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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박사는 에나쓰를, 루트는 신조를 사랑한다. 에나쓰, 206승을 거둔 대투수지만 팀과 화합하지는 못했다. 결국 그는 한신을 떠나 여러 팀을 전전하게 된다. 신조, 90년대 한신의 대표적 타자였던 그는 화려하게 메이저 리그로 진출한다. 물론 지금은 다시 귀환했지만 어쨌든 국민적 성원을 받으며 떠난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박사와 루트의 차이점이다. 박사는 흘러간 과거, 혹은 시대와의 불화가 어울리며 루트는 새로운 세대, 깔끔한 미래가 어울린다. 그것이 다라면 그들은 결코 어울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남은 결정적 사실이 그들을 친구로 만든다. 그 둘 모두가 한신의 팬이라는 사실.
한신이 어떤 팀인가? 50년이 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단 한 차례의 우승밖에 차지하지 못한 팀이다. 작년 호시노 감독이 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을 때 전 오사카가 떠들썩했던 데는 그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왕정치가 이끄는 다이에에 져서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오사카, 그 이유도 있겠다. 도쿄에 밀리는 2인자의 대명사 오사카.
한신, 그리고 오사카의 이미지는 박사와 루트를 하나로 묶는 연결 고리다. 동세대도 아니면서 그들은 함께 라디오를 들으며 환호하고 탄식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80분밖에 되지않는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실제로는 그들은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으므로, 에나쓰가 영원히 한신에 머무를 수 없듯이. 야구란, 수학이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불가능한 수치의 놀음들, 허상들, 괜한 미련과 함성들.
어릴 적 라디오로 듣던 야구 중계가 생각난다. 박노준, 김건우, 성준. 그 때 그들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