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송병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일어나요, 판타."로 시작되는 소설은 "······ 판타, 어서 일어나요."라는 포치타의 대사로 끝난다.
이 시작과 끝은 가정의 평화를 알려주는 메시지라서 읽는 동안 웃다가 울던 독자의 마음마저 평화롭게 하는 힘이 있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새 엄마 찬양'이라는 당황스런 작품에 이어 내가 두 번째로 책을 읽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이다.

평생 도덕군자로 살아온 성실한 군인 판탈레온 판토하에게 새로 부여된 임무는 아마존에 주둔하는 페루의 젊은 군인들의 무분별한 성욕을 해결하는 것...
아마존 일대의 마을 여인들이 남아나지 않고, 심지어 원숭이까지 덮치는 초유의 사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억제 시킬 것인가, 해소시켜 줄 것인가?
일급비밀에다가 민간인 복장이어야 한다는 조건부 명령 때문에 자신의 업무를 아내인 포차와 어머니 레오노르 부인에게까지 숨기고 시작하는데...
그는 특별봉사대라는 비밀 부대를 조직하고, 지역 포주 등의 협력을 받아 최초 네 명의 창녀를 고용하는 절차를 밟으며 일급비밀 문서로 상부에 보고하고 허락을 받는다.
매우 엄격하게 규율을 만들고 원리원칙을 중요하게 여기던 판토하는 효율적인 임무수행을 위해 차츰 봉사대원 수를 보강시켜 나간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매번 비밀문서로 리마의 본부에 보고되고, 더 나아가 병사들의 성욕을 억제시키기 위한 식단에도 관여 하는 등 눈부신 활약을 하게 된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그 순진했던 판타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며 매우 흡족스런 활약으로 상부의 신뢰를 쌓아 간다.

충원 과정 중에 미스 브라질이란 별명을 가진 올가 아레야노라는 최고의 상품(?)을 접수한 그는 이때부터 심사과정에 자신의 물건으로 직접 면접(?)을 보는 등 나날이 업그레이드 된다.
민간인으로 위장하여 특별봉사대를 이끌며 밀림의 젊은 군인들의 성욕을 바로 잡아 민간의 평화를 정착시킨 그는 어느새 아내를 배신하고 올가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어 버린다.
지역 라디오로 부터 공격 당하면서도 비밀유지 서약 때문에 침묵하는 판타와 그런 남편의 업무를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올가와 바람난 남편에 실망하고 떠나는 아내 포치타...
아내가 어린 딸을 데리고 집을 나간 뒤,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될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올가와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단지며 업무를 즐기는 판토하...

"일주일에 몇 번이나 해요. 판티타?" 미스 브라질은 앉아서 세면대에 물을 채워 물과 비누로 씻고 옷을 입는다. "틀림 없이 봉사대원 한 명 이상이겠죠? 후보자 시험이 있으면 셀 수 없을 거고요. 당신 습관으로 보건대······ 그런데 그걸 뭐라고 부르죠? 전문가 검사라고 하나요? 당신은 정말 얄궂어요." "그건 유흥이 아니라 업무야." 판타는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 앉아 다시 기운을 차리고는 발을 질질 끌면서 변기로 가서 오줌을 눈다. "웃지 마. 사실이야. 게다가 그 모든 잘못은 네게 있어. 네 육체를 검사할 때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그전에는 생각조차 한 적이 없어. 이렇게 하는 게 쉽다고 생각해?"
(260쪽)

어느 날, 군부대에서 활약하는 질 좋은 창녀들과 즐기고 싶었던 이키토스 청년들에 의해 일군의 특별봉사대원들이 납치되어 인질극이 발생하는데...
그 와중에 구출하러 간 군인들의 총격을 받은 미스 브라질 올가가 사망하고, 봉사대는 큰 위기에 봉착한다.
판텔레온 판토하 대위는 자신만 믿고 따르는 봉사대원들의 슬픔을 달래고 사기를 진작 시키기 위해 본부의 허락도 구하지 않고. 비밀을 털어버린 채 군복을 입고 장례식에 참석하여 눈물의 연설을 한다.
이에 특별봉사대의 정체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사람들은 민간인으로 타락한 포주인줄로만 알았던 판토하 대위에 감탄하며 그동안 그에게 던졌던 의혹의 시선을 거둔다.
봉사대의 사기는 절정에 이르고, 개인적 명예는 회복되었을지언정 본부의 장군들은 난리가 난다. 본부는 판토하 대위를 소환하고 징계를 검토 하는데...

옷 벗을 각오를 하고 본부로 달려간 판토하는 자신을 소신껏 변호하고 당당하게 맞서며, 본부는 그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작은 군인들이 거대한 여자의 다리 밑으로 총을 들고 행군하는 표지 그림이 이 소설의 모든 것을 말해 준다.
읽는 내내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한 이 블랙코메디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즐거움으로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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