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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고 통쾌한 교사 비판서
로테 퀸 지음, 조경수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내용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주변 현실을 소재로 한 것이어서 독서가 편하리라고 생각했으나 사실 읽는 내내 상당히 고통스러워 의외로 진도가 잘 안나갔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저자가 워낙 같은 유형의 불만을 반복적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나중에는 지루해지기도 하고 똑같은 잔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구요,

둘째로는, 지금 이시대에 교육이란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실감하면서
학부모, 교사, 학생들이 모두 원하고 합의하는 교육 시스템이란 참 요원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교사들은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첫째 문제야 저자의 개인적 주관적 경험이 워낙 그렇고 교사에 대한 불만이 커서
그리고 차분하고 통찰적인 문제제기보다는 감정적이고 즉자적인 비판(또는 비난)이 앞선 탓입니다.

사실 자질이 부족하고 학생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엷은 교사들은 언제나 어느 나라나 다 존재하고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그런 교사들로부터 받는 마음의 상처나, 교육에서의 방치 현상은
절대로 간과하고 넘어갈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저또한 학창시절을 돌이켜볼 때 교사로부터 따뜻한 관심과 격려를 받은 기억은 가물에 콩나듯하고
체벌과 공포, 무관심하고 비인격적인 취급, 부유한 집 아이들에 대한 은근한 편애
교사직 자체를 스스로 비하하고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사례는 그 몇배로 경험했기에 충분히 저자의 분개에 동감합니다.

아무튼, 문제교사나 수준 이하인 교사를 어떻게 계도하고 진정으로 학생과 교육 자체를 사랑하는
수준 높은 교사 집단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교육정책, 학부모들의 관심과 사회적 촉구가 다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당사자인 교사 내부에서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활발히 연구하고 제출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누구보다 현실과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며 그 개선방안 또한 교사들이 잘 알고 있지 않을까요.

교육주체 모두가 동의하는 해법은 무엇인가?

두번째 문제인 현시대 교육에 대한 각 주체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의 대립 또는 엇박자는 참 쉽지않은 문제입니다. 비판이 적절하려면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이해한 기초 위에서 논지가 전개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저자 개인의 주관적 불만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 내용 일부를 보면,
"학부모인 저자가 보기에, 교사들은 한마디로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데에만 충실할 뿐 정작 의무는 수행하지 않는 ‘철밥통’들이다. 교사들은 교사의 기본 의무이자 가장 중요한 의무인 가르치는 것마저 게을리 한다. 어차피 배울 것인데 괜히 일찍부터 아이에게 공부 스트레스를 줄 필요 없다고 주장하며 철자법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 열린 교육을 지향한다는 미명 하에 무조건 외우는 학습법은 잘못 되었다면서 기초 지식 전달을 소홀히 해 아이들을 점점 바보로 만들고 만다." 

이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저자의 요지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지난 시기의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 대한 저자의 익숙한 사고가 깔려 있습니다. 왜 1학년이 지났는데 철자법을 모르나, 2학년이 다 가도록 구구단을 못외우나
이런 생각이지요.

우리 때는 걍 패면 되었습니다. 못 외우면 남기고 자나 몽둥이로 패고 백번씩 써오라고 숙제를 내고... 만일 저자 로테퀸의 자녀가 이런 대접을 받았다면, 이 아줌마 거품을 물고 학교로 쫓아갔을 것입니다.

조별(모듬) 수업에 대한 불신, 열린 교육에 대한 몰이해도 단단히 한몫을 합니다.
여기에는 학교와 학부모의 책임이 모두 존재한다고 저는 봅니다.

창의성이 주가 되는 현시대에 자율적 학습 태도, 모듬을 통한 협력식 수업,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존중하는 수월성 교육은 절실한 과제입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현재의 공교육은 이를 겉핥기로 도입하고 있을 뿐, 실제로 아이들의 기본 학습을 책임지는 데도 창의성과 수월성을 높이는 데도 모두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차적으로 학교와 교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부모는 지난시기 주입식 교육 때처럼 기본 학습목표 이수는 학교가 알아서 좀 해주기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창의적인 교육과 수월성에 대한 요구는 높습니다.
이러한 교육에는 가정과 학부모의 협력도 절실하지만, 갈수록 경제문제에만 매몰되는 우리 사회에서 학부모가 그러한 협력을 할 시간과 정신적 여유는 없습니다.

저자의 불만은 다음과 같이 표출됩니다.

"이렇게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교사들은 오히려 방과 후에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잘 지도하라는 통지문을 보내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무조건 부모 탓으로 돌린다. 또 심심하면 학교 행사에 학부모들의 참여를 강요하기 일쑤다."

아이들은 보고듣는 것이 워낙 많습니다. 예전과 달리 머리는 있는 대로 커지고 조숙해지며
한자녀 가정에서 성장하고 공동체적 경험이 부족한 가운데 자기중심성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꼭 학교나 선생님만 뭘 가르칠 수 있는 존재도 아니고 주변에 무수한 사교육 및 인터넷 교육 수단들이 널렸습니다.

교사나 학교는 이런 달라진 현실을 발빠르게 수용하면서도 사교육기관과도 경쟁해야 하고
신자유주의로 흔들리고 있는 직업의 안정성과 장래 보장에 대한 개별적 대처를 해나가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저자 로테퀸은 이러한 전반적 문제에 대해 통합적이고 고른 성찰과 비판을 수행하지 못하고
오로지 교사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발칙할지는 모르나 결코 통쾌하지 않으며, '비난'은 많지만 '통쾌한 비판'에는 성공하지 못한 책이라는 게 책장을 덮는 소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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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의 달인 붓다
마이클 로치 지음, 공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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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되기에는 아까운 책.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가공회사 사장이 독실한 불교신자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종교와 회사생활, 경영활동을 통합할까? 기복신앙이 아닌 진정한 종교인이 사업을 한다면 어떤 자세와 방법으로 움직일까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책이다. 일을 열심히 하면서도 자아를 찾기 위한 원의 시간을 갖는 방법론은 일상인들도 적용해볼만 한 명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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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빌 브라이슨 지음, 홍은택 옮김 / 동아일보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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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애팔래치아 트레일'이라고 해서 미국 동부를 가로지르는 산맥 종주코스가 있는데, 우리로 치면 백두대간쯤 되겠고 약 2100마일, 백두대간의 몇 배 길이로 종주에 최소 3~4개월이 꼬박 소요되는 코스라 합니다.

이 산길을 배불뚝이 여행칼럼니스트와 20여년 동안 거의 교유가 없고 그 사이 마약과 알코올 중독에 빠진 고교동창이 과감히 도전장을 냅니다.

아마추어 등산가도 못되는 이들이 애팔래치아 트레일에서 갖은 고생과 우여곡절을 겪는데, 장면장면이 개그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한편의 코미디입니다. 개콘과 비교했지만 사실 캐콘의 말장난에 불과한 공허한 헛웃음과는 차원이 다른 희극이 전개되고 그 여행 여정을 옮기는 필자의 입담이 대단합니다.

하늘을 찌르는 나무 숲 사이로 이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노라면 더불어 숲속에 들어온 듯 머리가 맑아지고 아주 절제되어 표현하고 있지만 자연의 소중함과 국토(미국이지만)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기분 좋게 전해지네요.

또한 더 늦기 전에 나도 훌훌 털어버리고 백두대간이나 최소한 지리산 종주를 나서고 싶은 충동을 불끈불끈 솟아오르게 만드는 책입니다.

주의할 점은, 책을 읽을 때 자주 키득거리게 되므로 될 수 있으면 주위에 사람이 없을 때 읽는 것이 좋습니다. 실없는 사람으로 취급받을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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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증권시장에 가다
존 앨런 파울로스 지음, 이상근 옮김 / 까치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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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주식시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경제학은 물론 기본이겠고, 한발 나아가 수학과 심리학이 필수라는 생각을 해오던 차에 이 책의 제목을 우연히 발견하고는 그 길로 알라딘에서 목차만 확인하고 주문을 넣었다. 그러나 아뿔싸, 다소 성급한 결정이었다는 후회감이 든다.

첫째, 저자 자신의 문제 - 저자 존 앨런 파울로스는 수학을 생활에 접목시켜 왕성한 저작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증권분야에 대한 그의 이해와 관심도는 그닥 높은 편이 아니어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치르며 매매를 하고 있는 주식투자자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 아카데믹한 차원에서 시장을 접근하고 있다. 하긴 어디까지나 학자니까....

둘째, 번역의 피곤함 - 저자도 초보 투자자 수준인데(주식에만 한정해서) 번역자는 도대체 주식투자를 접해보기는 한걸까? 예를 들면, 개별주식 옵션을 '스톡옵션'이라고 한 챕터에 걸쳐 계속 번역해 놓고 있다. 선물옵션 시장에서 매매되는 상품은 개별주식 옵션이지 '스톡옵션'이 아니다. 스프레드, 스트랭글 등을 '다리벌리기'라고 옮겨 놓고 있는데, 파생 투자자가 보면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이상의 근본적 한계에 크게 실망하기는 했지만, 좀 마음을 넉넉하게 먹고 보자면 주식시장의 여러 원리와 딜레마들을 수학이라는 학문의 창, 수학적 원리에 입각해 생각해 볼 시간은 충분히 가져볼 수 있는 책이다. 실전 응용, 이런 쪽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책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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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만나러 가는 길
손수호 지음 / 열화당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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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에 출간되었으니 이미 품절에 들어갔다는 말인가? 대한민국에 등록된 출판사가 수천개고 한해에 수만권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가운데 읽을 만한 책, 오래 남을 책, 가슴에 메아리를 남기는 책들과 그 책을 만든 이들의 이야기를 이 정도로 잘 정리한 글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먹고사는 일에 치여 책 볼 시간이 없다는 궁색한 변명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 때면, 이 책 아무 페이지나 펴 책과 책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두편이라도 읽어본다. 그것만으로도 책종이 특유의 향기가 묻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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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 2005-08-2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올으신 말씀... 쩝.. 왠만하면 이렇게 좋은 책에는 나온지 오래된 책이여도 책 표지라도 올려주지.. 쩝.. 에고.. 제가 할랍니다.

다움아빠 2005-08-2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표지라도 볼 수 있게 해주면 좋으련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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