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폭풍의 날
모르데카이 로쉬왈트 지음 / 세계사 / 1989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핵전쟁이 일어났다는 가정하에 출발하고 있다. 인류, 아니 인류 중의 선택받은 일부는 전쟁 직전에 지하에 들어간다. 지하는 레벨이 나뉘어있다. 가장 깊은 곳, 즉 가장 낮은 곳은 레벨 세븐(이 책의 원제)이라 불리는 곳으로 군인들이 차지하고 있다. 레벨 식스 역시 군인의 차지다. 민간인 중 중요 인물은 3-5, 그냥 그런 일반인은 레벨 1-2이다. 군인이 가장 안전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시사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등급이 나뉘어 있다는 것은 이 세계가 계급 사회임을 보여준다. 죽는 것도 등급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의 풍경이다. 전쟁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끝난다. 하지만 그 동안 이 세계는 완전히 멸망해버린다. 세계를 명망하게 만든 것은 폭탄이지만 그 실행은 오로지 푸쉬 버튼의 간단한 조작만으로 이루어진다. 푸쉬 버튼을 누르는 군인은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다.
자신의 행동이 이 세계의 파멸을 불러왔다는 인식은 도달하기엔 너무나 먼 인식이다.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중간중간에 나오는 옛이야기들이다. 아니다. 핵폭발의 시대에 맞게 새롭게 각색된 옛이야기들이다. 그 얘기들은 현 시대 우리의 삶에 대한 냉철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어 읽는 이의 가슴을 찌른다. 책을 덮으면서 느낀 것, 한반도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과 너무도 똑같다는 것, 그것이 다시 한번 내 가슴을 찌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