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담 - 구니오와 미나에의 문학편지
쓰지 구니오·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김춘미 옮김 / 현대문학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리 달가운 책이 아니다. 톨스토이, 노신, 스탕달 등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들의 필담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그 책들이 사고 싶어지니 말이다. 내 귓가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두 작가의 은밀한 목소리는 나를 추억에 젖게 만들고,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한 번 열어보게 만든다. 이 책의 매력은 두 사람의 박식함보다는 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소설에 대한 애정에 있는 것 같다. 두 사람은 마치 소꼽동무들처럼 자신들이 읽었던 책들을 솜씨좋게 우리 앞에 내놓는다. 그것들은 격식을 갖춘 요리는 아니다. 엄마가 부쳐주는 김치전에 더 가깝다고나 할까. 그들의 지식은 시큼한 김치 밑에 감추어져 있어서 꼭꼭 씹어야 비로소 제 맛을 드러낸다. 그런 추억과 옛기분에 젖어 나는 그들은 읽었으나 나는 읽지 않을 책들을 찾아내고는 읽고 싶은 욕구를 뿌리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 이 책은 참으로 독자에게는 달갑지 않은 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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