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꿈 - 당신은 어떤 시간에 살고 있나요?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권국성)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20세기 초, 상대성이론이 꿈틀거리던 1905년 4월 14일부터 6월 28일까지 아인슈타인과 그의 꿈속 이야기를 무한한 상상력과 철학을 문학으로 표현해 낸 작품이다. 이 얇은 책에 가볍게 서술된 수십 가지의 이야기들은 각각이 독립적이면서도 연속성을 갖고 지적으로 다가온다.




기억이 없는 세계는 현재의 세계다. 과거는 책 속에서만, 기록 속에서만 존재한다.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제각기 자신의 일기책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거기에는 자기 인생의 역사가 가득 적혀 있다. 날마다 그 책을 읽어서 자기 부모들의 신분을 다시 알아내고, 자기가 귀족 태생인지 천한 태생인지, 학교에서는 공부를 잘했는지 못했는지, 살아 오면서 뭔가 이룩해놓은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일기책이 없으면 그 사람은 2차원의 사진이나 유령과 다를 바가 없다. (74쪽)

속도 효과는 내연기관이 발명되어 고속운송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현상이었다. 1889년9월8일, 랜돌프휘그는 새로 산 자동차에 장모를 태우고 빠른 속도로 런던으로 모셔갔다. 뜻밖에도 그는 생각했던 시간의 절반 만에, 장모와 대화를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도착했고 그래서 그 현상을 자세히 관찰해 보기로 했다. 그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자 그때부터는 아무도 느리게 다니지 않게 되었다. (82쪽)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들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다. 말짱하게 깨어 있어도 옷을 입기가 두렵다. (116쪽)

실제로 이들 새가 잡히는 일은 거의 없다. 새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몸놀림이 빠른 사람은 아이들뿐인데 아이들은 시간을 멈추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이들 생각에 시간은 그렇잖아도 너무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순간에서 순간으로 허겁지겁 달려가면서 생일과 새해를 애타게 기다린다. 남은 인생을 도저히 기다릴 수 없다. 노인들은 시간을 멈추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너무 굼뜨고 피로에 지쳐 한 마리도 잡지 못한다. 노인에게는 시간이 너무 빨리 날아간다. 이들은 아침 식탁에서 차를 마실 때나, 옷에서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리는 손자손녀를 볼 때나, 겨울 햇살이 눈밭에 반사되어 음악이 흐르는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도 1분이라는 시간을 멈추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렇지만 이들은 너무 둔하다. 시간이 손닿을 수 없는 곳에서 뛰고 날아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이다. (157쪽) 

국내에 이미 몇 차례 번역되어 소개된 이 책의 역자는 예전에 권국성이란 이름으로 번역을 했고, 지금은 권루시안이란 필명을 사용하고 있는데, 왜 매번 출판사를 바꿔 가며 같은 내용의 책을 발간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흥미롭고 유익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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