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플라워
짐 자무쉬 감독, 빌 머레이 외 출연 / 스타맥스 / 2006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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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늙은 여배우들의 모습이다. 줄리 델피, 샤론 스톤, 제시카 랭 등 한 세대를 풍미했던 여배우들은 주름 가득한 초췌한 얼굴로 관객을 마주한다. 물론 상대역인 빌 머레이도 만만치 않다. 한 가지 표정만으로 영화판을 휘어잡았다는 말 그대로 빌 머레이는 인생의 근심을 모두 짊어진 지친 표정 하나 만으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그럼에도 영화는 잘 굴러간다. 운명적인 종결점을 향해 뚜벅뚜벅 잘도 걸어간다.

이 영화는 어찌 보면 그 유명한 '천국보다 낯선'의 21세기 버전이기도 하다. 천국보다 낯선에서 반복되었던 단절과 무의미는 이 영화에서 유사하게 나타난다. 검은 막이 장면을 나누는 그 순간 보는 이는 한숨을 쉬거나 생각에 잠기게 된다. 물론 한숨과 생각의 의미는 명확하지 않다. 꼬집어 말하기에는 너무도 미묘한 감정들이기 때문에.

단 하나의 편지가 20년간 안온하게 살아왔던 남자를 뒤흔든다. 남자는 잊고 살아왔던, 혹은 외면하며 살아왔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고통이다. 빌 머레이가 주먹질을 당할 때 나는 고통이란 몇 십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괴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잔잔한 일상은 괴물이다. 조스다. 언제 튀어나와 사람을 물어버릴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에 맞서기란 불가능하다. 나는 괴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므로.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얻어 터져 시퍼렇게 부은 눈으로 일상에 회귀한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모든 것은 그대로이다. 변한 것은 마음뿐이다. 부은 눈은 가라않겠지만 흔들린 마음이 제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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