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스타인벡... 접근이 쉽지 않아서 그렇지 누구라도 그의 책을 읽고나면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수많은 대사와 심리묘사들이 아주 잘 다듬어진 수준급 명대사와 삶의 진리로 가득한 것 같다. 가끔씩 토해내는 인디언을 비롯한 유색인종에 대한 시각들은 인종차별적인 글들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인간애를 벗어난 시각은 아닌 듯 싶다. 2세기 전에 인디언을 상대로 싸웠던 백인의 후예라면 그럴 수도 있거니 싶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소설에서 신비롭고 위대한 정신을 보여주는 중국인 리의 이미지를 만나면서 존 스타인벡이 결코 편협한 인종주의자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말이다. 분노의 포도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존 스타인벡의 이 소설은 그에게 자전적인 소설의 의미를 갖는다. 존 스타인벡의 외할아버지인 새무얼 해밀턴의 존재가 그렇고, 그의 어머니의 존재가 또한 그렇다. 소설의 화자 또한 제대로된 등장인물은 아니지만 작가 자신이다. 소설을 읽으며 이 소설의 배경을 찾아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호기심일 것이다. 나는 구글 어스를 실행시켜서 Salinas라는 지역을 검색해 봤다. 캘리포니아와 로스앤젤레스까지 거리를 100이라고 했을 때 캘리포니아 시티로부터 25 정도 되는 지점에 위치한 그곳은 존 스타인벡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곳이다. 구글어쓰에 등록된 사진에도 스타인벡의 자료들이 어렵지 않게 보여지는 곳이다. 스타인벡의 도시 살리나스를 장소로하여 100년 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이 참으로 매력적이다. “에이브라, 우리 어머니는 창녀였어.” “알고 있어. 네가 말했잖아. 우리 아버지는 도둑놈이야.” “내게는 어머니의 피가 흐르고 있어. 알겠어, 에이브라?” “내게는 아버지의 피가 흐르지.” (2권636쪽) 대단한 연인들의 대화다. 처음엔 아론의 연인이었으나 이제 그녀는 쌍둥이 동생 칼렙을 사랑하고 있으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칼렙에게 이 대단한 위로의 말을 던지는 것이다. 아버지를 위해 헌신했던 칼렙이,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고, 분노를 억제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약한 형에게 어머니의 실체를 보여준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어머니의 존재를 발견한 청년은 그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입대를 한다. 그러한 아론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접한 아버지 애덤은 뇌졸중으로 쓰러진다. 이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죄책감 많은 17살 청년 칼렙의 고통과 갈등을 감싸주는 에이브라의 언어들은 더 이상 위로가 없을 듯이 전해 온다. “팀셸......" 칼렙을 이해해 달라는 리의 애원에 응답하며,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뱉어내는 애덤의 마지막 언어... 팀셸은 언젠가 새무얼 해밀턴(존 스타인벡의 외할아버지)과 리와 애덤이 논쟁을 했었던 단어다. 애덤은 아주 힘들게 오른 손을 들어 올리다 떨어 뜨리며 마지막 힘을 다해 칼렙에게 그 구원의 단어를 유언으로 남긴 것이다. “팀셸! 너는 죄를 다스릴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