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알라딘 서재를 떠나있었다.

서재 활동 전부터 이용하던 블로그가 있었는데, 알라딘에 도서 리뷰를 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블로그와 알라딘 서재 활동을 병행하다가 TTB란 것이 생겨나면서 서재활동을 접고 개인 블로그만 했었다. 사실 서재 활동이라고 해도 많이 활발한 편은 아니었기에 떠나고 말고도 없었지만, 어쨌거나 알라딘에 직접적으로 리뷰를 올리지 않은 때부터 발길이 뜸해진 것은 사실이다. 자주 가던 서재 빼고는 내 서재조차 들어오는 일이 별로 없었다. 그러던 것이 물만두님의 부고 소식을 들은 뒤로 차츰 다시 발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내 서재활동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준 분이 두 분 있는데, 그 중의 한 분이 물만두님이셨다. 나 말고도 많은 분들이 물만두님의 따뜻한 환대와 관심에 힘입어 서재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니, 서재인들에게는 참 커다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블로그 활동을 10여 년간 하다보니 오프라인 지인 중에도 내 블로그를 아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처음에는 한 두명 뿐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블로그가 발각(?)되어버려 본의아니게 피해를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히 친척이 알 경우에 그 피해가 가장 심각했는데, 가령 블로그에 '술먹고 넘어져서 (자가진단) 전치 3주 부상'이라는 글을 써놨더니 사촌동생이 그걸 자기 엄마한테 말하고, 그 이야기가 울 엄마 귀에까지 들어가서 "너는 처신을 어떻게 하고 다니길래 그런 일을 겪은데다 그 사실을 나보다 이모가 더 잘 아냐?"고 대박 혼났다는 뭐 그런 이야기? 물론 이 밖에도 더 있지만 생략.

 

블로그를 옮기고 주소를 바꾸는 일도 해보았지만, 닉네임까지 완전히 바꾸거나 이미 올려진 글들을 몽땅 포기하지 않는한 검색하면 다 걸리는 온라인의 세계에 살고 있는지라 별 소용이 없더라. 그러는 동안 블로그에 대한 애정은 점점 식어가고, 글을 올려도 최대한 개인신상에 관한 건 걸러내게 되었다. 근데 이게 은근히 스트레스인 게, 자기검열이란 걸 자꾸 하다보면 생각의 폭을 줄이게 된다. 개인적인 내용만 안 쓰면 되지 싶지만, 일상 얘기 꺼내놓으면서 블로그 이웃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게 소소한 행복인 나로서는 그게 제대로 안 되니까 이만저만 스트레스가 아닌 게지. 그게 영향을 준 탓인지, 리뷰도 안 써지고(말 그대로 글이 안 써짐;) 블로그는 황폐화되어가는 중...

 

그래도 어딘가 내 이야기 할 곳은 필요하다. 혹자는 '일기장에 쓰면 되지'라고 쉽게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전혀 다른 성격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이란 공간에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건, 미처 깨닫지 못하는 외로움과 누군가는 자기를 알아봐주었으면 하는 작은 욕망의 표현이 아닐까. 일면식 없는 사람일지라도 소통하고 싶고 위로받고 싶은 아주 본능적인 욕구 말이다. 하지만 그 소통이 깊어지면 어쩐지 두려워지지. 그래서 나는 이리도 떠돌아다니는가. 겁쟁이.

 

그런 관계로, 한때나마 활동을 하였던 서재에 다시 둥지를 틀까 어쩔까 생각을 하면서 기웃거리는데, 어제 오늘 저작권법으로 알라딘 마을이 시끌시끌 하다. 나야 타블로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한참 전에 겪었던 일이라 전혀 새삼스럽지 않은데, 여긴 아무래도 책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리뷰가 주로 올라오는 곳이고, 예전에 있었던 '스크랩'기능(정확한 명칭이 생각이 안나네..;)이 아직 익숙한 데라 그런지 더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것 같다.(그래도 막무가내로 흥분하는 글보다는 차분하게 저작권법을 공부한다든가, 차근차근 대안이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글이 많아서 보기 좋다) 하긴 그동안의 알라딘 마을은 알라딘 내에서만 소소하게 즐기는 다분히 폐쇄적인 곳이었지만, 지금은 열린 공간을 추구하다보니 이런 식으로 바깥에서 제재를 가하는 게 당연하면서도 더 크게 와닿는 것이겠지.

 

아무튼 결국은 여기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으니, 앞으로도 종종 이 서재에 글을 올리게 될 것 같다. 책에 관한 아주 사소한 이야기들을 편안하게 올릴 때 서재만한 게 없기도 하고. 이러다 또 언제 글들 다 비공개로 돌리고 휙 떠날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다시 가동하기로 한다. 물론 블로그는 블로그대로 반 방치상태로 열어두겠지. 생각해보니 결국은 소심함과 게으름이 문제로구나 싶다. 음, 부지런한 대인배의 길은 멀구나.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신지 2012-01-21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낯선 닉네임인데 왜 즐겨찾기가 되어 있을까;;;아마 예전에 제가 좋았던 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반갑습니다. 다소님.^^(저 활동은 잘 안 하지만 이런 글 반갑고 좋습니다.)

다소 2012-01-21 10:3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괜히 맘이 따뜻해지네요. 자주 뵈면 좋겠어요.^^

가넷 2012-01-24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뵙네요 ㅎㅎ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다소 2012-01-24 23:00   좋아요 0 | URL
네 오랜만이에요. :-) 가넷님도 복 많이 받으세요. ^^

2012-02-22 2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2-28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호측 증인]의 판권 정보를 찾아보면,

"BENGO GAWA NO SHONIN" by Kimiko Koizumi
Copyright ⓒ Soichiro Sugiyama 2009
All rights reserved.

라고 씌어져 있다.

언뜻 보면 이 책의 원저가 2009년에 발표된 걸로 착각할 수 있는데, 사실 [변호측 증인]의 첫 출간은 1963년이다.(2009년은 복간된 해). 이 책은 1963년 당시, 작가가 올 요미모노(オ-ル讀物)의 '미스터리 신인상'에  응모하였던 작품인데, 입선은 실패했지만 심사위원이었던 다카기 아키미쓰의 추천에 힘입어 문예문춘에서 단행본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 후, 1985년 사고사로 작가가 죽게 되고 여차저차 해서 절판이 된 모양인데, 일본 추리 소설 마니아들에게는 고전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었나보다. 2009년, 46년 만에 복간된 이 작품이 순식간에 20만부가 넘게 팔린 것을 보면 말이다. 경험상 꽤 괜찮은 책이 절판되어 쉽게 접할 수 없게 되면 그 가치는 원래보다 훨씬 높게 매겨진다. 이 책도 그런 유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그렇다 해도 복간소설이 20만부가 넘게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저력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쨌든 덕분에 국내에도 출간이 되었고, 위와 같은 뒷 이야기 덕분에 궁금증이 인 나는 오랜만에 일본 추리 소설을 사 보았다.

반전이 기가 막히다는 세간의 평가가 이 책의 판매부수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텐데, 나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디 얼마나 대단한가 보자'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서 제법 머리를 굴렸다. 결론은 안타깝게도 '영락없이 당했다'라고 할 수 있다. 나야 당했지만 요즘은 워낙 서술 트릭 소설이 많아서 추리 소설 좀 읽은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발표된 지 오래되어 그런지 서술방식에서는 세월이 느껴지고, 사건이 일어나기 전 상황을 묘사하는 부분이나 과거 현재 교차 서술방식은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깔끔한 뒷맛이다.

개인적으로 서술트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종의 꼼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술 트릭 소설은 읽고 나면 허무하다. 실컷 인물과 사건에 집중했는데 결말로 가면 그런 것들은 흐지부지 되고, 단지 '서술적 속임수'만이 부각되는 경우를 많이 봐서이다. 심한 경우는 '이거 독자 기만 아냐?' 싶은 소설도 있었는데, 아무튼 [변호측 증인]은 그런 서술 트릭 치고 상당히 깔끔한 마무리를 보여준다. 작품 해설을 쓴 미치오 슈스케의 말대로 소설 전반에 깔린 밑그림이 정교하고, 마무리에 제법 많은 양을 할애하여 사건을 제대로 끝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막판에 짠-하고 터뜨리면서 '너네 속았지? 속았지?' 약 올리는 게 아니어서 좋았다는 게 가장 솔직한 평. 

비장하게 터뜨리는 반전이라기보다 덤덤하게 툭 던지는 트릭의 묘미는 일순 '내가 처음부터 책을 잘못 읽었나?'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 즉, 속았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내가 잘못 읽었나?'라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는 말이다. 반전 소설임을 알고 읽었는데도 그걸 인식하지 못해 한동안 멍했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던 그 때, 생각했다. '아 이거구나! 누쿠이 도쿠로가 '반드시 속는다'고 말한 의미가...' 마치 두 번 속은 그 느낌이 신선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반전은 아닌데, 전혀 예상치 못한 종류라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발표된 연도를 생각하면 더욱. 그래서 많은 올드 팬들이 이 소설의 절판을 아쉬워 했고, 복간 당시 그렇게나 돌풍을 일으킨 게 아닐까. 

미치오 슈스케는 이 책이 복간되었을 때 나만의 비밀 장소가 공개된 것 같은 아쉬움을 느꼈다고 했다. 좋으면서도 아쉬운 그 느낌이 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가질 수 없을 때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 경우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가 그랬는데, 절판된 뒤 어렵사리 구해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과 환희는 현재 복간되어 엄청나게 할인된 값에 팔리는 게 화가 날 정도다. 미치오 슈스케도 그랬겠지.

앞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는 고전이니 전설이니 레전드니 하는 말에 집착 말고 가볍게 읽었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다 읽은 뒤, 얼마나 탄탄하게 트릭의 '밑그림'을 그렸는지 더듬어 보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작가가 어떻게 독자의 사각지대를 확보해서 그 영역을 넓혀가는지, 중간중간 어떤 힌트를 주는지,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를 하는지 봄으로써 서술 트릭을 복기하는 게 이 소설의 현명한 독서법이 아닐런지. 이 소설은 반드시 두 번 읽게 된다는 평을 어디선가 보았다. 어쩌면 두 번 읽을 때 진정한 가치가 있는 소설인지도 모른다. 나 역시 한 번 더 읽으며 소설의 재미를 다시금 느껴본다.



덧, 판권 정보 보다가 'copyright'에 '스기야마 소이치로'라고 씌어 있길래 구글 검색해봤더니, 고이즈미 기미코의 옛 성이 '스기야마'라고 한다. 작가가 죽었으니 복간된 후의 저작권료는 상속인에게 지급될 텐데, 스기야마 소이치로와 작가의 관계가 뭔지는 모르겠다. 고이즈미 기미코의 이혼 후 어머니의 옛 성을 따른 아들인가?!? 괜히 이런 거 궁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다 읽은 뒤, 트릭과 복선을 다시 한번 복기할 때 진정한 가치가 드러나는 소설, 한 10년만 더 먼저 복간되어 우리나라에 출간되었다면 훨씬 더 신선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두껍지만 재기발랄한 글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 아무 페이지부터 읽어도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인 에어 - 하 열린책들 세계문학 166
샬럿 브론테 지음, 이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핏 똑같은 것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상,하권 표지의 배경이 다르다. 이것도 묘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