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에 나는 관철동 코아아트홀에서 일 포스티노(Il Postino, 1994)를 만났다. 수즙음 많고, 어리숙한 촌놈이 위대한 시인 네루다의 전담 우편물 배달요원이 되면서 펼쳐지던 아름답고도 재미있고 슬프기까지 했던 영상들... 위대한 바다와 위대한 시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며, 마리오로 열연했던 마시모 트로이시의 유작으로 기억된다. 그는 로베르토 베니니와 함께 이탈리아 영화계의 쌍두마차였는데, 촬영이 끝난 다음날 사망했다 한다. 영화의 배경은 원작소설과 달리 이탈리아였지만... 원작의 멋과 사상을 잘 각색한 것 같다. 그렇게 영화 일포스티노도 제법이지만 원작 소설은 훨씬 유쾌하고 멋진 것 같다. 문학의 즐거움과 우아함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할만큼 감칠맛 나고 재미있는 문장력을 구사해 주었고, 독설가인 주인공 마리오의 장모가 토해내는 속담의 묘미를 제대로 보여준 번역도 빛났다. 진정한 글맛에 빠져 허우적 거리게 했던 아름다운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