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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리 ㅣ 아셰트클래식 1
쥘 베른 지음, 쥘베르 모렐 그림,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9월
평점 :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가 같은 반 친구에게 처음 빌려서 읽었던 해저 2만리, 이번 작가정신에서 쥘베른의 완역본으로 나왔다기에 다시 한번 손에 들었다. 어릴 땐 정말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책을 펼치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이 사실이다. 얼핏 봐도 500페이지가 넘어 보이는 페이지에, 중간 중간 보이는 일러스트까지, 왠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책을 펼쳐든지 7주일이 다 되어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어릴 때 봤던 축약본보다 재미가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또 색다르게 다가오는 면도 많이 있었다. 너무나도 상세한 설명과 그림, 그리고 방대한 지식들을 책에 쏟아내고 있는 쥘베른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작가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게, 다시 한번 프랑스의 대문호 쥘베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태평양바다에서 배 밑바닥에 구멍이 나고, 여기저기서 바다 괴물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들리게 되고, 그에 맞서 미국해군에서 그 괴물을 소탕하려고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내보내게 되는데, 거기에 탑승하게 되는 프랑스 박물학자 에로낙스박사와 그의 하인 콩세유, 그리고 또다른 탑승자 작살잡이 네드랜드의 이야기이다.
몇 개월을 괴물을 찾아다니지만, 결국 발견하지 못해 선원들의 원성을 사고 있을 때 괴물을 발견하게 되지만 곧 배는 한쪽부분이 파손되고 그로 인해 세 사람은 그들이 찾던 괴물, 잠수함 ‘노틸러스’호에 탑승하게 된다. 네모선장의 배려로 에로낙스박사는 다양한 연구와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들이 경험하는 이야기들은 정말 지금의 과학기술로도 어쩌면 힘들지도 모르는 일들을 겪게 되고, 다시금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바다에 등장하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들, 그들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물론 그림과 함께 이해하기 쉽게 실어두었다는 것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어구들이나 잠수함에 대한 정보까지 함께 싣고 있어 지루한 책을 결코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고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 호에서 실종되고 나서 겪게 되는 해저사냥, 파푸아의 야만인들, 산호 묘지, 수에즈의 해저터널, 비고 만의 보물, 아틀란티스, 유빙, 남극, 얼음감옥, 대왕 오징어아의 격투 등 정말 다양한 일들을 겪으면서 바다의 신비 하나하나를 알아가게 되는데, 그것들 하나하나가 평소에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루고 있어 잠시도 눈을 뗄수 없었다.
육지와는 인연을 끊은 듯한 네모선장 그리고 베일에 가려진 노틸러스 호의 선원들. 끝까지 이 호기심은 해결할 수 없었는데 그것이 조금은 아쉽기까지 한다. 육지를 벗어나 다른 사람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완벽한 잠수함을 만들고,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해가는 네모선장, 거의 모든 것에 대한 지식이 박식하기도 했고, 어찌 보면 너무나도 완벽한 사람이었기에, 왜 그런 삶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물음은 끊임없이 따라 다닐 수밖에 없었다.
잠수함 ‘노틸러스’호를 타고, 태평양, 대서양, 지중해, 북극, 남극까지 안 가본 곳이 없고, 2만리를 달렸다는 사실만으로 온 지구의 바다 속을 구경하고 나온 듯한 느낌의 책이다. 바다 생물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정말 방대한 지식은 읽는 이로부터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책. 해저 2만리는 바다를 바라볼때마다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 아직 완역본으로 보지 않았다면 꼭한번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