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연애편지에 인용하기 위해 버지니아 울프와 박인환 시인, 성경의 아가서를 끌어 들인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아직도 버지니아울프가 누군지도 잘 모르면서 20여년 전부터 그녀를 들먹였다고 생각하니 나는 참으로 조숙했던 불량감자였었나 보다. 중학교 1학년때 내가 달달달 외우던 목마와 숙녀라는 시의 핵심 등장 인물로서 버지니아울프가 있었으니 어찌 그녀를 외면하고 지나갈 수 있었으랴. 그리고, 내가 다시 버지니아 울프에 빠져든 것은 20대 초반에 그녀의 소설 세월(The Years)를 읽으면서였다. 사실 빠져 들었다기 보다는 참 재미 없게 읽었던 책인 것 같다. 뭔가 의무감에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10여년이 흘러 다시 잡은 그녀의 책이 바로 이책이다. 이 책은 남자들이 그렇게 썩 좋아할만한 내용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간 여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명문이었노라고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