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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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팔래치아 트레일'이라고 해서 미국 동부를 가로지르는 산맥 종주코스가 있는데, 우리로 치면 백두대간쯤 되겠고 약 2100마일, 백두대간의 몇 배 길이로 종주에 최소 3~4개월이 꼬박 소요되는 코스라 합니다.

이 산길을 배불뚝이 여행칼럼니스트와 20여년 동안 거의 교유가 없고 그 사이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진 고교동창이 과감히 도전장을 냅니다.

아마추어 등산가도 못되는 이들이 애팔래치아 트레일에서 갖은 고생과 우여곡절을 겪는데, 장면장면이 개그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한편의 코미디입니다. 개콘과 비교했지만 사실 캐콘의 말장난에 불과한 공허한 헛웃음과는 차원이 다른 희극이 전개되고 그 여행 여정을 옮기는 필자의 입담이 대단합니다.

하늘을 찌르는 나무 숲 사이로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노라면 더불어 숲속에 들어온 듯 머리가 맑아지고 아주 절제되어 표현하고 있지만 자연의 소중함과 국토(미국이지만)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기분 좋게 전해지네요.

또한 더 늦기 전에 나도 훌훌 털어버리고 백두대간이나 최소한 지리산 종주를 나서고 싶은 충동을 불끈불끈 솟아오르게 만드는 책입니다.

주의할 점은, 책을 읽을 때 자주 키득거리게 되므로 될 수 있으면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 읽는 것이 좋습니다. 실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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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증권시장에 가다
존 앨런 파울로스 지음, 이상근 옮김 / 까치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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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주식시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경제학은 물론 기본이겠고, 한발 나아가 수학과 심리학이 필수라는 생각을 해오던 차에 이 책의 제목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그 길로 알라딘에서 목차만 확인하고 주문을 넣었다. 그러나 아뿔싸, 다소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후회감이 든다.

첫째, 저자 자신의 문제 - 저자 존 앨런 파울로스는 수학을 생활에 접목시켜 왕성한 저작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증권분야에 대한 그의 이해와 관심도는 그닥 높은 편이 아니어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르며 매매를 하고 있는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 아카데믹한 차원에서 시장을 접근하고 있다. 하긴 어디까지나 학자니까....

둘째, 번역의 피곤함 - 저자도 초보 투자자 수준인데(주식에만 한정해서) 번역자는 도대체 주식투자를 접해보기는 한걸까? 예를 들면, 개별주식 옵션을 '스톡옵션'이라고 한 챕터에 걸쳐 계속 번역해 놓고 있다. 선물옵션 시장에서 매매되는 상품은 개별주식 옵션이지 '스톡옵션'이 아니다. 스프레드, 스트랭글 등을 '다리벌리기'라고 옮겨 놓고 있는데, 파생 투자자가 보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상의 근본적 한계에 크게 실망하기는 했지만, 좀 마음을 넉넉하게 먹고 보자면 주식시장의 여러 원리와 딜레마들을 수학이라는 학문의 창, 수학적 원리에 입각해 생각해 볼 시간은 충분히 가져볼 수 있는 책이다. 실전 응용, 이런 쪽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책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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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러 가는 길
손수호 지음 / 열화당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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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에 출간되었으니 이미 품절에 들어갔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에 등록된 출판사가 수천개고 한해에 수만권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가운데 읽을 만한 책, 오래 남을 책, 가슴에 메아리를 남기는 책들과 그 책을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이 정도로 잘 정리한 글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먹고사는 일에 치여 책 볼 시간이 없다는 궁색한 변명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 때면, 이 책 아무 페이지나 펴 책과 책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두편이라도 읽어본다. 그것만으로도 책종이 특유의 향기가 묻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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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 2005-08-2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올으신 말씀... 쩝.. 왠만하면 이렇게 좋은 책에는 나온지 오래된 책이여도 책 표지라도 올려주지.. 쩝.. 에고.. 제가 할랍니다.

다움아빠 2005-08-2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표지라도 볼 수 있게 해주면 좋으련만. ^^
 
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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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정해진 시각에 정장을 갖추고서 출근길에 나서야 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이 정말 지겹고 신물이 나면서 나는 늘 도시를 벗어나 자연이 어우러진 생활을 꿈꾸곤 했었다.

그렇다고 귀농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이 귀농이란 말 자체가 맞지 않을 것이고) 현대적 생활은 유지하면서 농촌 또는 자연 환경 속에서 살고 싶다는 꿈쯤 되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얼마나 한심하고 단세포적인 것이었는지를 다시금 느꼈다.

대공황의 끝자락 즈음에서 한 아줌마와 아저씨가 50대의 나이에 미국 동부 버몬트주의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야기. 이 아줌마 아저씨는 나름대로 유복하고 성공적인 도시인이었던 모양인데 상당히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농촌에 터전을 꾸리기 시작한다.

집을 짓고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거기에 채소와 나무와 꽃을 가꾸는 과정은 엄청난 성실함과 관찰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과 정성이 필연적이다. 막연한 도시 일탈이라는 것과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적어도 10년 정도의 장기 계획과 자금력 그리고 건강과 지식을 담보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 이렇게 어렵구나.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그리고 나는 얼마나 지속적인 소비와 인공적인 것들에 이미 깊숙이 중독되어 있는가.

이 부부가 버몬트 숲속에서 지낸 '조화로운 삶'은 진정으로 부럽고 동경스러운 삶이다. 담담하게 그리고 꼼꼼하게 기록된 농촌 정착기는 그 조화로운 삶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되어야 하는가를, 아니 그 이전에 삶의 방식과 태도가 얼마나 달라져야 하는지를 절절히 깨우쳐 준다.

10년 후에는 나도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쯤으로 이주해 조화로운 삶을 뒤늦게나마 시작할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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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장에서 큰돈을 벌어라
사이 하딩 지음, 형선호 옮김 / 사과나무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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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을 큰 시각에서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을 꼽으라면 우라카미 구미오(주식시장 흐름 읽는 법-한국경제신문사 간)의 책과 함께 주저없이 추천할 만한 책. 주식 공부를 다소 했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는 전율할 만한 충격을 받았다. 정확한 데이타를 바탕으로 거침없이 전개되는 저자의 논지는 많은 부분, 주식시장에 관한 일반적인 상식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경제서적, 주식 관련 서적들이 대부분 무척 재미없는데 비해 이 책은 소설 읽는 것 못지않게 재미도 갖추고 있다. 물론, 명심할 점은 미국 주식시장과 우리나라 시장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점이며, 제목을 보고 '큰 돈을 벌기 위해' 이 책을 읽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수십년에 걸친 미국 주식시장의 하락과 상승 기조를 파악하고 각 국면에서 어떤 투자법으로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예리하게 논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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