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 그런데를 다녀올 수 있었을까?  

경사스러운 날 잔치집에 초대 받은 것만큼 사람을 기분 좋게하고 설레게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 잔치집이 우리가 흔히 먹던 불고기와 갈비찜, 잡채와 나물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지중해 어느 나라의 음식을 접하는 것이라면 참 남다르지 않을까? 

음식을 통한 문화교류는 요즘 같은 웰빙 시대에 핫이슈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이미 우리나라 음식의 우수성이야 널리 알려진바지만 그에 못지 않게 남의 나라의 음식을 아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그 나라의 슬로우 푸드를 아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슬로우 푸드 아르치골라! Slow Food Arcigola! 

이것은 영어와 이태리어의 합성어로서 이태리어의 arcigola는 영어의 movement를 의미하는 말로 이 운동이 이태리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글쎄, 우리나라의 된장 고추장이 몇 세기를 걸쳐 슬로우 푸드의 대표적 음식으로 정평이 나있는 마당에 과연 슬로우 푸드 운동이 이태리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말을 어느만치 신뢰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금속활자와 쿠텐베르크의 오랜 싸움 같은 것은 아닐지?

어쨌든 난 최근 박찬일 셰프가 쓴 저 <지중해 요리사>의 발간 덕분에 지난 2일 학동역 근처의 이태리 레스토랑 '누이누이'를 방문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애초에 행사의 타이틀이 '박찬일-쥬세페 요리대결'이라고 하니 모험심이 발동한다. 우린 이미 '식객'이나 '대장금'을 통해 요리 배틀은 익히 봐 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막상 그곳에 가 보니 요리 배틀은 아니었다. 지중해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저 평화스러운 분위기에서 슬로우 푸드에 걸맞게 마냥 천천히 나오는 음식을 음미하는 시간이라고나 할까? 그도 그럴 것이 옛부터 스승은 그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데 박찬일 셰프가 어찌 스승인 쥬세페와 요리대결을 펼칠 수 있단 말인가? 청출어람이란 말도 있지만 스승만한 제자도 없을 터. 박찬일 셰프는 시작할 때부터 오늘은 그냥 선생님을 돕는 역할만 하겠다고 했다.  

박찬일 셰프를 키운 스승의 정식 이름은 쥬세페 바로네다. 시칠라아 슬로우 푸드 협회 창립자면서 슬로우 푸드 마스터라고 한다.(그는 비교적 잘 생긴 편이긴 했지만 요리사답게 배가 약간 나왔다.ㅋ) 그들이 그날 내놓는 음식은 총 5가지고, 각각의 음식에 어울리는 포도주를 제공 받는다.    

첫번째는 La Fuga라고 하는 음식인데 확실히 짚어 낼 수 있는 건 이 음식이 주로 내는 맛은 바다를 머금은 멍게의 맛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키조개와 더불어 김도 들어가고 여러가지 과일과 지중해 사람들이 매 식사 때마다 빠트리지 않고 먹는다는 올리브유가 첨가 된다. 그리고 그 맛은 아주 시원했다. 두번째로 나온 음식은 Chianti Classico Riserva. 갈치와 고등어로 레드 파프리카 크림과 많이 들어온 발사믹 식초로 맛을 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맛이 독특했다. 그리고 한참만에 세번째 요리가 나왔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오징어 먹물로 만든 파스타였다. 우리가 보통 먹는 파스타는 면이 약간 굵은 편인데 여기서 먹는 파스타는 가늘어 마치 우리나라의 모밀 국수를 연상케 했다. 여기엔 늙은 호박 크림과 삶은 한치가 그 풍미를 더했다. 이것의 이름은 Tancredi다. 다음으로 나온 음식은 Mille e Una Notte 검은 깨가루와 허브를 입힌 소 등심과 깻잎 카포나타다. 단백한 것이 특징이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마지막 코스로 아쉬운 디저트. 그 시간의 마지막 코스라고 생각하니 아쉬울 밖에. Ben Rye라고도 하는데 상당히 부드럽고 달콤한 우유맛이 난다. 그것은 일명 '쥬세페 바로네식' 리코타 디저트라고 하니 아마도 쥬세페 셰프가 직접 개발한 디저트인가 보다. 탱탱한 푸딩 같은데 그것을 조금씩 헐어 먹으면 그안에 유백색의 크림이 터져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신기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아마 한 날 그 처럼 많은 포도주를 종류별로 마셔보기는 그날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평소 술이 약해 취기가 돌까 봐 조심하느라 많이 마시지도 못했다. 남기기도 했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돈나푸가타 벤리에'란 와인은 정말 좋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무화가 맛이 났던 것으로 기억이 나는데 그것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살구에 대추야자까지 들어가 예쁜 황금색을 띄고 있엇다. 그렇지 않아도 와인을 소개 받았을 때 설명하시는 분이 다른 모든 와인은 남겨도 용서 받지만 이것만큼은 남기면 음식을 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한다. 그만큼 주인이 손님한테 끝까지 최선을 다한 것을 보여주는 대미를 장식하는 와인이라는 말일 게다. 또한 그것은 소화와 숙취 예방에 탁월하다고 했다. 그 말은 확실히 맞는 말 같았다. 같이 간 친구나 나나 앞의 네 가지의 와인을 치사량을 훨씬 넘겼을텐데도 취기를 느끼지 못했고 다음 날도 속이 편안해 맛있게 아침 식사를 했다. 그러니 손님이 예의를 갖춰 마실만 하다.

그렇게 우리는 다섯 가지 음식을 맛보는데도 3시간이 족히 걸렸다. 지중해 사람들이 그쯤 걸려 식사를 한다는 말이 과연 거짓이 아니었구나 실감했다. 함께 초대받아 온 사람들의 얼굴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화색이 돌고 만족한 표정들이다. 정말 좋은 대접을 받았다는 만족감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영화 <바베트의 만찬>에 초대 받아 온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온화한 얼굴이 되어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던가. 그것이 연상이 되었다.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 두 사람으로부터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요리를 만들어 내느라 바빴는지 그러질 못했다는 것이다. 하긴 음식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보여주는 것이지. 그래도 그렇게 바쁜중에도 간간히 홀에 나와 손님들과 인사하고 대화하려고 했던 박찬일, 쥬세페 셰프의 노력에 심심 감사를 표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날은 정말 오래도록 잊지 못할 황홀한 만찬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요일 오후 늦게 부산에 내려와서 쓰는, 첫 글이 되어버렸다. 목요일 저녁은 조용히 보냈고, 금요일에는 서면에서 오랜만에 아이온시티 스타벅스를 들려 커피를 마시고 부산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김연수 작가 낭독회'를 다녀왔다.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대는 거의 세 번 정도 밖에 가보질 못했는데, 내가 다니는 학교에 비해 엄청나게 큰 사이즈에, 엄청나게 압도되어 버렸다. 하긴, 내가 특히 다른 대학은 거의 가보질 않았으니. 제 2도서관 이란 곳을 찾아가야 했는데, 한참을 올라 갔고 중간에 그 학교 학생인듯 한 사람에게 세 번이나 물어봐야 했다. 그리고 학교에 굉장히 큰 건물이 있었는데 그곳에 영화관과 옷가게, 그리고 스타벅스와 커피빈을 제외한 수많은 카페가 밀집해 있었다. 아마 여기에선 커피 걱정할 필요는 없을 듯.

  어찌되었든 힘들게 도착했는데 입구에서 김연수 작가님을 만나게 되었다. 역시 스크린에서 보던 모습 그대로. 영화배우 느낌이 났다. 낭독회는 정말 김연수 작가가 단편 하나를 다 읽었다. 과연 가능할까 싶었는데, 정말 다 읽었다. 시나리오의 느낌을 내듯이, 작가가 글을 쓸때 상상했던 대사와 간격을 그대로 지키려 노력하며 조명도 조절하고 음악도 틀며 낭독회를 이어 나갔다.

  역시 제일 기대했던 질문 시간에는 기본적인 질문이 오갔고, 작가의 말처럼 질문과 한발을 걸친 듯한 답변이 길어져, 시간 관계상 질문을 많이 하질 못했다. 나도 질문이 하나 있었는데 : 영문과를 나왔는데 글을 쓴다는 게 쉽게 연관이 잘 되지 않는데, 작가에게 있어 번역이라는 역할 외에 영어가 글 쓰는데 어떤 도움이 되는지. 내가 볼 때 이번 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에서 첫 작품인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가 한국어와 영어의 접목을 약간 연관시키려는 시도로 보이는데 내가 오버한 것인지. 내가 기대하기에, 김연수 작가의 작품에서는 한국어에 영어적 요소 혹은 연관성을 가미시키거나(용어가 아니라 언어적 측면에서), 아니면 음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글을 기대하는데 그것에 관한 생각은 어떤지, 였다. 말로 풀어쓰니 질문이 명쾌하지 않은데, 어찌되었든 이번 낭독회에서는 이런 질문하기가 좀 힘든 분위기여서 난 뒷줄에 앉아 작가의 답변만 유심히 들었다.

  낭독회가 끝나고 사인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난 내 이름을 한글로 '제임스'라고 적었다. 혹시나 이글루를 하는 김연수씨가 날 알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내 차례가 되어서 이름을 보더니, 이름이 제임스에요? 라는 평범한 말이 올 뿐이었다. 난 웃으면서 그렇다고 했는데, 사인을 다 하고 이상하게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그 전부터 독자의 얼굴을 유심히 보는 것 같긴 했는데, 나중에 얘길 들어보니 내가 사인받고 돌아오는데도 날 계속 쳐다보셨다는. 궁금하셨을까.
 

 

  그리고 나 스스로 정리한 낭독회 내용들. 

 김연수 작가는 다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웃으면서 말하긴 했지만 질보다는 양에 치우치고 싶어한다고 했다. 그래서 무조건 일 년에 한 권은 내는 작가고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길, 작가의 위치가 굉장히 협소해졌다고 한다. 예전만큼의 영향력도 없어 작가가 사회적 발언을 해도 크게 공감을 일으킨다거나 사회적 파장이 일지 않는단다. 대신에 그 몫을 요즘은 연예인이 하는 것 같다고. 그래서인지 작가 자신은 사회적 발언이나 사회를 바꾸기 위한 글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자신은 그런 태도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작가라는 것은 원인과 결과 모두를 알고 있을 때 그것에 대해 작가가 쓰는 것이지 아직 끝나지도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건 작가로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한 독자가 자신은 <청춘의 문장들>처럼 작가의 산문을 더 좋아하는데, 이런 얘기를 들으면 소설가로서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 이제 김연수 작가 자신은 그런 말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단다. 이 때 정말 웃겼는데, 어느 날 한 평론가가 자신이 쓴 산문들, <청춘의 문장들>이나 <여행할 권리>같은 것을 읽었는데 너무 좋았다고 칭찬하더란다. 근데 그 평론가가 주로 소설을 비평하는 사람이라서 절망했다고. 그러면서 그 비평가가 하는 말이, 소설을 산문처럼 써보지 않겠냐고, 그런 말도 들었는데 이제 더이상 흔들릴 게 없다고.

  또한 자신은 단편같은 것을 쓸 때 중간에 바뀌는 내용이 있다거나 퇴고할 경우에 쓴 것을 손 보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새로 다 쓴단다. 그렇게 10번 정도 쓰는 게 소설인데, 2 주일에 단편 하나 정도를 쓴다고 했다. 근데 그렇게 열심히 쓰고 나서 메일을 확인해보면, 잡지사나 이런 데서 예전에 청탁한 원고 독촉 메일이 와 있다고 한다. 지금은 그게 '씨네21'에서 연재하는 것이고(이것도 격주로 연재되는데, 2 주 라는 게 굉장히 빨리 돌아온단다). 여튼 그렇게 온 심혈을 기울여 소설을 쓰고 나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쓰는 게 그런 산문 같은 것들인데, 그리고 그것들을 모아서 책으로 나오는 것인데 그게 좋은 평가를 받는다니 얼마나 힘이 빠질까. 이 때 굉장히 웃었던 기억이 난다. 가령, 어떤 밴드가 정규음반은 평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 피쳐링해준 곡이나, EP 형식으로 음반을 낸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을 때의 기분일라까.

  실제로 모든 내용들이 있는 그대로이진 않을테지만, 그래도 작가의 진심이 느껴지긴 했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이고. 김연수 작가의 미투데이 글을 보니 내가 갔던 해운대가 아닌 광안리로 갔던 것 같다. 부산에서 죽도록 살고 싶었다고 썼는데, 그 이유가 신세계 센텀시티 때문이라고, 정말 신세계였다는데, 어떤 걸 사셨으려나.

  사투리가 배어있는 말투로 조곤조곤 얘기하는 모습이 재미있기도 했고 작가란 이런 것인가(가령 요즘 좋았던 책을 추천해달라는 말에, 고문의 역사 같은 책을 보고 있는데 재미있다며),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대답도 있었다. 사실, 예전엔 몰랐는데 최근 들어 약간이나마 하루키와 비슷하지 않나(내용적인 것을 떠나, 소재랄까 아니면 작가의 행동이랄까 관심이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본인은 확실히 부인하던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이런 얘길 혹시나 김연수 작가님이 보면 화가 날지 모르겠지만, 난 그 분이 음악을 많이 듣는다는 게 좋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 혹은 책을 추천해주는 것도 좋다. 난 그가 문학관련 과를 나온 것은 아니지만, 영어과를 다닌 것을 살려 번역을 한다거나 번역되지 않은 책들을 읽고 추천해주는 것도 좋다. 무언가 같은 시대를 비슷한 것을 공유하며 지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랄까. 나에게 있어 아직 그의 최고 작품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이다. 그의 다작중에 (내 견해에서) 이것을 뛰어넘는 작품을 꼭 다시 읽을 수 있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정말 오랜만에 책 강연에 다녀왔다. 장소는 6호선 디지털 미디어 역의 누리꿈 스퀘어. 내 구형 핸드폰은 디지털 역은 구로에만 있다고 알려주었으나, 상암까지 잘 찾아갔다. 문제는 너무나 일찍 도착했다는 거. 강연 시작은 7시 40분.


사진은 저자 박혜정씨가 실시간으로 방송되므로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방송녹화를 한다고 해서 어제 저녁까지 연습했노라고 했는데, 강연을 시작하자 드는 첫 생각이 ‘발표 좀 했나 보네.’였다. PPT 자료를 보여주며 차분한 목소리로 진행했는데, 상당했다. 내용도 경제개념 제로인 나에겐 충격적이었지만, 청중을 유도참여 시키는 모습에 좀 놀랐다. 은행에서 적금통장을 개설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었는데, 적금 통장을 대체해서 자연스럽게 책깔피 선물을 전해줬다.  



강연 당일, 지하철로 이동하면서 처음 책을 봤었다. 그래서 프롤로그 부분, 저자가 왜 은행원이 됐으며 돈에 관심이 가지게 됐는지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뒤의 내용에선 많이 놀랐다. 은행 예금/대출 금리를 내가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은행원은 고객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는 것, 대출의 위험을 알고 상환 계획을 세우라는 게 강연의 큰 골자다. 돈 이야기라서 그런지, 은행금리에 속은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집중도 99%였다.
 

<저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reehom/120094217036 에서 퍼온 사진>

처음 그녀가 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부모님의 은행대출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살 던 집을 헐고 상가를 지으면서 은행 대출을 받았는데, 때마침 IMF가 불어 닥치는 바람에 힘들었단다. 대출 금리는 치솟고, 임대수익은 줄고, 집 값은 떨어져 결국 힘들게 지은 상가를 팔았다고 한다. 부모님 중 한 분은 신용불량자가 되시기까지 했는데, 그 경험을 통해 그녀는 은행 대출의 위험을 인지했다.

그 땐 ‘돈’,‘부자’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책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부자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도 그 때,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그때 고등학생 때란다. 많은 직업 중에 은행원이 된 것도, 그 많은 은행 중에 IBK 기업은행에 입사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사업자금 잘 빌려주는 은행이 기업은행이라서 입사 했단다. 그 은행에서 부자들을 배우고, 은행 관련 책까지 쓰게 됐으니 참 재미나다.

은행원 4년차에 은행 관련 책을 쓰다니, 나도 4년차인데 좀 헛헛했다. 아니 많이 헛헛하다. ‘어디 PPT 한 번 발표할 일이 있어야지.’라고 자위해보지만 결국 생각과 실천의 문제 아닌가.

지금은 사업 때문에 은행을 그만뒀다고 하는데 싸인을 받으면서 그 사업이 뭐냐고 물었다. 비밀이라고 하면서 알려준 그 것은 그녀의 화려한 외모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이었다. 앞으로 2년 뒤, 잘하면 다시 만날 수도 있겠다. 그 때,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 지 벌써 기대된다. 대출로 집안이 망한 사건을 돈에 대해 알게 한 고마운 경험이었다고 말하는 저자를 보니 참 긍정적인 사람인 것 같다.   



<저자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reehom/120094217036 에서 퍼온 사진: 싸인 받고 있는 이가 우연찮게도 나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 할 시간이 되어 쏟아내는 질문과 저자의 유연한 답변도 인상 남는다. 은행 금리에 속았다며 속으로 분개하고 있는 나완 달리, 펀드며 사업 자금에 대해 주고받는 이야기에 자극 받았다.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그러기에 왜 당췌, 재테크 경제 책 볼 생각을 안하냐고! (이유는 나도 안다. 재테크 책 말고도 세상엔 재미난 책이 너무 많다) 



처음 은행의 사생활이란 제목만을 봤을 땐, 은행 비리를 폭로하는 내용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똑똑하게 은행을 활용하는 법이 책의 주 내용이자, 강연의 핵심이다. 지금 지하철에서 다 못 읽은 <은행의 사생활>을 읽고 있는 중이다. 강연과 비교하면서 잘 읽고 있다. 그리고 깨달은 사실, 강연장에 빨리 도착하는 것과 빨리 책을 읽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 천천히 곱씹으면서 읽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한테 오마이뉴스 스튜디오는 정말 멉니다.. ^^ 

그렇지만, 꼭 가야만 했어요~ "은행의 사생활" 누가 이런 얘길 함부로 해주겠어요~ +ㅁ+ 

그래서 퇴근하고 마구 서둘러서 시간 맞춰 도착을 했더랍니다..ㅋ 

앞에 서신 작가님, 얼마나 미인이시던지..^^ 

좋은 글을 쓰신 것도 멋진데, 이렇게 미모까지 출중하시니 정말 대단하다 싶더군요.. 

말씀해 주신 얘기들은.. 

듣고 있으면 '그렇지, 당연히 그래야지~' 이렇게 공감하면서도.. 

혼자선 감히 생각지 못하는 그런 얘기들이었습니다. 

금리를 깎아달라고 할 수 있는 거 아느냐.. 주눅들 필요도 미안해 할 필요도 없다, 당당해라.. 

대출 따위, 절대 하지 마라.. 그치만, 해야 된다면 정말 신중하고 대출과 동시에 상환계획을 세워라.. 

누구나 알 법 하지만, 다수가 모르는 것들.. 

좋은 말씀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에 제가 질문을 너무 어렵게 드렸는지 다시 되물으셔서.. 아, 죄송했어요~ 

저는 금융이나 재테크에 정말 밝지를 못한데, 상반되는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누굴 믿고 안 믿고의 의미보다.. 정말 스스로의 태도를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뭐 이런 뜻이었는데.. ^^ 

너무 긴장해서 메모를 해 놓고도 많이 떨었나 봅니다.. 

암튼, 정말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돌아와서 동료에게 얘기했더니 금리를 깎을 수 있단 거에 정말 놀라던걸요.. ^^ 

같이 참석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는지 정말 다음엔 꼭 같이 가자고 하더라구요.. ^^ 

이런 좋은 자리 마련해준 알라딘, 정말 복댕이네요~ 감사드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전을 읽다보면 심심찮게 마주치게 되는 장소, "살롱". 
점잖은 귀부인들이 문인들이나 예술계 명사들을 초청해 차와 음식을 대접하고 대화를 나누었던 곳인데  
문학을 포함한 예술의 부흥은 물론이고 여성 지위의 향상에도 도움이 됐던 장소다.
소설을 읽다가 살롱 씬이 나올 때마다 왠지 지적인 유희가 벌어지는 그 곳의 낭만과 활기가 너무도 부러워서 침만 줄줄.

우리나라로 치자면 80년대 문인들이 밤새 술마시고 토론을 벌였던 피맛골 <열차집>이나 <시인통신> 정도랄까.
아니면 시인 황동규의 시에도 등장했던 반포의 <반포치킨>일 수도 있겠다.
누군가의 집이 아니라 돈 주고 술을 먹었던 술집이란 게 다르지만. (많이 다른 건가? --;;;)

나는 문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주제에 이런 분위기의 모임은 또 되게 좋아해서 언제나 갈증상태였는데
압구정 아티제에서 했던 <정혜윤 작가와의 만남>은 정말로 안주인한테 초대받아서 간 딱 '살롱' 느낌이었다. 
정혜윤 작가가 나오기 전에 아티제 관계자분께서도 앞으로 이런 살롱 문화를 많이 주도해 나갈 거라 굳게 다짐해 주셨는데
그럼 그건 홈페이지를 매일매일 체크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면 이렇게 알라딘 이벤트를 통해서만?
한 번이라도 참여했던 사람들에겐 메일링 서비스라도 해주면 정말정말 감사해서 넙죽 절이라도 할 텐데.
돈 좀 받으셔도 되고. 

 
 
실제로 아티제에서 파는 커피와 차, 케이크와 쿠키, 그리고 완전 사랑하는 마카롱까지 잔뜩 차려져 있어서
회비를 내고라도 종종 참가하고 싶을 지경. 
 

 
그리고 잠시 후 정혜윤 작가가 나왔는데, 끼욜~!! 내가 생각했던 '작가'의 이미지가 아니잖아!
샵에서 하고 왔을 스모키 메이크업도 예쁘고 스타킹도 예쁘고.
사실은 싸인해 주실 때 스타킹 어디서 사셨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나는 사회적 체면이 있는 사람이라 꾸욱 참았다.

저자와의 만남 자체는, 책 좋아하는 친한 사람들끼리 수다를 떠는 느낌.
이미 책에 관한 책을 두 권이나 쓴 작가답게 책 이야기를 할 때는 너무 좋아서 안달난 표정으로 들떠서 얘기하시던데
그 모습이 너무나도 좋아 보였다. 

특히나 기억나는 이야기는 세 가지인데,
책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태지고 보태져서 아코디언처럼 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
로이드 존스가 쓴 <미스터 핍>이란 소설에서 나온 구절인
"이집트에 관해서 이야기해 줄 수 없으니 대신 파란색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을 들려주겠다"는 할머니의 말을 읽고
정혜윤 작가 역시 "런던이 궁금하니? 런던 대신 파란색을 들려줄게" 라는 첫번째 챕터의 제목을 정했다는 이야기,
그리고 자신의 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이 엄지와 검지 사이의 직각 부분인데
그 이유가 그 직각 부분에 항상 책이 끼워져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책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게 내 지론인데, 정혜윤 작가는 일상 자체가 '책'으로 꼭꼭 채워진 사람 같다.

 

그리고 끝날 무렵 촌스럽게도 나는 작가 싸인까지 줄서서 받아들고 나서려는데
어머나 아티제에서 선물도 주네. 마카롱 세트다.
겉은 파사삭, 속은 찐득.
돈 많이 벌어서 하루에 마카롱 100개씩 사먹어야지.
 



 

사실은 저자와의 만남 후기는 책을 다 읽은 다음에나 쓰려고 했는데 아직 4분의 3 정도밖에 읽지 못했다.
생각보다 속도가 안 난다.
아티제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구석구석 숨어 있어서 추억을 곱씹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그런데...!
여행기나 이야기책이라기보다는 '재미있는 논문' 같기 때문.
현지에서 느낀 점이나 만난 사람들 이야기보다는, 돌아와서 책상 앞에서 책 뒤적여서 공부해 가며 쓴 책 같다는 얘기.
(실제로 정혜윤 작가 스스로도 현지에서 글을 쓰지 않고 귀국하고 나서 매일 퇴근 후 두세시간식 책상 앞에 앉아서 썼다고..)
챕터 사이사이의 사진도 흑백컬러라서 보는 맛이 조금 떨어져 아쉽다.

만약 런던을 여행하고 싶어서 이 책을 사려고 한다면, 자신의 성향을 좀 더 따져봐야 할 터.
런던의 역사와 건축물의 의미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이 책을 '써머리' 용으로 생각하고 사도 좋다.
여행 갈 때도 옷보다는 책을 더 많이 넣어간다면 반드시 여행 한 달 전에 미리 읽어두어야 한다.
런던의 유명 장소나 인물에 얽힌 소설이 상세히 소개되는데, 
소개되는 책들을 미리 읽어두고 가거나 현장독서용으로 가방에 꾸려도 좋겠다. (이 점은 정말 최고!)
그러나, 만약에 런던의 맛집이나 트렌드, 예쁜 사진을 원한다면, 미안하지만 이 책은 아니다.
그런 분은 좀 더 말랑말랑하고, '엣지'며 '스타일' 같은 단어가 남발된 여행서를 구매하시길.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odware 2010-07-0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갔으면 좋았을 걸.
하지만 그 뒤에 나온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에는
두 번 갔어요.
기분 캡방 왕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