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는 소방차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정말 매트의 소방차 사랑을 알 수 있겠네요. 소방차 자동차는 물론이고 어디서 구했는지 소방관 모자와 소방차 호스, 그리고 마치 소방관 같아 보이는 빨간 모자와 소방복을 입은 곰도 보이네요.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소방차와 장난감이 있다는 건,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답니다. 전, 사실 여자니까요.^^;;
남자 아이들이, 아니지요 어른이 된 남자아이도 자동차를 정말 사랑하지요. 한평생 자동차를 사랑하는 남자들의 마음을 알긴 알지만, 도저히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 저에게 자동차란, 그저 마트 가고, 여행 갈 때 필요한 운송수단일 뿐이에요. 한 대 있으면 됐지 굳이 여러 대가 필요하지 않은,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됐지 멋있을 필요는 없거든요.
이런 무식한 엄마이기에 피터 시스의 자동차 이야기들은 더더욱 놀랍고, 아이를 이해하게 하는 큰 힘이 되었답니다. 오늘은 피터 시스의 <소방차가 되었어>입니다. ^^
얼마나 소방차를 사랑했으면, 소방차가 되었을까요! 빨간 침대가 소방차가 되고 작고 하얀 침대 다리가바퀴가 되었어요. 어느새 빨간 모자를 쓴 매트는 소방차가 되어 슬며시 웃고 있네요. 아마 이 부분은 매트의 상상일 것입니다. 혹은 꿈이거나요. 소방차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렇게 소방차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져 즐거운 상상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요. 그리고 피터 시스는 어떻게 아이들의 이 마음들을 알고 있는 것일까요?
자동차라면 무엇이나 좋아하는 우리 아이도, 이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라구요. 세 살 아이의 눈에 침대가 소방차가 된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던 모양입니다. "어어? 침대가 소방차가 되었네에?" 하며 뒷장을 넘기지도 못하게 하더라구요.
이렇게 아이의 반응을 살피는 일은 참 재미있습니다. 익숙한 것이 낯선 것이 되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며 아이의 머릿속은 지금 요동을 치겠지요. 침대에서 소방차라는 개념 간의 연결을 이어나가는 중이겠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아이의 두뇌는 확장합니다. 상상력도 이러면서 자라는 것이구요.
확실히 피터 시스는 남자아이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소방차와 숫자라니요!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숫자에 관심이 많더라구요. 제 아이도 그렇고요. 숫자의 어떤 부분이 남자아이들을 즐겁게 하는지 몰라도 숫자만 나오면 따라 읽느냐 정신이 없습니다. 특히 이 페이지는 펼치면서 확장되는 부분이에요. 왼쪽 페이지를 열면 아래와 같이 매트가 변한 소방차의 자세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어요. 이 부분만으로도 한동안 충분히 놀더라구요.
숫자를 익히는 일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어요. 서점에 가니 유아용 학습지가 많이 있었어요. 딱딱한 학습지보다는 재미있는 책을 보면서 은근슬쩍~ 개념을 익히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피터 시스가 있으니까요.
매트는 고양이를 구하고, 불도 끄고, 곰돌이도 구합니다. 자세히 배경을 보면 매트는 집에 있습니다. 책장과 소파, 테이블과 고양이 그리고 곰돌이까지 매트가 늘상 보고 곁에 있었던 것들이지요. 자동차에 빠지는 아이들의 시기를 고려했을 때, 아직 이 시기의 아이들은 경험과 생활이 나와 내 주변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익숙한 집에서 그동안 꿈꾸었던 일들을 실현하고 있지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쓴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저 표면적으로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머릿속, 생활, 경험들을 모두 고려해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써야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고민이 있기에 이렇게 사랑받는 그림책이 탄생하는 것이구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그림책은 아이를 깊이 사랑해야만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달리던 매트의 소방차가 급하게 정지를 하네요. 바퀴의 선들과 매트 몸의 기울기를 보면 글에서 나타나지 않은 것들까지 읽혀지네요. 그림이 좋은 그림책일 수록 글밥이 적어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신기한 것이, 아이들은 상상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 그 매개체로 "냄새"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도 맛있는 저녁밥 냄새에 집으로 돌아오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최근에 읽었던 <엄마냄새>라는 책 때문일까요. 냄새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민감한 감각인 듯 해요. 눈을 감고 꿈을 꾸면서도 냄새를 맡으니까요.
전 아침에 이불에 누워서 오늘은 엄마가 뭘 차렸을까 맞추어보곤 했어요. 비릿한 생선구이면 코를 막다가도 훅하고 퍼지는 갓 지은 밥의 냄새가 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밥 주세요, 했지요. 그래서 지금도 아침에 갓 지은 밥 냄새가 나도록 밥은 아침에 한답니다. 냄새일 뿐인데, 참 따뜻한 마음까지 들거든요. 매트에게는 그것이 팬케이크였나봐요.
매트는 아마 저 팬케이크도 씩씩하게 맛있게 먹겠지요. 소방차가 되어 아침부터 고양이도 구하고, 불도 끄고, 곰돌이도 구하느냐 바빴으니까요. 맛있는 팬케이크를 보고 아이는 팬케이크 달라고 조르네요. 아이들은 팬케이크를 소방차만큼 사랑하니까요. 호랑이버터를 듬뿍 넣어 두툼한 팬케이크를 구워서 먹으며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어요. 아마 다시 읽을 때 쯤이면 아이는 어디선가 소방차를 찾아와, 옆에 두고 읽기 시작하겠지요. 행복한 책읽기가 다시 시작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