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포부를 가지고 아무리 뻐겨도 어차피 자신은 소나 말에게 짓밟혀 버릴 길바닥의 벌레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나'는 무참히 짓밟혔지만 수사라는 일의 의의에 대해서는 의심할 수 없었다. 이러한 비참한 몸이 되어 자신감도 긍지도 잃어버린 후, 그대로 세상에 살아남아 이 일에 종사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즐거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아무리 하기 싫어도 최후까지 관계를 끊을 수 없는, 인간의 숙명적인 인연과도 같은 것으로 느껴졌다. -18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