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 인생을 보다 맛있게 요리하는 25가지 레시피 노하우
김희재 지음 / 시공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그 누구도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않는 세상이다.
한국인은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서 사는게 소원이고, 동남아인들은 코리안드림을 꿈 꾸며, 미국이나 유럽인들은 동남아 해변의 별장에서의 삶을 꿈 꾸는 아이러니컬한 지구 풍경이 우습다.

오늘 전철 맞은 편, 삼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녀가 꾸벅꾸벅 졸면서 어떤 책을 읽고 있었다.
제목을 봤더니 "대한민국 20대, 말이 통하는 사람이 돼라", 그녀가 내 또래가 아닌 20대였구나 하는 미안함과 함께 숨이 턱 막히는 제목에 뭔가 타이르고 꾸짖는 듯한 그 느낌... 보다 훨씬 편안한 제목의 따뜻한 책이 내 손안에 있어 얼마나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죽을 때까지 색시하기... 추계예술대학 교수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김희재 선생님이 다양한 시선을 빌려 인생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프롤로그를 넘기면... 어르신들이 주변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방법에 관한 삶의 매뉴얼이 대화체로 준비되어 있다. 이것저것 간섭하는 아버지와 가족들의 대화를 예로 들어 경청에 관한 조언을 하니 귀에 쏙 들어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흐르는 세월을 탓하며... 거울도 자주 보고, 일주일에 한 번쯤 정장도 입어주고, 포커페이스 것이 나쁜 의미의 가식이 아닌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조언으로 요약될 수 있다.

좀 어려운 말이기는 하지만 '생긴 대로', '제멋대로' 살지 않고 '성질 죽여가며 사는 것'이 가면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가면을 쓰고 산다는 게 꼭 나쁜 뜻만은 아닌 것이죠. (41쪽)

평균연령 80대의 메사추세츠 노인 합창단 YOUNG@HEART가 로큰롤을 주로 부르는 이야기(51쪽)와 같은 긍정적인 사례들도 좋았고, 우리 세대들은 잘모르는 다음과 같은 유머(119쪽)를 접하는 기분도 상쾌했다.

"사람 참, 고드름장아찌 같네."
"그때는 개 보름 쇠듯 했지."
"미친년 정신 차리면 행주로 요강 닦는다."
"아새끼 울어대죠. 인민군 쫓아오죠. 빤쓰끈 끊어졌죠."
"매달린 돼지가 누운 돼지 걱정하네."
"그 녀석이 습자지 정신이 뛰어나지."
"아, 십원짜리 같은 자식."


평생을 아프리카 봉사활동으로 바치고 떠나가시던 김중만 교수(사진작가)의 의사였던 아버지가 유언으로 남긴 한 마디(75쪽) 또한 기억할만한 멋진 사례였다.

"2천만원 정도밖에 없는데 괜찮겠냐?"

스트레칭이 청년들 보다 중장년층에서 보다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는 이유는 거기에 필요한 것이 젊은이들의 단단한 체력과 근육이 아니라 꾸준함이 생명(204쪽)이기 때문이라는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가 가슴 깊이 새겨지는 독서였다. 김희재 선생님의 그런 조언 글들을 읽다 보면 정말 스트레칭도 해보고 싶고, 매일 거울도 보고, 고운 말씀 하시며 삶을 즐기게 될 어르신들이 넘쳐날 것이라는 희망의 울림이 전해온다.

아직 젊은 내가 이런 조언의 책을 새겨 읽어 보니 앞으로 내게 남은 66년의 삶(오래 전에 나는 예상수명 따로 정했음)이 보다 섹시해질 수 있을 것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실수로 선택한 책도 매우 가치있으니 그또한 기쁨이다.

어르신들께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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