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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영화로 치자면 인디아나 존스같이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결코 놓을 수 없는 그런 책 말이다. 개는 말할 것도 없이를 읽은 사람들의 서평은 나로 하여금 그러한 기대를 가지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다 읽은 지금 별로 그런 의견에 동조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라는 것을 밝혀두고 싶다.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그렇게 느끼는 것이 이 책의 번역 때문은 아니라는 사실은 그나마 위안이 된다. 번역 때문에 이상한 책으로 변해버린 sf물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이 책의 원작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수다이다. 혹자는 수다가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장점보다는 단점처럼 보인다. 수다는 끊임없이 이야기에 몰두하는 것을 방해한다. 몇몇 수다는 웃음을 터뜨릴만큼 재미있기도 했지만 대개의 경우는 빠르게 책장을 넘기는 구실만을 했다.
또한 결말이 어찌될지가 중반부터 보이는 바람에 맥이 빠졌다는 사실이다. 독자는 그리 멍청하지가 않다. 작가가 끊임없이 암시를 주지 않더라도 글을 읽는 능력을 가진 이상 누구나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내가 남보다 예민하다고 생각해 본적은 한 번도 없기에 분명 다른 사람들도 그러했으리라 믿는다. 내가 영국인이었다면 분명 지금보다는 재미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나는 한국인이다. 빅토리아 시대니, 성당이니, 심지어는 그루터기니 하는 것에 대해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완벽한 엔터테이닝, 제발 그것을 이 책에서 기대하지는 말기 바란다. 그것을 생각하며 끝까지 읽기에는 이 책은 너무도 두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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