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이뻐지는 시리즈가 있다. 창비시선 306호, 이별의 재구성을 받아 본 내 느낌이 그랬다. 해변가에서 발견된 여자는 자신의 직업을 인어라고 진술한다 그 시각 수산업협동조합의 심은하 씨 아버지 심학규 씨는 번쩍! 눈을 뜨고 만선의 깃발을 높이 올린 선박은 3내지 4미터의 파고를 뚫고 그 밖의 해상에서 돌아온다 그 소식을 들은 용국식당의 옌네는 장롱 깊숙이 넣어두었던 꽃무늬 팬티를 찾아 입고 고래다방 수족관 카쎄트에서는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가 흘러나온다 (58쪽, 어떤 섬의 가능성 중에서) 이 세상에 심은하씨는 몇이나 있을까? 효녀 심청이의 아버지와 같은 심학규 씨는 몇이나 있을까? 심은하의 아버지가 심학규일 확률은 어느 정도일까? 심은하가 유명해지지만 않았어도... ^^;; 안현미 시인의 '이별의 재구성'은 말장난이 남발하는 시집이다. 63쪽 시의 제목만 읽더라도 띄어쓰기의 즐거움이 있다. '이 별의 재구성 혹은 이별의 재구성' 그러므로 조심(?) 해서 의미를 헤아려야 할 시집인 것이다. 최고의 한류 스타인 비(본명:정지훈)처럼 춤을 잘 추는 여자 가수는 누가 있을까? 의자 등받이를 앞으로 돌려 앉아 다리를 감아 올리는 춤... 그리고 노래 '미쳤어'를 불러 유명해진 가수 손담비를 선택하는 사람도 많다. 한 때 결백하지 못한 남자 관계로 팬들의 지탄을 받다 활동을 접은 아이비 또한 춤 잘 춘단 소릴 들었다. 둘 다 끝이 '~비'인데나 나이도 젊어 후배이니 남자 비를 닮은 '여자비'로 불렸다고 하는데... 조금 썰렁한 연결이지만 그들과 무관한 말장난처럼 '여자비'란 제목의 무거운 시가 있다. 아마존 사람들은 하루종일 내리는 비를 여자비라고 한다 여자들만이 그렇게 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우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울던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에게서 나던 소리 울지 마 울지 마 하면서 젖 먹는 아이보다 더 길게 우는 소리 오래전 동냥젖을 빌어먹던 여자의 목 메이는 소리 (77쪽, 여자비 전문) 참으로 어려운 시라 생각된다. 손택수 시인은 이 시를 회상하며 뿌리를 상실한 채 젖을 구걸하며 떠도는 고통 속에 살고 있지나 않는지 주위를 둘러 동의를 구하는 평을 남긴다. 요새는 남자들도 잘 울기 때문에 몇몇 반발 세력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특유의 언어 유희와 함께 새로운 시집을 맛보았다. 나는 무(無)와 나를 접붙여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65쪽, <'풋'을 지나서> 중에서) 나 자주자주 까먹어요 슬픔을 고독을 사탕처럼 까먹어요 여러 빛깔의 사탕처럼 (27쪽, <뢴트켄 사진 - 생활> 중에서) 그때 그 시절! 복고 열풍도 있다. 냉전도 반민주도 복고 복고, 지지고 볶고 , 사는게 사는 게 아니라던 엄마만 없다 (42쪽, <내 책상 위의 2009> 중에서) 말장난에 취해 시인의 옛날 시집을 검색해 보니 이런 게 있었다. 한 권 살까말까 망설였는데 품절이라네... 아, 출판사도 다르구나! ^^; 내 책장의 오래된 시집들을 본다. 창비시선도 한 번 외관을 손볼 때가 되지 않았나? 십년도 넘은 창비시선 또한 최근의 시리즈처럼 이쁘게 재편집 해서 나왔으면 좋겠다는 소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