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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때론 리뷰가 무의미한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을 놓고 문학성이 어떻느니, 문체가 어떻느니 하는 것보다 무의미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거야 말로 삼미슈퍼 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무시하는 처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리뷰를 남기고 싶은 심정을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 소설을 읽고는 도저히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관성 때문이라고나 할까.
내용에 대해서 군말 보태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매일매일이 휴일인 세상을 꿈꾸는 주인공의 심정이 이 작품의 모든 것을 대변한다, 고 나는 생각한다. 주제도, 설정도 좋다. 80년대 학번의 잃어버린 무엇을 자극하기에는 최적의 작품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나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우리는 80년대를 너무 쉽게 팔아먹는 것은 아닌가 하는. 그 시절의 고민보다 추억들이 압도하는 세태가 의미하는 바는 과연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고민 따위는 지겹도록 많이 했으니 이제 그만 하는 심정인지도 모르겠다. 고민 따위 해봤자 해결도 못하고 그래봤자 얻는 것이라고는 더 지지고 볶는 것뿐이니 그만하고 추억에 잠기고, 처사의 꿈이나 갖고 살자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 때문인지 소설은 중반을 지나면서 구조적으로 많이 흔들린다. 거대한 농담 비슷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어 가는 것이다. 어차피 진지함은 이 작품의 미덕이 아닐테지만 그래도 자꾸 아쉬운, 내 과거를 단순화하여 바라보는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