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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
앤디 앤드루스 지음, 김미진 옮김 / 36.5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묘한 책이다. 솔직히 <폰더씨의 위대한 하루>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언가... 그런 류의 책들은 항상, 개인이 커다란 어려움을 겪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면 누군가가 나타나 관점을 달리 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가르침을 준다. 그 후 생각을 고친 개인은 뜻밖의 도움을 받게 되고, 역시 생각을 고치길 잘 했어, 하면서 뭐 열심히 살아간다는 그런 이야기지 않은가. 그런 이야기들은, 사회 구조의 불합리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심지어 때로는 개인에게 모두 잘못이 있다는 투로 이야기해서 기분이 나쁘기까지 한다. 사회는 바꿀 수 없으니 개인이나 바꿔라, 이런 느낌도 받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도 처음에는 너무 읽기 힘들었다. 눈에 뻔히 보이는 구조이며 내용이며 전개며... 어느 것 하나 새로울 것 없는 책이었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재미있느냐? 전혀 재밌지도 않았다. 존스라는 무슨 신같은 사람이 나온다. 3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하나 변함없는 모습이며 시계가 없어도 시간을 맞추는 사람이다. 뭔가 초능력이 있는 듯한 사람이었다. 속으로 '뭐 또 이 사람한테 깨달음 얻고 생각 고친다음에 돈이 생기겠지. 그러면서 일이 잘 풀리겠지.' 생각했다. 역시나 그러했다.
이렇게나 투덜거리면서도, 이 책 싫다, 이 책 지루하다 이런 소리를 안하는 것은 정말 묘한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 내가 싫어하는 장르이고, 결말도 뻔한데 자꾸 읽게 된다. 그만 대충 읽고 딴 책 읽어야지 머릿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그게 잘 안된다. 책을 계속 읽게 된다. 무엇때문일까? 계속 읽게 되는 그 매력이 무엇일지. 완독한 후에야 고민해보았다.
아마도 존스, 라는 사람의 매력과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담겨 있다는 것이 클 것이다. 저자인 앤디 앤드루스는 무려 4명의 미국 대통령 앞에서 강연을 한 사람이라 한다. 어떤 배움이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의문이 책을 놓치 못하게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나를 조금 바꾸어 놓은 것 같다. 나도 모르게 힘들 때마다, 관점을 바꾸자, 계속 걷자, 이 말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존스라는 사람이 실제인지, 아니면 허상인지는 저자만이 확실히 알 것이다. 어떤 쪽이든 괜찮다. 세상에 그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지루한 일이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뿅! 하고 나타나 선문답 같은 대답으로 깨달음을 주는 그런 존재가 있다는 것도 하나의 희망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라는 부분에서 스티븐 잡스를 떠올렸다. 나만 그럴까?
다시 시작하게 하는 힘, 그것은 삶에 대한 나의 관점이 변화했을 때 이루어 질 것이다. 여전히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이 별로고, 사회의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고 개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한다 생각하는 주의지만, 이 책이 묘한 매력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힘들 때마다, 그래 지금이 뭔가 성장할 때구나, 생각하는 것은 마냥 투덜대는 것보다 한 발자국 진화한 것 아닐까? 그리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