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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꽃 - 3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 3-1(가) 수록도서 ㅣ 동시 보물창고 2
권태응 동시, 신슬기 그림, 신형건 엮음 / 보물창고 / 2014년 9월
평점 :

감자만 보면 생각나는 시가 있다. 짧고 단순한게 입에 계속 맴도는 시. 권태응 시인의 감자꽃이다. 한번 들으면 누구나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난 시이다. 그래서 전국민이 아는 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이 권태응 시인의 시라는 것은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저 구전되어 오는 시인줄로만 알았다.
권태응 시인은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일본 와세다 대학까지 유학한 수재였다. 일본에서 독립 운동을 하다가 수감되어 퇴학당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33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300여편의 시를 남겼다고 한다. 그 중 30여편의 시를 모아 엮은 책이 바로 보물창고의 <감자꽃>이다.

요즘 한창인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시집 간 누이를 그리는 마음을 읽어본다. 시 전체에 흐르는 그리움의 감정이 느껴진다. 고향으로 돌아간 시인은 농사일도 하고 시도 쓰고 야학도 운영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농촌과 관련된 시들이 참 많았다. 그런데 그게 참 이상하다.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하게 느껴진다.
오볼조볼, 오곤자근 등의 귀여운 말들은 마치 말을 배워 마음껏 이야기하는 아이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떨어진 도토리가 다칠까 걱정하는 시에서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미 낡고 때가 타버린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자꾸만 읽고 읽어도 시인의 동심이 지루하지 않다. 그저 자꾸만 읽고 또 읽고 싶어진다.

시의 맛을 살려주는 그림 또한 너무나 좋았다. 이미 내 핸드폰 배경화면이 된 <탱자>라는 시의 그림이다. 크레파스와 사이펜 등의 여러 재료를 활용해서 시인의 모습 그대로를 나타낸 삽화들이 정말 정감 그 자체였다. 아이가 그렸을까 싶은 의문도 들었다. 그림 그 자체에서 권태응 시인이 느껴졌다.
가을인데, 산들거리는 코스모스는 마음을 움직여 놓는다. 파란 하늘에는 도화지 마냥 그리운 얼굴들만 가득하다. 어떤 시를 그는 또 남겼을까. 자꾸만 하늘 가득 권태응 시인의 시들만 그려진다. 참 좋은 시집을 좋은 계절에 만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