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 공식 한국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나라가 온통 개발과 경제 살리기에 목 메달고 있는 시점이다.
개발지상주의를 앞세운 정치인과 그에 열광하는 소시민들에게 반드시 읽어주고 싶은 책이 있다.

오래된 미래, 미래가 오래되었다니 도대체 앞뒤가 맞지는 않는 제목이지만 참으로 멋진 詩를 만난 느낌이며, 이 책을 읽고나면 왜곡된 마음으로 반드시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진정한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라다크, 히말라야 고지대에 존재했던 이 왕국은 힘의 논리와 국제사회의 질서에 따라 인도의 한 지역으로 편입되었고, 1975년 세계인들에게 개방된 이후 눈부신 산업화를 통해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된다.
그런데, 발전이라는 것은 과연 얼마나 좋은 것일까?
이 책은 라다크를 통해 세계화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가를 생각하는 그런 책이다.
스웨덴 출신의 언어학자인 작가는 최초로 라다크를 방문한 외국인중에 한 사람으로 1년만에 라다크 언어를 배웠고, 그 곳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그들에 빠져들고 반해버린다. 아직도 일년중 절반을 라다크에서 보낸다는 헬레나는 라다크의 그리운 옛날이 앞으로 지향해야할 방향은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산업사회 병폐와 그 허구성을 폭로하고, 천년이 넘도록 히말라야 서부 고원의 아름다운 공동체를 예찬한다.
표지는 물론이거니와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라다크인들의 아름다운 미소는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산업화는 그 천년의 미소를 앗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NS사에서 나온 번역판을 소장하고 있었지만 단 하나의 아쉬움은 출판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책으로 보기에 다소 허약한(?) 체질이라 소장용으로 장수를 누리기에는 힘들다는 판단이었다. 아주 오래 시간이 흐른 후에 나의 후세들에게 보여주고 싶을 때 좀먹은 책이 되지 않도록 보관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시점에 새로운 출판사에서 가독성과 지질을 높여 내놓았으니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 기쁘다.

출판사도 바뀌고, 번역자도 바뀌었으며, 가독성을 위해 글자 크기와 자간 등을 여유롭게 처리하여 전체적으로 100쪽 가깝게 더 두꺼워진 것은 자연스럽게 가격상승으로 이어졌다.

책의 개정판이 나와서 여러모로 신경쓰다보니 가격 상승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무려 2배나 껑충 뛰어버린 가격, 이것도 개발은 개발이고 발전은 발전이라 책이 주장하는 바에 비추어 과연 독자는 더 행복해진 것이 맞는가를 고민하게 하는 역설이 있다.

나는 읽기 편하고, 지질이 건강해진 것만으로 그동안 아쉬워했던 부분이 해결되었기에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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