이라 처음에는 낯설고 어려웠다. 디폴트적 사고며 센스메이킹이란 단어는 괜히 주눅들게 하였다. 왠지 이 책은 기업의 리더만 읽어야할 것 같은 느낌도 받고 말이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 수록 기업과 우리는 결국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같은 종족이란 생각이 든다. 기업을 경영하듯이 내 삶을 경영하는 것, 그리고 기업의 미래를 연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우리의 삶을 개척하는 방법이라는 깨달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