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숲 - 합본
신영복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알면 알수록 푹 빠져들게 되는 신영복 선생님...

이 책의 제목을 내용과 잘 연관짓지 못하는 독자가 있을 듯하여 먼저 제목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것 같다. 신 선생님의 세계에서는 사람이 곧 나무다. 사람과 사람이 나무와 나무이고, 그러한 까닭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숲을 이룰 수 있다. 암울하고 어두워진 이 세상을 보다 희망으로 되돌리는 방법으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생님에게 '더불어 숲'은 모든 진리를 함축하는 말이 된다.
사람을 나무라 칭하는데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는데,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듯 나무는 글로벌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무에게는 그 뿌리가 있어서 함부로 그 뿌리를 뽑아 옮긴다던가 하면 안된다는 의미로 세계화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만 20년 20일만에 풀려나기까지 선생님에게 세계여행의 기회는 없었다.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러 풀려났지만 사면복권은 되지 않아 안정적인 신분도 보장받지 못하다보니 직업 또한 대학 강사 이상은 불가능했다. 이에 선생님을 아끼는 친구분들이 선생님의 진면목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고, 국내 중요 신문에 선생님의 글을 연재하기로 의견을 모았었다. 선생님과 친분이 깊은 후배 이근성 선생님(현프레시안 고문)이 당시 중앙일보 기자로 있었던 까닭인지 중앙일보에 선생님의 국내여행이 기획되고, 엽서의 형식으로 원고청탁이 들어 갔으며 그렇게 연재된 기사는 돌베개 출판사의 '나무야나무야'로 출간 되었다.
국내여행기의 반응이 워낙 좋아 내친김에 세계여행을 기획하게 되고, 중앙일보 사장까지 나서서 정부 최고기관에 찾아가 사정한 끝에 비록 단수여권이나마 세계 여행이 가능해졌다. 발급 후, 한달 밖에 체류할 수 없는데다 도중에 입국하면 발급이 취소되어 재발급 받아야 할만큼 참으로 귀찮고도 복잡한 여권이 아닐 수 없다. 그 여권으로 1년 동안 세계 각지를 떠돌아 다니며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느낌을 적어 엽서로 띄웠을 선생님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첫 여행지인 스페인의 우엘바 항,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향해 떠났던 바로 그 지점에서 그동안 역사를 지배해온 서구의 존재론, 그 살육과 파괴의 정복욕을 곰곰이 돌이켜 보며 500년전 침략사를 고민해 본다. 발상의 전환이라고 예찬받던 콜럼버스의 달걀은 생명을 무자비하게 짓이기는 폭력성의 상징일 뿐이라던 선생님은 '생명'이라는 단어를 보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달걀의 타원모양이라 말씀 하신다. 우리는 서구중심 문화의 꿈에서 깨어나 우리 자신이 지니고 있는 생명의 사상, 관계를 맺고 사는 아름다운 정신을 다시 찾아야 할 것만 같다.

남미를 여행 할 때는 LA공항에서 TWOC로 묶여 있어 또다른 감옥생활을 체험했을 법도 하지만 어쨌거나 선생님 스스로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골라 떠날 수 있었고, 중앙일보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영영 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를 세계 각지의 여행을 마쳤다는 점은 행운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의 진면목을 세상을 알리게 된 것은 선생님의 철학이 있는 여행엽서에 있지 않았을까?

내가 이 책을 처음 본것은 1998년 6월과 8월에 연속 출간된 '더불어숲 1, 2권'이었으며, 제대로 다시 읽게 된 것은 2003년에 합본되어 재출간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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