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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학습법
신의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좋아하는게 있으면 싫어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이 때 싫어하는 것을 파악하되 왜 싫어하는지 그 이유를 아는 것이 굉장이 중요하다. 아이가 무언가를 싫어하는 데는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다. 그 자체가 아이와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아이 스스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그게 아니면 애가 충분히 잘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환경적인 이유 때문에 동기가 안 생겨서 일 수도 있다. 이럴 때는 먼저 그 어려움의 원인을 찾아 없애 주어야 한다. 그것은 학습의 기본 바탕을 마련하는 작업일 뿐더러 내 아이의 성향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그냥 무조건 멈추면 된다. 싫어하는 걸 통해서는 절대 제대로 된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에게는 아이 특유의 사물을 보는 법, 생각하는 법, 느끼는 법이 있다. 그런데 그들의 방법 대신 어른들이 보는 법, 생각하는 법, 느끼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하는 것처럼 분별없는 짓은 없다. 따라서 열살된 아이에게 판단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이에게 6척의 키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 루소, 에밀
아이가 먼저 동기를 갖기 전에 미리 부모들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제공하면 아이는 하고 싶고 되고 싶은게 없는 아이로 성장할 우려가 있다.
- 좋아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자.
-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자.
아이의 계산력이 나날이 늘어가는 걸 보고 순간적으로 갈등했었다. 엄마로서의 욕심이 생긴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학습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다. 나는 아이를 기르는데 있어서만큼은, 철저한 보호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부터건 외부로부터건 성장기의 아이들은 상처받을 여지가 많다. 무언가 견뎌내고 이겨내는 힘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보호라는 것이 단지 내 아이에게 진흙길을 밟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선 안 된다. 제대로 된 보호란 결국 부모로서 똑똑하게 대처하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들은 단순하게 "~하자" "~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나는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그렇게 했을 때 어떤 결과가 예측될지 꼭 물어본다. 그리고 무언가를 하고나서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엔 네가 무슨 생각을 했고, 그렇다면 결과가 이렇게 나와야 하는데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왔니?" 맞고 틀리고는 그저 중요하지 않다. 아이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예측한 다음 그 결과를 실제로 확인하는 작업은 학습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이것이 바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고의 틀'이 되기 때문이다.
실수라는 것은 꼭 '바로잡아서만' 고쳐지는 게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바로잡는 대신 일부러 내버려 두었을 때 예기지 않은 효과가 발생하곤 한다. 그것이 바로 실수를 통한 '피드백' 효과다.
어른들도 그렇지만 아이들의 경우 특히 실수를 통한 피드백 효과가 생각외로 크다. 결과를 미처 예상하지 못하다보니 그 뒤의 상황들이 더 강렬한 인상으로 남기 때문이다.
실생활도 유리되지 않은 학습, '배운 것 따로 생활 따로'가 아닌 학습, 그것은 비단 학습 자체에 대한 효과뿐만 아니라 아이로 하여금 학습에 있어 보다 능동적인 자세를 갖게 한다. 그저 배운 걸로 그치지 않고 스스로 궁리하고 응용함으로써 학습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평생 학습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주체성'과도 직결된다.
새로운 것들을 습득함에 있어, 응용 발전이 가능하도록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시간적 정신적 여유, 나는 그것을 '여백의 미'라 부른다. 아이의 능력이 아무리 뒤어나도 주변의 자극을 받아들이고 제 나름대로 소화시킬 용량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리고 학습량이 그것을 초과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아이 스스로 뭔가를 받아들이고 재미를 느낄 계기마저 앗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