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한 문장 애지시선 29
서영식 지음 / 애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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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에게

바다가 바다만의 것이 아니고
숲이 숲만의 것이 아니라서
여기 온전한 내 것이 없다

그렇다고 바다가 고래의 것이거나
물풀의 것이라 할 수 없고
숲이 나무의 것이거나
이끼의 것이라 할 수 없는 노릇이라서
우린 누구의 누구도 아니었던 것

바다나 숲이나 하는 것들이
다 누구의 것도 아닌 것처럼
우리는 모두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각자의 각자들이었을 뿐

사랑이 사랑만의 것이 아니고
이별이 이별만의 것이 아니라서

여기, 온전한 사랑이 없다-80~81쪽

납이다

풀잎처럼 휘어진 낚시대를 보고 있었다. 그때 납이다! 아이가 소리쳤다 그래, 저건 고기가 아니라 납덩이가 낚시줄을 문 것이란다 다시 납이다! 아이가 소리쳤다 그래, 납이다 먹먹한 물 속에 가라앉아 숨을 참고 기다리는 거란다 다시 납이다! 나비다! 소리치며 아이가 뛰어갔다

아 나비, 추락을 반복하는 무거운 날갯짓 허공을 이고 나는 위태로운 비행의 저것도 강물 속 봉돌처럼 자꾸만 가라앉으려는

납, 나비다-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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