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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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거대한 미로다, 라고 카프카는 말하고 있다. 굴이라는 작품에서 카프카의 그러한 태도는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굴이란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왜 주인공은 굴을 파고 굴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일까? 왜 다른 이들은 주인공의 굴에 침입하는 것도 아니면서 끊임없이 방해가 되는 소리를 만드는 것일까? 이 작품에는 거기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저 읽은 다음에도 읽기 전처럼 막막하고 어두침침할 뿐이다. 다만 우리는 다음 구절에서 이것이 카프카가 바라보는 인생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나는 나의 인생에서 늘 작업 중간에 너무 많이 쉬었다.' '그 당시와 오늘사이에는 나의 청장년기가 가로놓여 있다. 그런데 그 사이에 전혀 아무 것도 가로놓이지 않기라도 한 것 같지 않은가?' 카프카적인 삶, 우리는 매일매일 살아 나가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 우리는 늙어가지만 희망이란 없다. 카프카는 내 삶에 슬며시 다가와 삶의 암담함을 상기시켜 준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이란? 굴 안에서 조용히 쉬던지, 아니면 끊임없이 파던지, 둘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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