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의 3부에 실린 시들을 가장 좋아한다. 3부에 실린 시들 중에는 회사에 다니는 고단함을 노래한 시가 많다. 화석은 물론 그것들 중에서도 절창이다. 기실 우리들이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은 그것이 오래된 습관이고,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그리 오랜 시간을 의자에만 앉아 보낼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경영주 입장에서야 걱정할 것이 없다. 봄이 오면, 겨우내 화석이 되었던 물건들을 치우고 새 물건들을 가져다 놓으면 되는 것이므로. 평생을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았지만' 남는 것은 없다. 왜 우리의 삶은 아홉 시에 시작해서 여섯 시에 끝나는 것인지. 왜 우리는 그것을 정해진 삶이라고 믿고 있는지. 낡은 의자는 달리고 싶어한다. 주인을 태우고 달리고 싶어한다. 그러나 김기택의 시를 읽은 나는 안다. 우리는 달릴 수 없다. 우리는 먼지가 되어 이 세상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