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 작품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정영목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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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민세문집이 222에 이르러 오스카 와일드까지 불러냈다.
빅토리아 시대의 만능 엔터테이너 오스카 와일드의 문학적 자질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하나의 동화, 네 편의 단편 소설과 두 편의 희곡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매력적인 작품집이다.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삶을 포함한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서 평가하는 태도를 유미주의라고 한다. 엄격한 사회 규범이 강조되던 19세기 영국에서 시대의 이단아로 불리는 한 편 '살로메'에서 포스가 전해오 듯 유미주의의 사도로 통했던 오스카 와일드...

맨 처음 작품은 어린 시절 누구의 작품인지도 모르고 읽었던 동화 '행복한 왕자'다. 
다시 읽으며 제비와 왕자의 우정에 관한 상상력을 키워주던 옛 기억을 더듬어 가는 것도 기쁨이었다.

"검에서 루비가 떨어져 나갔군. 눈도 사라졌어. 게다가 몸도 금이 아니야." 시장이 말했다. "이거 뭐 거지가 따로 없구먼!"
"거지가 따로 없군요." 시의회 의원들이 말했다.
"게다가 발치에 죽은 새도 있네!"
(21쪽, '행복한 왕자 중'에서)



파티에서 만난 용한 수상가(손금쟁이) 포저스 때문에 운명의 노예가 되어, 저주 받은 미래를 두려워 하며 갈등하고 갈등하는 청년 아서 새빌 경의 이야기. 사랑하는 여인과 결혼도 차일피일 미루고, 예고된 운명을 앞당겨 해결하고자 냉혹한 모습으로 고군분투 하지만 일이 만만치가 않았다. 결국 전전긍긍하던 그가 괴로움을 털어내고, 행복한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재치있게 풀이로 진행되어 독자에게 즐거움을 준다.

아서 경은 발을 멈추었다. 멋진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살금살금 포저스 씨 뒤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순식간에 포저스 씨의 두 발을 붙잡아 템스 강에 내던졌다. 상스러운 욕설에 이어 묵직한 것이 첨벙 하며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잠잠해졌다. 아서 경은 불안한 표정으로 난간 너머를 보았다. 수상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달빛에 반짝이는 물의 소용돌이를 따라 맴도는 실크해트 하나만 보였다.
(72쪽, '아서 새빌 경의 범죄' 중에서)



짧지만 사랑에 빠지는 남자와 이해할 수 없는 여자에 대한 지혜로운 상상력을 보여주는 비밀 없는 스핑크스...

"이보게, 제럴드, 알로이 부인은 그저 수수께끼에 푹 빠진 여자였을 뿐이네. 그냥 베일을 쓰고 그곳에 가서 자신이 수수께끼의 여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서 즐기기 위해 그 방들을 빌렸던 걸세. 비밀을 즐기던 사람이었던 거지. 하지만 그 여자 자신은 비밀이 없는 스핑크스에 불과했다네."
(85쪽, '비밀 없는 스핑크스' 중에서)


300년간 영국 캔터빌 저택을 누비던 유령이 새로운 가족을 만났다. 미국인 목사 가족인데, 문제들 그들 가족이 유령을 보고도 전혀 겁을 먹지 않고 귀찮아 한다는 것이다. 어떤 작전도 먹혀들지 않자 우울증에 빠지는 유령의 고민과 번뇌. 그리고, 해결사 버지니아의 이야기...

"나는 그 유령한테 어떤 개인적인 피해도 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데 말이야. 사실 말이지, 그 유령이 그동안 이 집에 머물렀던 세월을 생각하면 유령한테 베개를 던지는 것은 결코 예의바른 행동이 아니었어." 맞는 말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쌍둥이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어쨌든 유령이 정말로 라이징선 윤활유를 사용하지 않겠다면 사슬을 벗겨야 할거야. 방 밖에서 그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면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잖아."
(97쪽, '캔터빌의 유령' 중에서)



백만장자 모델(Millionaire models)과 모범적인 백만장자(Model millionaires)의 언어유희가 어울린 사랑과 현실에 관한 명쾌한 교훈...

결국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게 되었다. 완벽한 옆모습에 직업은 없는 쾌활하고 무능한 청년이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사랑에 빠졌다. 그가 사랑한 처녀는 로러 머튼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은퇴한 대령으로, 인도에서 자제력과 소화 기능을 잃어버린 후 결국 둘 다 회복하지 못했다. 로러는 휴기를 사모했으며, 휴기는 로러의 구두끈에 입이라도 맞출 태세였다. 이들은 런던에서 가장 잘 생긴 한 쌍이었지만 돈은 한 푼도 없었다. 대령은 휴기를 무척 좋아 했지만 약혼 이야기는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자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 일만 파운드가 생기면 오게나, 젊은이. 그때 생각해 보자고."
(132쪽, '모범적인 백만장자' 중에서)



그림과 함께 펼쳐지는 오스카 희곡의 문란한 상상력은 살로메를 탄생시켰다.
먼저 프랑스어로 출간 되었다가 나중에 애인 앨프리드 더글러스 경에 의해 영문판으로 런던에서도 출간되었다. 영문판에 사용된 삽화는 오브리 비어즐리의 작품인데, 강렬한 흑백 대비와 날카롭고 대담한 선의 예술은 작품의 대담성과 더불어 당시 보수층들에게는 심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요카난(요한)을 두려워하는 헤롯왕과 헤롯왕과 결혼한 형수 헤로디아, 헤로디아의 딸 살로메의 달콤하고 잔혹한 대화를 잠시 살펴보자.

살로메: 제가 귀 기울이는 것은 어머니의 목소리가 아닙니다. 제가 은 쟁반에 요카난의 머리를 달라는 것은 제 즐거움을 위해서예요. 전하는 맹세를 하셨습니다. 맹세를 하셨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헤롯: 나도 안다. 내 신들을 걸고 맹세를 했지. 나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이렇게 간청하마. 살로메, 다른 것을 요구해라. 내 왕국의 반을 요구해라, 그러면 그것을 너에게 주겠다. 하지만 방금 네 입으로 요구한 것만은 요구하지 마라.
살로메: 저는 전하께 요카난의 목을 청했어요.
헤롯: 안 돼, 안 돼, 그것은 너에게 주지 않겠다. 
살로메: 맹세를 하셨습니다, 전하.
헤로디아: 그래요, 당신은 맹세를 했어요. 모두가 당신의 말을 들었어요. 모든 사람 앞에서 맹세를 했어요.
헤롯: 입을 다물어라, 여인이여! 나는 그대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200쪽, '살로메' 중에서)




시작부터 신랄한 풍자와 유쾌한 말장난이 돋보이는 희곡 '진지해 지는 것의 중요성'은 2002년에 콜린 퍼스를 주연으로 영화화 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극중 어니스트(Ernset)라는 이름에 집착하는 네 사람이 등장하는데, 어니스트라는 이름이 '진지한'(earnest)과 발음이 같은 것을 이용하여 시대의 기득권층을 조롱하는 내용이다. 자신의 이름이 어니스트라고 여기저기서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두 남자 잭과 엘지넌은 단지 이름이 어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여자들과 사랑에 빠진다. 나중에 들통 나자 세례를 받아서라도 어니스트라는 이름을 새로 받으려는 잭과 앨저넌의 이야기는 매순간 폭소를 자아낸다.

그웬덜린: 아주 멋진 생각이에요! 워딩 씨, 당신한테 딱 한 가지만 묻고 싶군요. 당신 동생 어니스트는 어디 있죠? 우리 둘 다 당신 동생 어니스트와 약혼을 했으니, 당신 동생 어니스트가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이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한 일이 되었네요.
잭: (천천히 머뭇거리며) 그웬덜린, 세실리, 진실을 말할 수밖에 없어 매우 고통스럽군요. 이렇게 고통스러운 자리에 놓인 것은 평생 처음입니다. 나는 정말이지 이런 일에는 경험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나한테는 어니스트라는 동생이 없습니다. 나한테는 형제가 없습니다. 평생 형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앞으로도 형제를 둘 생각이 조금도 없습니다.
(292쪽, '진지해지는 것의 중요성' 중에서)


오스카 와일드,,,
마흔여섯의 생애를 획기적인 나날로 장식했던 위대한 사나이의 문학적 모든 기질이 압축된 책...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만나서 반가웠고, 내가 좋아하는 222라서 더욱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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