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로운 삶
헬렌 니어링 외 지음, 류시화 옮김 / 보리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각에 정장을 갖추고서 출근길에 나서야 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활이 정말 지겹고 신물이 나면서 나는 늘 도시를 벗어나 자연이 어우러진 생활을 꿈꾸곤 했었다.

그렇다고 귀농을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도시에서 태어난 사람이 귀농이란 말 자체가 맞지 않을 것이고) 현대적 생활은 유지하면서 농촌 또는 자연 환경 속에서 살고 싶다는 꿈쯤 되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얼마나 한심하고 단세포적인 것이었는지를 다시금 느꼈다.

대공황의 끝자락 즈음에서 한 아줌마와 아저씨가 50대의 나이에 미국 동부 버몬트주의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긴 이야기. 이 아줌마 아저씨는 나름대로 유복하고 성공적인 도시인이었던 모양인데 상당히 체계적인 준비를 하고 농촌에 터전을 꾸리기 시작한다.

집을 짓고 땅을 기름지게 만들고 거기에 채소와 나무와 꽃을 가꾸는 과정은 엄청난 성실함과 관찰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과 정성이 필연적이다. 막연한 도시 일탈이라는 것과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적어도 10년 정도의 장기 계획과 자금력 그리고 건강과 지식을 담보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 이렇게 어렵구나. 자연속에서 살아가는 일이란. 그리고 나는 얼마나 지속적인 소비와 인공적인 것들에 이미 깊숙이 중독되어 있는가.

이 부부가 버몬트 숲속에서 지낸 '조화로운 삶'은 진정으로 부럽고 동경스러운 삶이다. 담담하게 그리고 꼼꼼하게 기록된 농촌 정착기는 그 조화로운 삶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되어야 하는가를, 아니 그 이전에 삶의 방식과 태도가 얼마나 달라져야 하는지를 절절히 깨우쳐 준다.

10년 후에는 나도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쯤으로 이주해 조화로운 삶을 뒤늦게나마 시작할 수 있을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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