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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평점 :
여행기인지 소설인지 헷갈리는 멋진 책이다.
고독한 화가 고갱과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2001년 5월 하순, 단편 드라마 제작하듯이...
미리 스토리를 기획한 다음, 촬영기사와 삽화가, 통역자를 만나 하네다 공항을 떠난 Ms.바나나는 일주일만에 돌아와 이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했고, 이듬해 무지개가 탄생했다. 소설의 배경은 그렇게 일주일 간의 현장답사로 정리 되었으며, 바나나의 상상력은 여행 가이드북을 겸한 아담하고 이쁜 책으로 탄생된 것이다.
맑은 영혼을 가진 스물 일곱 처녀의 고독이 녹아 있는 멋진 소설이다.
도쿄의 타히티안 레스토랑에서 10년 동안 일했던 그녀가 꿈에 그리던 타히티...
빛나는 레몬색 상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는 그녀는 도쿄의 레스토랑 '무지개' 사람들과 어머니와 함께 했던 고향 바닷가를 추억한다.

해변에서 프랑스인 꼬마와 그를 지켜보는 엄마의 다정한 모습에 오버랩 되는 그리운 옛날...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살면서 괴로운 일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양산을 쓰고 있는 이방인의 긴 치마 밖으로 곧게 뻗은 하얀 다리와, 새하얀 모래 위에서 너울대는 그림자를 돌아볼 때마다, 나는 몇 번이나 가슴이 메었다. (14쪽)
엄마가 돌아가신 뒤, 병들어 아팠을 때 깨달은 고독감... 그녀의 외로움엔 리듬이 있다.
그런 상상을 했더니, 지금의 시간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저 달콤하고 정겨웠다. 많지는 않아도 진짜 친구가 몇 명 있었다. 내 고집과 어눌한 감정 표현까지 모두 헤아리고 갖가지 친절한 말을 해주는 친구들이. (128쪽)
모레아 섬의 레스토랑을 도쿄로 옮겨 놓은 다카다 사장에 대한 그리움...
보라보람 섬의 바다 울타리 라구나리움에서 레몬빛 상어의 신기함을 함께 나누던 노부부...
타히티를 떠나기 전, 바닥 밑으로 바다가 보이는 수상 방갈로에 초대되어 온 가네야마 부인...
할머니와 어머니의 잇따른 죽음에 혼자가 된 그녀는 잠시 사장 집에서 일을 한다.
그 나름대로 완벽한 다카다의 부인은 케이터링 사업의 번창과 더불어 만삭의 여인이었다.
우리의 사랑스런 처녀는 도쿄 '무지개'의 사장 다카다를 사랑했고, 그의 고백을 받았으나 현실에 눈물 흘린다.
감정 확인을 키스로만 끝냈더라면 좀 약했으려나?
이성을 살짝~ 상실한 서재에서의 완력은 근처 러브 호텔로 옮겼어도 쑥스러웠다.
그 모든 아름다움에 확~ 반전을 가져다 준 완력의 고백은 썩 아름답지 못했으나 그럭저럭 현실의 반영이었다고 본다. 유부남과의 관계이다 보니 법적으로 불륜이었지만 이미 그 남자의 아내가 딴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설정만으로도 얼마든지 엽기적인 정당성을 확보했으니, 나는 그들의 사랑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믿어 버린다.
타히티를 떠나는 날, 팩스로 주고 받은 감정의 정리...
그리고, 고결한 실루엣의 오테마누 산과 이별하고 있을 대 펼쳐지는 아름다운 무지개...

현장의 무지개가 야마구치의 생생히 사진으로 살아 있으며, 고갱의 축복을 생각나게 하는 타히티의 여인들이 하라의 그림으로 가득한 소설, 돌고래와 수영하는 요시모토 바나나의 사진이 실린 드라마 같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