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1 - 워런 버핏과 인생 경영 스노볼 1
앨리스 슈뢰더 지음, 이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워런 버핏은 작가에게 고리오 영감을 인용한 문장과 함께 자서전을 부탁한다.

"앨리스, 당신이 나보다는 더 잘 쓸 것 아닙니까? 나는 당신이 이 책을 써주면 좋겠어요. (중략) 발자크는 엄청난 재산 뒤에는 언제나 범죄가 있게 마련이라고 말했죠. 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는 그렇지 않아요. (중략) 내가 말하는 내용과 다른 사람이 하는 내용이 다를 때는 말입니다. 무조건 나를 나쁘게 말하는 쪽을 선택해 주시오. 아첨이 덜한 쪽으로 말입니다." (앨리스의 프롤로그 중에서)

그렇다면, 제목은 왜 스노 볼(The Snowball)일까?
박경철 박사와 안현실 한경논설위원의 추천사를 넘어서면 다음과 같은 문장이 처음 등장한다.

워런이 아홉 살 되던 해 겨울, 바깥에는 눈이 내리고 워런은 누이동생 버티와 함께 마당에서 논다.
워런은 눈송이를 손으로 잡는다. 그러다가 손으로 한 움큼 눈을 뭉친다. 점점 더 많은 눈을 붙인다. 제법 큰 공 모양의 눈뭉치가 된다. 소년은 이제 이걸 땅에 내려놓고 굴리기 시작한다. 눈뭉치는 눈덩이가 되고, 이 눈덩이는 점점 커진다. 신이 난 소년은 마당을 가로질러 눈덩이를 굴리고, 눈덩이는 더욱 커진다. 이윽고 눈덩이는 소년의 집 마당 끝에 다다른다. 잠시 망설이던 소년은 마침내 결심을 하고 이웃집 마당으로 눈덩이를 밀고 간다.
워런은 계속 눈덩이를 밀었고, 이제 그의 시선은 눈 덮인 온 세상을 향했다. (제1권 13쪽)

그리고 쪽을 넘기면 증조부에서부터 비롯되어 손자들까지 이어지는 워런 버핏 일가의 복잡한 가계도와 외가 및 처가의 가계도가 펼쳐진다. 이 방대한 분량의 자서전 2권을 받아 들면 본격적인 독서에 들어가기도 전에 숨이 턱 막힌다. "언제 다 읽지?"

하지만 어느덧 이 흥미진진한 자서전의 첫번째 권은 종반을 향해 달려 가고 있었다.
역시 대중의 관음 욕구는 자서전에서 그의 사생활에 집중될 것이다. 이 책이 독자를 사로 잡는 부분 중에 가장 흡인력 있는 이야기는 워런의 사생활로, 정신병이 유전되는 스탈가족에서 태어난 워런의 어머니 레일라는 자녀들을 학대했으며, 그의 이모와 조카 한 명은 자살한 불행한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무엇 보다고 놀라운 것은 아직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았던 그의 독특한 여자 관계다. 워런은 워싱턴 포스트의 파트너로 근무할 때 동질감을 이유로 캐서린 그레이엄에게 빠져 지냈고, 그 부적절함이 극에 달해 있는 동안 사랑하는 아내 수지(=수전)가 떠난다. 그 뒷얘기를 본문에서 발췌해 보면 다음과 같다.

수지를 존경하고 심지어 숭배까지 했던 애스트리드 역시 워런과 마찬가지로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워런이 자기와 절대로 정식으로 결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또 그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오마하 바깥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회적 및 사업적인 행사들을 수지에게 양보했고, 또 워런과 수지 사이의 결혼 관계가 가능하면 훼손되지 않도록 자기는 버핏의 집을 돌보는 여자로 불리는 데 만족했다. 애스트리드로서는 실로 불행한 일이었다. 버핏은 나중에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합리화했다.

애스트리드는 어느 위치에서 나와 잘 어울리는지 압니다. 자기를 필요로 하는 위치가 어디인지 압니다. 그 위치는 나쁜 자리가 아닙니다.

사실 그녀의 역할이 아무리 협소하게 규정된다 하더라도, 그 역할은 그동안 그녀가 늘 결핍감을 느꼈던 안정감을 완전하게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한편 이런 변화 속에서 수지는 워런 버핏의 부인이라는 후광을 누리면서 동시에 그 역할과 관련이 없는 영역에서 자기 삶을 충족시킬 수 있었다.
한편 워런으로서는 두 세상을 통해서 최상의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새로 형성된 관계가 워런이 잃은 것을 충분히 보상해주지는 않았다. 그가 캐서린 그레이엄과 혹은 (사람들이 시기를 혼동하는 바람에) 애스트리드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수지가 바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다는 세상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제1권 887쪽)


수지가 떠난 뒤, 캐서린 그레이엄은 정리되고 워런은 수지가 보내준 애스트리드와 동거를 하게 되는 다소 엽기적인 상황에 놓여진 것이다. 본처는 공식적인 아내이고, 본처를 존경하고 따르던 애스트리드는 사실상의 부인으로 그는 두 여자의 남편이 된 것이다. 평생을 정직하게 살아온 워런 버핏은 이 엽기적인 상황에 대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숨기지 않고 정면 돌파를 한다. 일부일처제의 사회제도를 거스르면서도 조강지처를 놓치지 않는 그의 사생활이 지면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는 동안 워런의 마음은 어땠을까?

워런은 이 책의 저자 앨리스 슈뢰더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쩌겠는가.
어쩌면 우리는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를 관통해 온 한 위대한 사나이의 일대기와 투자 방식, 삶의 철학보다 그것에 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저렴한 독자일 뿐인지도 모른다.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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