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있다. 스물일곱 그녀의 이름은 카타리나 블룸이다. 가정관리사로 썩 잘 나가는 직업을 갖지는 못했으나 나름대로 성실하고 검소하여 아파트와 멋진 차를 소유한 그녀는 남부럽지 않은 않은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카니발에서 어떤 멋진 남자가 다가왔다. 그 남자의 이름은 괴텐으로 매우 친절하고 그녀에게 다정했다. 외롭던 그녀가 어찌 그런 남자를 거부하리오? 하지만 수배중인 인물이었던 괴텐은 그녀를 난처한 상황에 홀로 두고 달아나 버린다. 경찰이 찾아와서 카타리나를 추궁하고, 너무도 황당한 상황에 묵비권을 행사하던 그녀에게 조선일보, 동아일보와 같은 흥미와 왜곡에 천재적인 신문사의 분별력없는 테러가 시작된다. 그녀 가족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그녀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혼 전력이 흥미롭게 기사화 되고 이제 그녀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악녀로 가공되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녀의 문란한 사생활과 난잡한 과거사를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이게 되고 기자와 신문사의 테러는 판매부수에 열을 올리며 더욱 더 신나게 왜곡된다. 내가 존재하는 시공의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사회부 기자와 다를 바 없는 특종 사냥꾼 퇴트게스... 카타리나 블룸은 살인범의 정부가 되는 것도 모자라, 테러리스트의 공조자이자 음탕한 공산주의자가 되었으며, 무능의 첨단을 달렸던 그녀의 전남편으로부터 모든 것을 용서할테니 돌아오라는 소리까지 언론을 통해 접해야 하는 화끈한 팜므파탈의 상징이 된다. 악질 기자 퇴트게스와 그가 소속된 악질 신문사 차이퉁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되는 연약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내가 그녀의 입장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 것일까? 그녀의 선택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녀는 정말 살인자가 되기로 결심했고 결행한다. 누가 피해자일까? 죽은 자가 피해자일까 죽인 그녀가 피해자일까? 아니면 모두가 피해자일까?? 얇은 책 한 권이 우리나라 보수언론의 그것을 생각하게 했다. 민음사가 내놓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끼리끼리 놀아나는 조중동은 이 책에 대해 리뷰를 할 용기가 없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자체적인 북섹션에 양심에 흔들림 없이 이 책의 리뷰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은 독자 기만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