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이 -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선택의 비밀
롬 브래프먼 외 지음, 강유리 옮김 / 리더스북 / 2009년 10월
품절


20달러짜리 지폐를 눈앞에 흔들어 보이면서 경매 물건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자유롭게 입찰할 수 있지만, 단 두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한다. 첫번째는 입찰가를 1달러 단위로 높여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규칙은 약간 까다롭다. 경매 낮찰자는 당연히 지폐를 차지하지만 차점자 역시 자신이 부른 입찰가만큼 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는 차점자가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매가 시작되면 싼 값에 20달러 지폐를 자질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인지 여기저기서 번쩍번쩍 손이 올라온다. 경매가 공식적으로 진행되자마자 눈 깜짝할 속도로 입찰이 이어진다. "패턴은 항상 동일합니다. 입찰은 12~16달러 사이에 이를 때까지 빠르고 맹렬하게 진행되죠." 배저먼은 설명했다. ···중략··· 최고가를 부른 두 학생은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 미끼에 걸려든다. "한 입찰자가 16달러를 부르고 다른 입찰자가 17달러를 부릅니다. 16달러를 부른 학생은 18달러를 부르거나 16달러 손실을 감당해야 하죠." ···중략··· "물론 입찰자가 20달러를 넘어서면 나머지 학생들은 폭소를 터트리죠."-46~48쪽

평범하게 생긴 한 남자가 청바지 차림에 야구 모자를 쓰고 태연하게 350만 달러짜리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꺼내더니 연주할 준비를 했다. 그 남자는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슈아 벨로 내로라 하는 공연장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만원 관객들을 앞에 놓고 정기 공연을 하는 음악가였다. ···중략··· 벨의 지하철 연주는 바이올린 곡중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로 시작됐다. 그 뒤로 43분 동안 콘서트는 계속됐지만 아무도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67쪽

강사를 '따뜻한' 사람으로 소개받은 그룹의 학생들 대부분은 그를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이 학생들은 "친절하다. 타인을 배려한다. 격의 없다. 사교적이다. 인기 있다. 유머 감각이 있다. 인간적이다." 등의 단어를 써서 강사를 묘사했다. 반면 '차가운'사람으로 소개받은 그룹은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내용의 토론에 참여했지만 대부분 그 강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자기 중심적이고 딱딱하고 붙임성이 없는 데다가 화를 잘 내며 유머 감각이 없고 무자비하다."고 여겼다.-96쪽

딜러들은 제조사와의 거래 결과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제조사가 자신들에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느냐'에 더 많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에 따르면 딜러들에게 중요한 건 단순히 유리한 거래 조건을 얻어 냈느냐가 아니었다. 딜러들은 제조사가 '사업을 운영하는 대리점의 현지 여건을 이해하려고 애를 썼는지', '정중하고 예의바른 태도로 행동 했는지' 혹은 '딜러들을 존중하는 자세로 대했는지'와 같이 얼핏 보기에 대수롭지 않은 사항들로 관계를 평가했다. 딜러들이 거래 결과에 대해 느끼는 전반적인 만족도에서 이 공정성이라는 요소는 기본 수치들보다 더 중요하게 작용했다.-149쪽

관제탑의 허가 없이 데네리프 공항에서 이륙하기로 했던 반 잔텐 기장을 다시 떠올려보라. 그날 일어난 사고는 항공업계 전체에 충격을 주었다. 충돌사고의 영향으로 관계 당국은 수년 동안 일어난 모든 비행기 충돌사고와 근접 사고의 조종실 기록을 세밀히 조사했다. 70퍼센트는 사람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판명됐고 그중 대다수는 팀 역학과 관계있었다. 예를 들어 반 잔텐이 조종한 비행기의 조종실 기록 중 마지막 몇 초 동안의 교신 내용을 들어보자.
반 잔텐 기장이 계기판에 손을 갖다대 엔진의 회전 속도를 올리자 부조종사는 본능적으로 그를 저지하려 했다. "잠깐만요. ATC 허가가 없었잖아요."
반 잔텐은 수긍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행동을 방해 또는 지연시키려는 시도에 짜증이 난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알아. 어서 물어보게."
놀라운 건 부조종사가 이의를 제기한 다음 곧바로 단념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반 잔텐 기장이 두번째로 이륙을 시도할 때 부조종사는 잠자코 있었다. 그렇게 차단자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끔찍한 일이 이어졌다.-199쪽

조종실이나 회의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반대의 목소리는 성가시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차단자에 대한 대응이 짜증스러울지라도 그들의 의견은 그룹의 균형 유지에 필수불가결하다. 차단자의 부정적인 언사를 무시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반대의 목소리는 비이성적이라는 홍수를 지탱해주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205쪽

이미 너무나 많은 돈이 투입됐다는 이유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공공사업 프로젝트에 계속해서 자금을 대는 정부 공무원에게든, 중도 포기자로 비치기 싫어서 실패한 캠페인을 계속 지원하는 마케팅 매니저에게든 '과거를 흘러 보내는' 전략은 유효하다. 가라앉는 배 위에 계속 앉아 있는 건 전혀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이다.-210쪽

그로부는 이렇게 회상했다. "저는 인텔의 회장 겸 CEO인 고든 무어와 함께 사무실에 앉아서 우리의 난국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침울했죠. 창밖을 내다보니 멀리 그레이트 아메리카 놀이공원에서 돌아가고 있는 회전 관람차가 보이더군요. 잠시 후 저는 고든을 향해 돌아서서 물었습니다. '우리가 쫓겨나고 이사회가 신임 CEO를 영입해 온다면 그 새 CEO는 어찌할 것 같은가?' 고든은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죠. '메모리 사업을 버리겠지.' 저는 멍하는 그를 쳐다보면서 말했어요. '자네와 내가 저 문을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새 CEO가 됐다치면 어떤가?'-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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