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영... 시를 쓰지 않고 시를 그리는 소녀... 소녀라고 하기엔 솔직히 조금 먹은 듯 싶지만 소녀라 불러주고 싶다. 이 소녀의 책은 비닐랩으로 감싸진 채 구입 전에는 미리 볼 수 없는 모험을 감행했다. 표지의 분위기나 책의 형식이 올 봄에 출간된 요시모토 바나나의 '해피 해피 스마일'을 표절한 듯 보였다. 외면하고 싶었지만 자꾸자꾸 눈길이 가던 이 책, 결국 서점을 나설 땐 내 손에 쥐여 있었다. 피노키오를 부러워 하는 글을 빼고는 대부분 아주 짧은 글과 함께 시가 그려져 있었다. 절반쯤 읽었을 때 나는 이 소녀의 책이 시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주 멋진 시집... 시소 너 당연히 모르겠지만 나 얼마 전에 병원에 다녀왔다 어깨가 기울었단다 아마 오른쪽으로 기울었다나봐 생각해보니 나 만날 가방을 오른쪽으로 맨다 좀 더 생각해 보니 네가 왼쪽에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이제야 기억이 나 (66쪽) 그녀의 강력한 상상력은 멈추지 않았으나 내 사사로운 감정은 136쪽에서 잠깐 더 머뭇거리고 있었다. 한참 동안 숫자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결국 0에 대한 더욱 큰 의미 부여임에 아름다웠다. 이 그림 시집은 마치 1990년대 초에 원태연 시인의 시집을 만났던 바로 그런 느낌... 멋진 책이다. 젊은 여자가 남자 친구에게 보다는... 젊은 남자가 여자 친구에게 선물하면 더 좋아할 것 같다. 우리나라에 초씨가 있었구나! 이름도 이쁜 초선영... 기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