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마신다는 것은... 시원한 음료수나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많은 준비와 기다림 + 애정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화가 난다고 차를 벌컥벌컥 마시는 사람도 없으며, 차를 후루룩 마시며 다투는 부부도 없다하지 않았는가. 그러한 다인들의 모임이 있고, 그 모임의 일원인 박정래 시인이 판화가 정병례 선생의 도움을 받아 아름다운 시집을 한 권 냈다. 아마도 그들이 속한 동호회 혹은 찻집인듯한 '은성다향'을 배경으로 그곳에서 만난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의미 있는 作詩를 하였으며, 차 마시시기 좋은 공간, 좋은 시기를 배경으로 이러저러한 수 많은 시를 묶었다. 두물머리 텃밭에 은구슬 금구슬 심어 놓고 쫑알거리며 물의 씨앗 자라는 거 보는 재미 비구니 독경 소리 석간수처럼 끊어질 듯 이어지고 그 자비 끓여내면 곡우세작 햇차 잎 절로 익네 먼발치 남·북한강 부둥켜 안고 사랑하고 임의 하얀 찻잔 넘쳐 味香이나 될거나 - 171쪽, 수종사 찻집에서 - 기대보다 멋진 시집이다. 며칠 전에 접한 이생진 시집 '서귀포 칠십리길'과 같은 출판사에서 거의 동시에 출간된 시집이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권 쯤 챙겨 둬도 좋을성 싶은 이쁜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