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눈에 보이지 않던 한 남자가 미국에 왔다. 그는 3년 반이나 숨어 있었다. 주로 숲이었지만 빈틈이나 지하실, 구멍에도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것도 끝났다. 러시아 탱크가 몰려들었다. 6개월 동안 난민 캠프에서 지내던 중에 미국에서 열쇠장이로 일한다는 육촌형 소식을 들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알고 있던 영어 단어를 외웠다. "Knee, Elbow, Ear."  마침내 그의 서류가 통과되었다. 기차를 타고 또 배로 갈아타고 일주일 후에 뉴욕 항에 도착했다. 11월의 추운 날이었다. 그의 손안에는 소녀의 주소가 적힌 쪽지가 접혀 있었다. 그날 밤 육촌형네 방바닥에서 자다가 깨어났다. 난방기가 윙윙거리며 돌았다. 온기가 고마웠다. 아침에 형이 브루클린까지 지하철로 가는 방법을 세 번이나 설명해 주었다. 장미 한 다발을 샀지만 그만 시들고 말았다. 형이 세번이나 설명해 주었건만 길을 잃었던 것이다. 마침내 집을 찾았다. 초인종을 누를 때 미리 전화를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문을 열었다. 파란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있었다. 이웃집에서 야구경기 방송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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