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사키 파파
구효서 지음 / 뿔(웅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구효서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일본 소설로 생각할 수도 있는 소설이다. 한국인이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등장인물의 대부분은 일본이고 무대 또한 일본이다. 거기에 나가사키 파파라니, 이는 요즈음 일본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적당히 자극적이며 트렌디한 제목 아니던가.

그러나 이 소설은 구효서의 작품이다. 이 소설을 읽게 만든 건 바로 구효서의 이름이었다. 구효서가 누구던가. 아저씨 소설가들 중에 가장 잘 나가는 사람 아니던가. 그가 왜색이 완연해 보이는 소설을 썼다. 그렇다면 그냥 썼을 리 없다. 분명 일본 소설이 판을 치는 소설계를 바라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썼을 터.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 소설을 이것저것 구해다 읽었을 테고 문체 또한 담배를 피며 연구했을 터. 그 결과물이 이 소설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ㅡ 글쎄 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소설은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좋지도 않다. 그러니까 결국은 나쁘다는 말이다.

소설은 잘 읽히나 덮고 난 뒤 별 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 아비를 찾는 것이 실은 자신을 찾는 것이라는 설정은 새롭지 않다. 주인공은 어째 아줌마 같은 느낌이 든다. 일본 소설의 트렌디함에 쑥스러운 표정의 주제 의식이 끼어든 느낌도 들고.

비난만 하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러에도 구효서를 높이 평가한다. 이건 분명히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겠다. 구효서 정도면 그냥 자기 스타일에 안주해버리는 게 보통 아니던가. 그런데도 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새 스타일의 소설을 쓰려 한 것이다. 왠지 다음 소설이 기대가 된다.이번에는 어떤 괴물 같은 것이 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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