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구멍 왕자 사계절 저학년문고 61
김회경 지음, 박정섭 그림 / 사계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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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토스트 가게에 갔었다. 주문을 하고 뒤돌아 서서 벽에 붙은 메뉴판을 구경하고 있는데, 토스트를 만드시던 아주머니가 말씀하셨다. "머리카락이 정말 탐스럽네요."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다. 놀라서 뒤돌아 서니 아주머니가 한번 더 "머리카락이 어쩜 그렇게 풍성해요? 진짜 부럽다." 하시는게 아닌가. 내 머리카락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토스트 가게 아주머니가 처음이었다.



집안 사람들 모두가 머리숱이 풍성하지만, 나는 그중에서도 왕이다. 머리숱 왕. 언제나 미용실에 갈 때마다 미용사 언니들이 놀라 한 마디씩 한다. 어쩜 이렇게 숱이 많나요 스트레이트 약 많이 먹겠네 부터 시작해서 머리 숱 많은데 잘 말리지 않으면 머리에서 쉰내나요 라는 가슴아픈 충고와 내가 20년간 미용일을 했는데 언니 머리숱이 정말 최고야 정말 처음 봤어 하는 아줌마까지 멘트들도 다양하다. 머리 숱을 반 이상 처내야지 파마가 가능하기 때문에 파마는 거의 못해봤고 매번 스트레이트 파마만 한다. 미적인 용도도 아니다. 머리숱도 많은데 곱슬이라서 묶어도 지저분 해보이기 때문에 스트레이트로 머리를 편 다음 머리를 묶기 위해서 이다. 그런 내가, 게다가 여자인 내가 머리숱으로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은 건 당연한 일이다. 



토스트를 우적 우적 씹으면서 집으로 걸어가는 내내 저 토스트 가게 아줌마가 나의 '어때 할머니'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콧구멍 왕자>를 도와주고 용기를 주었던 어때 할머니 말이다. 콧구멍 왕자는 개미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작은 콧구멍을 가지고 있었다. 왕비는 그런 왕자를 못마땅하게 여겼고 늘 숨겼다. 어때 할머니는 왕자에게 누구도 몰랐던 콧구멍의 능력을 알려주었다. 왕자의 콧구멍은 냄새도 엄청 잘 맡고 콧바람도 쎄다. 왕비는 그런 왕자의 재능을 끝까지 못마땅해했다. 



왕자는 궁궐을 떠나 세상을 돌면서 자신이 개미왕자라고 놀림을 받는 것에 상처를 받는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알지만 그것을 당당하게 여기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던 탓일까? 최신 유행 머리를 할 수 없다는 것에 매번 화내고 슬퍼하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그렇게 슬퍼하던 왕자에게 말하는 두꺼비가 나타난다. 두꺼비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는 친구였다. 왕자는 두꺼비가 준 콧피리를 불면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콧구멍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신분을 숨기고 궁궐로 가서 왕비와 왕 앞에서 콧피리를 불게 된다.



내가 가진 이 많은 머리숱의 장점은 무엇일까 생각을 해봐도 여전히 '머리숱이 없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것 밖에 없다. 아무리 토스트 아줌마가 칭찬을 해주셔도 보통의 머리숱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그렇지만 더 이상 콧구멍 왕자처럼 슬퍼하지 않는건, 머리숱이 어떻건 간에 늘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고 머리숱으로 슬퍼하기에는 내가 가진 다른 장점과 매력들이 넘친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컴플렉스에 집착하지 말고 그 외의 장점을 살펴보는 것. 아마 이제는 엄마가 된 내가 왕비와 함께 배워야 할 것이다. 



저자는 저자의 <똥비녀>라는 책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콧구멍이 작다는 컴플렉스로 폭군이 되어간 왕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이 책과 거울책으로 함께 읽어보아야겠다. 누구나 바꾸고 싶은 한 가지가 있다. 그러나 그 한 가지가 때로는 다른 단점을 숨겨주는 방패이기도 하고, 다른 장점을 돋보이게 하는 양념같은 것이라는 걸, 아이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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