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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 이야기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8
고골리 지음, 조주관 옮김 / 민음사 / 2002년 9월
평점 :
제목부터가 러시아어 발음에 기초한 것으로 내용의 인명과 지명 또한 사실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은 어색했다. 마치 정수일 선생님의 '실크로드학'을 읽는 느낌과 많이 비슷했다.
이 책은 제정 러시아의 수도 뻬쩨부르그(St. Petersburg;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배경으로 한 '니꼴라이 고골'의 단편 모음집인데, 코, 외투, 광인 일기, 초상화, 네프스끼 거리등 다섯 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제목을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라 명한 것이다. 18세기 작품답게 수록된 다섯작품이 모두 현실성이 많이 떨어지는 기발한 상상력을 보여주며... 러시아 근대 문학의 근원지에 자리하게 한 고골의 대표작들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고골의 희곡 '검찰관'을 읽기 전에 미리 선택한 작품이기도 하다.
"러시아의 작가는 모두 고골리의 '외투'에서 나왔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발언을 참고해서 읽는다면 이 책이 좀 더 멋져보일지도 모르겠다.
코
이발사 이반 야꼬블레비치는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다가 빵 속에 코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발사는 빵 속의 코를 다리 주변에서 몰래 버리려다 경찰한테 들킨다. 한편 8급 관리임을 항상 자랑스러워 하는 꼬발료프 소령은 잠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다가 자신의 코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는 승진 청탁을 하기 위해 지방에서 수도 뻬쩨르부르그로 올라온 인물이다. 크게 당황한 소령은 코를 되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다니다가 우연히 5급 관리 행세를 하는 자기 코를 보게 된다. 꼬발료프는 귀하는 내 코 라고 코에게 말하지만 코는 그의 말을 무시해 버린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코가 거짓말처럼 다시 꼬발료프 얼굴 한복판의 제자리로 돌아온다. 소령은 기뻐하면서 이전의 생활로 다시 돌아간다.
외투
어느 관청에 근무하는 말단 관리 아까끼 아까끼예비치 바쉬마취낀은 문서를 베껴 쓰는 일에 남다른 애착을 보인다. 주변 동료들이 그를 재미 삼아 놀려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자기 운명에 만족하며 평온하게 살아가는 그에게 뜻밖의 큰일이 생긴다. 외투가 너무 낡아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낼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아까끼는 눈물겨운 금욕 생활 끝에 새 외투를 장만하여 처음으로 입고 출근한 날, 직장 상사가 축하 파티를 해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날 밤 파티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인적이 드문 어두컴컴한 거리에서 갑자기 강도가 나타나 그의 외투를 빼앗아간다. 다음날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간 고위층 인사에게 아까끼는 호되게 질책만 당한다. 아까끼는 절망 끝에 심한 열병을 앓다가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만다. 그가 죽은 후, 뻬쩨르부르그 거리에 밤마다 말단 관리 모습의 유령이 외투를 빼앗아간다는 소문이 돈다. 어느 날 마차를 타고 가다가 그 유령을 만나게 된 고위층 인사는 겁에 질린 채 외투를 벗어던지고 집으로 도망친다. 그 사건 이후로 유령에 대한 소동은 진정되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뻬쩨르부르그에 유령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한다.
광인 일기
9급 관리 뽀쁘리시친은 국장의 딸을 사랑하나, 그의 사랑은 자신의 낮은 신분으로는 이룰 수 없는 불운한 것이다. 사랑으로 미쳐가던 그는 개의 편지를 훔치게 되고 국장의 딸이 자기를 사랑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충격으로 인해 그는 완전히 미쳐버리고 정신병원에 끌려 들어가게 된다. 자신이 스페인의 페르디난트 왕이라고 여기는 광인은 왕의 대관식이라고 생각하며 정신병원에서의 온갖 고통을 겪어낸다.
초상화
어느 날 가난한 화가 차르뜨꼬프는 미술상 앞을 지나가다가, 상대방을 노려보는 무서운 눈의 노인을 그린 낡은 초상화 한 점을 사게 된다. 그 뒤 그는 우연히 초상화의 액자 속에서 발견된 금화를 밑천으로 신문 기자를 매수하여 자신의 세속적인 명예와 부를 획득한다. 그러나 세속적 출세로 나태와 권태 속에 시들어갈 때 그는 옛날 친구의 진지하고 훌륭한 그림을 보고서 강한 충격을 받는다. 참예술에 대한 정열의 불꽃을 꺼버리고 청춘 시절을 탕진해 버린 그는 결국 무서운 고통과 절망 속에서 화가는 고가의 미술품을 사다가 찢어버리는 광기를 보이다가 숨을 거두게 된다. 그후 어느 경매장에서 그 문제의 초상화가 경매에 오르고, 거기서 그 초상화의 내력이 밝혀진다. 그 초상화를 그린 사람은 당대 최고의 성상화가이고, 초상화 속의 기괴한 노인은 언제나 재앙을 몰고 다닌 고리대금업자였던 것이다. 그 내력을 알고 있는 사람은 성상화가의 아들로서 그 초상화를 회수해 가고자 했으나 한눈을 파는 사이에 그 초상화는 다시 사라져버린다.
네프스끼 거리
어느 날 저녁 무렵 화가 삐스까료프와 중위 삐로고프가 뻬쩨르부르그의 네프스끼 거리를 산책하다가 우연히 눈에 띤 두 미녀를 각각 쫓아가게 된다. 화가가 마음 설레며 몰래 뒤따라간 아름다운 검은머리의 여인은 거리의 창녀였다. 화가는 그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꿈속에서나마 그가 원하는 순결하고 아름다운 처녀로서의 모습을 보고자 한다. 마약을 이용해서까지 꿈을 꾸던 그는 결국에는 실제로 그녀를 찾아가 청혼을 하지만 그녀는 크게 웃어대며 그를 비웃는다. 화가는 절망에 빠져 면도칼로 자신의 목을 그어 자살한다. 한편, 중위 삐로고프가 매혹을 느껴 뒤따라간 금발 여인은 독일인으로 유부녀였다. 이에 개의치 않고 그녀를 정복할 욕망을 불태우던 그는, 어느 날 여인의 남편이 부재한 틈을 타 금발 미녀와 춤을 추고 키스를 하려다가 남편에게 들켜 실컷 두들겨 맞고 쫓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