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가 되었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09
피터 시스 지음 / 시공주니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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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는 소방차를 아주 좋아하는 아이입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림만으로 정말 매트의 소방차 사랑을 알 수 있겠네요. 소방차 자동차는 물론이고 어디서 구했는지 소방관 모자와 소방차 호스, 그리고 마치 소방관 같아 보이는 빨간 모자와 소방복을 입은 곰도 보이네요.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소방차와 장난감이 있다는 건,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답니다. 전, 사실 여자니까요.^^;;

남자 아이들이, 아니지요 어른이 된 남자아이도 자동차를 정말 사랑하지요. 한평생 자동차를 사랑하는 남자들의 마음을 알긴 알지만, 도저히 이해는 되지 않습니다. 저에게 자동차란, 그저 마트 가고, 여행 갈 때 필요한 운송수단일 뿐이에요. 한 대 있으면 됐지 굳이 여러 대가 필요하지 않은, 잘 굴러가기만 하면 됐지 멋있을 필요는 없거든요. 

이런 무식한 엄마이기에 피터 시스의 자동차 이야기들은 더더욱 놀랍고, 아이를 이해하게 하는 큰 힘이 되었답니다. 오늘은 피터 시스의 <소방차가 되었어>입니다. ^^


얼마나 소방차를 사랑했으면, 소방차가 되었을까요! 빨간 침대가 소방차가 되고 작고 하얀 침대 다리가바퀴가 되었어요. 어느새 빨간 모자를 쓴 매트는 소방차가 되어 슬며시 웃고 있네요. 아마 이 부분은 매트의 상상일 것입니다. 혹은 꿈이거나요. 소방차를 좋아한다는 것이 이렇게 소방차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이어져 즐거운 상상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요. 그리고 피터 시스는 어떻게 아이들의 이 마음들을 알고 있는 것일까요?

자동차라면 무엇이나 좋아하는 우리 아이도, 이 장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라구요. 세 살 아이의 눈에 침대가 소방차가 된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던 모양입니다. "어어? 침대가 소방차가 되었네에?" 하며 뒷장을 넘기지도 못하게 하더라구요. 

이렇게 아이의 반응을 살피는 일은 참 재미있습니다. 익숙한 것이 낯선 것이 되어가는 과정을 살펴보며 아이의 머릿속은 지금 요동을 치겠지요. 침대에서 소방차라는 개념 간의 연결을 이어나가는 중이겠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아이의 두뇌는 확장합니다. 상상력도 이러면서 자라는 것이구요. 





확실히 피터 시스는 남자아이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소방차와 숫자라니요!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숫자에 관심이 많더라구요. 제 아이도 그렇고요. 숫자의 어떤 부분이 남자아이들을 즐겁게 하는지 몰라도 숫자만 나오면 따라 읽느냐 정신이 없습니다. 특히 이 페이지는 펼치면서 확장되는 부분이에요. 왼쪽 페이지를 열면 아래와 같이 매트가 변한 소방차의 자세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어요. 이 부분만으로도 한동안 충분히 놀더라구요.

숫자를 익히는 일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어요. 서점에 가니 유아용 학습지가 많이 있었어요. 딱딱한 학습지보다는 재미있는 책을 보면서 은근슬쩍~ 개념을 익히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피터 시스가 있으니까요. 








매트는 고양이를 구하고, 불도 끄고, 곰돌이도 구합니다. 자세히 배경을 보면 매트는 집에 있습니다. 책장과 소파, 테이블과 고양이 그리고 곰돌이까지 매트가 늘상 보고 곁에 있었던 것들이지요. 자동차에 빠지는 아이들의 시기를 고려했을 때, 아직 이 시기의 아이들은 경험과 생활이 나와 내 주변에서 머물러 있습니다. 익숙한 집에서 그동안 꿈꾸었던 일들을 실현하고 있지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을 쓴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아요. 그저 표면적으로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머릿속, 생활, 경험들을 모두 고려해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써야하니까요. 그리고 그런 고민이 있기에 이렇게 사랑받는 그림책이 탄생하는 것이구요.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그림책은 아이를 깊이 사랑해야만 만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맛있는 냄새가 납니다. 달리던 매트의 소방차가 급하게 정지를 하네요. 바퀴의 선들과 매트 몸의 기울기를 보면 글에서 나타나지 않은 것들까지 읽혀지네요. 그림이 좋은 그림책일 수록 글밥이 적어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아요. 

한 가지 신기한 것이, 아이들은 상상에서 현실로 돌아올 때 그 매개체로 "냄새"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서도 맛있는 저녁밥 냄새에 집으로 돌아오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최근에 읽었던 <엄마냄새>라는 책 때문일까요. 냄새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가장 민감한 감각인 듯 해요. 눈을 감고 꿈을 꾸면서도 냄새를 맡으니까요. 

전 아침에 이불에 누워서 오늘은 엄마가 뭘 차렸을까 맞추어보곤 했어요. 비릿한 생선구이면 코를 막다가도 훅하고 퍼지는 갓 지은 밥의 냄새가 나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밥 주세요, 했지요. 그래서 지금도 아침에 갓 지은 밥 냄새가 나도록 밥은 아침에 한답니다. 냄새일 뿐인데, 참 따뜻한 마음까지 들거든요. 매트에게는 그것이 팬케이크였나봐요. 



매트는 아마 저 팬케이크도 씩씩하게 맛있게 먹겠지요. 소방차가 되어 아침부터 고양이도 구하고, 불도 끄고, 곰돌이도 구하느냐 바빴으니까요. 맛있는 팬케이크를 보고 아이는 팬케이크 달라고 조르네요. 아이들은 팬케이크를 소방차만큼 사랑하니까요. 호랑이버터를 듬뿍 넣어 두툼한 팬케이크를 구워서 먹으며 이 책을 다시 읽어야겠어요. 아마 다시 읽을 때 쯤이면 아이는 어디선가 소방차를 찾아와, 옆에 두고 읽기 시작하겠지요. 행복한 책읽기가 다시 시작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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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 EQ 육아를 부탁해 - 최고의 아이로 키우는 월령별 두뇌발달 지침서, 임신부터 36개월
정윤경 지음 / 코코넛(coconut)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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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육아는 그 전보다 쉬워지기도 하고 어려워지기도 한다. 여전히 항상 아이를 주시하고 위험하진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이제는 감기에 걸렸다고 겁을 먹거나 그러진 않다. 밥 한 끼 안 먹어도 그러려니, 조금 다쳐도 그러려니 한다.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어느 정도의 '기능'은 생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에 아이의 정서를 다루는 부분은 나날이 어려워진다. 특히 3살이다보니, 어디까지 훈육을 해야하는 것인지 잘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어떻게 보면 아직도 아기인데, 말하는 것을 보면 자기 생각이 분명히 있다. 혼낸다고 말을 듣는 건 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이렇게 육아를 하다보면 매 순간순간 선택을 해야한다. 혼낼까 말까, 지켜볼까 개입할까. 이럴 때 엄마가 아이와 육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좀 더 수월할 것이다. 어려움이 생길 때, 꺼내 보는 육아책이 바로 <IQ EQ 육아를 부탁해>이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아이의 신체나 기능적인 부분보다는 정서적, 인지적 발달에 관한 조언들이 가득하다. 아동 발달심리학자인 정윤경씨의 글과 리아맘의 사진이 임신 전부터 36개월의 아이들을 위한 정보로 가득하다. 


우리 아이는 27개월이라 그 부분을 가장 먼저 읽었는데, 책에서 권한 놀이가 재미있을 것 같아 가장 먼저 해보았다. 책에서는 보물을 숨긴 지도를 그려서 아이에게 찾아보라 하였지만, 처음이고 어려운 활동같아 이렇게 변경해보았다. 아이에게, 사탕을 숨겼는데 하나는 오디오 아래에 있어, 찾아볼까? 하고 말이다. 아이는 쉽게 찾았고 그 활동에 매우 관심이 있어 보였다. 


또 다른 활동도 있었다. 요즘 학습지를 많이 하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그것보다는 실물로 만져가며 수 개념을 익히면 좋다는 것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접시에 놓고 "엄마 2개 주세요"라고 한다. 이렇게 구체적인 조작을 통해 수를 익히니, 아이도 좋고 나도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지식에 머물지 않고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책>을 목표로 만들었다던, 출판사 대표의 말이 진정성있게 다가왔던 육아책이었다. 예비맘이나 36개월 이전의 골든타임을 보내고 있는 아이와 엄마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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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야! 고마워 - (그림 스티커 포함)
장혜영 글.그림 / 북베베(Bookbebe)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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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묘한 그림책이다. 이야기가 엄청 재미있거나 독특하진 않다. 표지 그림에서 보듯, 감자가 사과에게 고마워 하는 내용이다. 얼굴이 파래져서 부끄러워하는 감자에게 용기를 주는 사과. 전형적으로 교훈적이고 착한 이야기 구조이다. 글 뿐만이 아니다. 그림도 참 신기하다. 이걸 그린 작가가 누굴까 하고 봤더니 저자가 같이 그렸다. 정말로 전문적이지 않은 솜씨이다. 초등학생 중고학년들이 수업시간에 대강 그린 듯한 느낌이다. 그림을 그린 재료도 참 단순하다. 색연필로 보이는 재료 하나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 정말 이상해요. 낡은 느낌이에요, 라고 말할 순 없는 건, 아이가 좋아하기 때문이다.

세살 아이의 눈에는 어떻게 비치는 것인지, 이것보다 더 세련되고 멋진 이야기 책들이 많은데도 이 책을 참 좋아한다. 

저자가 유치원 교사를 하였다고 하니, 아무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와 그림을 제대로 아시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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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씨의 위대한 여름 도란도란 마음 동화 1
안선모 글, 장경혜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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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레인이 나와서 아이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읽다보니, 내가 더 빠져드는 것을 느낀다. 



포씨는 위대한 포크레인이다. 위대한 일을 하고 있다고 자부심을 느끼며 온갖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낸다. 그 과정 중에 새끼 알들을 바닥에 치우는 일쯤은 어쩔 수 없다. 구불구불 유유히 흐르는 강을 똑! 바로 만드는 국가 사업도 했다. 많은 동식물이 사라져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왜냐하면 위대한 일을, 포씨는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위대한 일을 하던 포씨는 멈춰 버리고 말았다. 살아 있는 돼지와 소를 구덩이에 묻는 일이었다.


4대강 사업이라 말하진 않지만 짐작하여 알 수 있는 국가 사업. 요즘 같은 시대에 작가가 괜찮을까 어디 또 끌려가는 거 아냐? 아니면 이 책 사는 사람 추적하는 거 아냐? 하고 남편과 우스갯소리가 아닌 우스갯소리를 하였다. 위대한 일을 한다는 포씨. 포씨와 몇몇만 생각하는 위대한 일들로, 개개비들은 보금자리를 잃고 소와 돼지는 삶을 잃었다.


위대한 일, 좋다. 그런데 마냥 걷다 보면 좋은 곳에 가겠지, 하고 생각하지 말고, 내가 가는 길이 어디인지, 이 길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주위와 방향을 살폈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를 포씨와 포씨의 주인과 그들을 고용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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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문도 - 제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94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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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보니, 그래도 사랑, 이라 적혀 있었다. 그래도 사랑이라. 사랑만큼 낯설고 진부한게 또 있을까 생각했다. 아, 죽음이라던지 자유라던지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은 죄다 낯설고 진부하지. 그래도 사랑이라니, 사랑거부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사랑이라는 말이 자꾸 눈 앞에서 걸렸다.


책장을 펴고 덮은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지만 어쩐지 글이 써지지 않았다. 그래도 사랑이라는 말이 계속 가시처럼 남아, 나처럼 사랑을 거부하는 사람이 이런 글에 대한 답을 쓸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책은 참 재미있게 읽었다. 궁시렁거렸어도 책장을 펴자마자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도 않고 말이다. 그럼에도, 아마 오늘 밤이 없었다면 영영 못쓸뻔 했다.


자다 일어나서 다시 잠들기를 기다렸는데도 눈은 말똥말똥. 하는 수 없이 컴퓨터를 켜는데, 못보던 암호가 걸려있었다. 귀찮다, 정말 이런거 정말 귀찮다, 분명 남편의 짓이다. 생일이라고 진수성찬을 차렸더니 나에게 암호 걸린 컴퓨터를 내놓다니. 짜증이 나면서 남편을 어떻게 깨우나 고민했다. 


그 때, 무심코 눌러본 숫자 네자리. 내 생일도 아니고 남편의 생일은 더더욱 아니었다. 결혼 기념일도 아니고 아이 생일도 아닌 그 숫자는 우리가 처음 사귀기로 한 날짜였다. 피식 웃음이 나면서 뭐 이런 걸 다 기억하나 싶었다. 적당한 연애기간에 적절한 시기에 결혼을 한 우리. 지루할만큼 표준적으로 아이를 가졌고 누가 본다면 모범적인 결혼생활이다. 실상은 정글처럼 물고 물어뜯기며 살아가고 있다. 어떤 날은 차에 기름이 없다는 이유로 싸우고, 다른 날은 대답도 안한다고 폭팔한다. 정말 심심할 틈이 없이, 전혀 모범적이지 않게 살아내고 있는 우리다.


그런데도 0324라니. 그래도 사랑이구나, 싶었다. 지긋지긋하게 버리고 싶어도 함께 살아가는 이유는 그래도 사랑이었다. 책 제목처럼, 델 문도- 이 세상 어딘가에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거야 생각했던 때도 있었다. 돌고 돌아 보니 사랑은 나의 거울이라, 내 자신만큼의 사랑을 되돌려 받는다는 걸 깨달았다. 상처받지 않으려고 무심한 척 했지만 그래도 결국 모든 것은 사랑으로 귀결된다. 암호 걸린 컴퓨터처럼 말이다.


하나 하나의 단편들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사람 같아 안쓰럽고 뭉클하였다. 그래도 가슴이 헛헛하지 않은 건, 그들에게도 모든 것은 단 하나, 사랑이다. 사랑. 참 진부하다. 그럼에도,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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