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라 절묘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거기다가 오늘의 작가상도 수상했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미끼였다. 물론 나도 덥썩 그 미끼를 물었다. 다 읽고 난 뒤 기억나는 것은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이었다. 찰리, 호기, 유진, 종만......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그들이 주고 받았던 말들이 무엇인지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거기다가 도적질을 하는 장면은 생뚱맞게까지 느껴졌다. 버거 킹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도적질 관련 사건들은 내가 보기엔 그저 장난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서울특별시인 걸까? 작품 제목에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인간이란 제목 따위 사소한 것에 유난히 민감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각종 서평을 보면 이 책이 서울의 과거, 현재를 겪은 사람들의 실상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책을 다시 열어보았다. 아니었다. 이 정도의 이야기에 서울특별시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분명 오버였다. 왜 가벼운 소설들은 읽고 나면 허망해지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특별시의 삶을 좀더 신랄하게, 눈물나게 그릴 작품은 없단 말인가? 가벼움이 경박함과 동일하게 여겨지는 현실이 신물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