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픈 것, 구동독의 풍경이 결코 낯설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이 책은 동독의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읽으려했지만 이야기는 항상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로 읽혔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것은 <때아닌 안드로메다 성좌>와 <가정 배달>이다. 우리의 삶은 진실인가, 혹시 통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인 때아난은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통제되는 것을 깨달은 순간 그 개체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 통제 사회에 필요한 것은 깨달은 자가 아니라 순응하는 자이므로. 가정 배달은 충격적이다. 각 사람에게 시체들이 배달된다. 그 동안 자신으로 인해 죽은 사람들의 시체다. 끔찍하지만 과연 시체의 배달을 받지 않을 사람이 존재할 것인가? 결국 우리 모두는 이 사회의 죄악을 만든 책임자가 아닌가 하고 작가는 묻고 있다.sf 기법이 주로 사용된 작가의 글은 실로 흥미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하자면 번역의 문제이다. 만연체 문장은 원문을 확인해보고 싶은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역자의 소망이 낯설게 하기였다면 성공한 느낌이 든다. 한국말이라고 보기에는 좀 어려운 문장이 많았다. 번역투의 문장, 그것이 아니었다면 이 책은 보다 흥미를 끌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