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도매상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0
존 바스 지음, 이운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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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완독 프로젝트... 이 시리즈를 통해 모두 150권을 통과!

 

 

오랜만에 참 두꺼운 책을 읽었다. 총 3권에 걸쳐 모두 1,676쪽에 달하는 '연초 도매상'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작품으로 패러디 역사소설로 분류된다. 존 바스는 작품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17세기의 시인 에브니저 쿠크를 발견했고, 그의 시와 여정, 그가 살았던 시대를 배경으로 이 재미있는 소설을 써낸 것이다. 이 방대한 역사 패러디는 실질적인 3부와 더불어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4부까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부 내용과 그 목차를 살펴보고, 4부까지의 줄거리를 요약해 보도록 하겠다.

17세기가 끝나갈 무렵 런던의 커피하우스에 자리잡고 앉아 있는 한량과 얼간이들 사이에서 키가 껑충하고 호리호리한 말라깽이 청년 한 명이 있다. 학문을 닦는데 보다는 운문 짓는데 더 관심이 많은 이 청년의 이름은 에브니저 쿠크로 아메리카에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곳은 그의 아버지 엔드루 쿠크2세에 의해 쿠크포인트라 명명된 약 1,000에이커 가량의 매우 좋은 경작지가 있고, 그 경작지 안에 작은 장원인 몰든이다. 그에게는 이란성 쌍둥이 여동생 소중한 안나가 있었는데, 그들의 어머니는 둘을 낳다가 죽었고, 그 둘은 트위그 부인의 손에서 자라다가 4살이 되었을 때, 그의 부친 엔드루는 영국으로 귀환했다. 따라서 우리의 주인공 에벤(에브니저 쿠크)은 서른살이 가까워지도록 아직 아버지의 땅 쿠크포인트에 가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에벤과 안나는 가정교사인 헨리 벌링검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성장한다. 에벤은 케임브리지 대학으로 진학하지만 운문에만 관심이 있을 뿐 공부에 별다른 관심이 없어서 결국 낙제한다. 방황하던 그에게 헨리 벌링검이 찾아와 아메리카와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위독한 아버지를 찾아가 슬퍼하는 에벤에게 그 아버지는 메릴랜드의 연초 농장(쿠크포인트)으로 떠나갈 준비를 하라고 한다. 런던으로 돌아와 시를 쓰고 허송세월을 보내던 그에게 조안 토스트라는 매춘부가 나타나고, 엉뚱한 에벤은 그녀를 사랑하게 되고 평생 숫총각으로 자신의 순결을 지키겠노라고 시키지도 않은 맹세를 한다. 이제 쿠크포인트를 찾아 메릴랜드로 떠나기로 결심한 에벤은 분위기 파악 못하고, 볼티모어 경을 찾아가 메릴랜드의 계관시인으로 임명받는데, 이미 메일랜드를 악당 존 쿠드를 통해 빼앗겨서 왕에게 넘겨주고 별다른 권리도 없는 이로부터 계관시인의 칭호를 받는 그는 마치 돈키호테의 모험을 예고하는 듯 하다.

1부가 끝나가는 제1권 225쪽에서 226쪽에 걸쳐 에벤이 자신을 놀리는 친구들 앞에 하는 고백 또는 결심은 참 명문이라 생각한다. 요약하면 이렇다.

"나는 그를 잘 알고 있네. 홀로 그가 죽는 걸 지켜보았고 또 그를 위해 만가를 지었으니까. 그는 내기를 건 그날밤, 출산을 하다가 죽었어. 그는 어린 시절부터 뱃속에 태아를 지니고 있었고, 보기 드물게 늦게 해산했기 때문에 산통 때문에 죽은 것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능력있는 산파를 만난 것은 세상 사람들의 복이었어. 그 산파는 바로 자네들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완전히 성장한 상태로 분만 시켰거든."

마치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의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글을 보는 듯한 느낌인데, 코믹이 넘치는 이 소설에서 나름대로 감동적으로 접수한 자기 개조의 모습이다.





에벤이 런던을 떠나려는 시점에서 자신의 분수를 모르는 에벤의 시종 버트랜드는 아랫집 유부녀 베시와 바람을 피우고, 안나는 역참으로 배웅을 나와 어머니의 유품인 반지를 건내준다. 플리머스로 향하는 마차 안에서 아메리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피터 세이어 대령을 만나는데, 알고보니 그는 변장한 헨리 버링검이었다. 옛 가정교사 헨리로부터 아메리카의 정치 상황과 그 자신의 조상을 찾아 떠난 모험담 및 포카혼타스로 유명한 존 스미스 선장의 '버지니아 통사'의 흥미로움과 에로틱함을 일부만 전해 듣는다.

헨리와 헤어진 후, 볼티모어경이 직접 싸준 계관시인 위임장마저 잃어버린채 배에 오르는데, 그의 시종 버트랜드가 계관시인 행세를 하고 있는 황당한 사건에 봉착한다. 심지어 버트랜드는 도박에서 에벤의 재산까지 몽땅 날려버린다. 정말 분수를 모르는 시종이다. 그들이 탄 배는 갑자기 나타난 해적선의 공격을 받고, 에벤은 수많은 여자들이 강간 당하는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는데, 그 순간 자신도 이성을 잃고 한 여자에 대한 성욕을 느끼다가 그 강간은 미수에 그친다. 에브니저와 버트랜드는 바다 한가운데로 던져진다. 다행히 생각지도 않았던 육지에 다다른 생명을 부지한 두 사람은 원주민의 왕이었던 쿼사펠라를 만나고, 그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 땅을 침략한 영국인들을 만나 엉뚱한 곳에 도착한 그들은 돼지 치는 여자 수잔 워렌을 만난다. 런던 출신인 그녀에게서 조안 토스트의 소식을 전해들은 에반은 그녀를 찾아 미첼 선장 집으로 찾아가서 엉뚱하게도 그의 아들 티모시로 변장한 헨리와 조우를 한다. 다시 헨리를 따라나선 그는 인디언 찰리 마타신의 이야기와 그의 조부인 피츠모리스 신부의 이야기를 듣는다. 헨리는 자신의 조상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스미스 선장의 일지를 손에 넣기 위해 무슈 카스틴으로 변장하고, 결국 그 일기장 일부를 취한다.

우리의 순진한 주인공은 케임브리지 시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수잔 워렌을 보고 재판에 끼어들었다가 연초 농장을 날려버리는 우를 범한다. 모든 것이 풀리지 않자 헨리와도 싸우고 헤어진 에벤 쿠크는 떠돌이 창녀 메리 멍고모리를 만난다. 메리로 부터 그녀의 첫사랑 찰리 마타신이 빌헬름 티크 일가를 몰살한 사정을 듣고, 헨리에 대한 오해를 풀게된 에벤은 연초농장이 있는 몰든에 도착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그는 얼떨결에 수잔 워렌과 결혼하고, 열병에 걸린 와중에 그이 작품 '연초 도매상'을 쓴다. 수잔 워렌이 앞선 해적선 사건 당시 자신이 욕정을 느꼈던 여인이자 조안 토스트라는 사실과 쌍둥이 여동생이 아메리카에 도착했다는 소식까지 듣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쌍둥이 여동생 안나를 찾아 도망치듯 떠난다.
제2권 450쪽부터 460쪽까지 10여 쪽을 장식하는 이어지는 욕의 퍼레이드는 정말 재미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창녀를 의미하는 온갖 욕이란 욕은 다 나오는데, 존 바스가 얼마나 언어 구사력이 뛰어난 작가인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음지의 결정체가 아닌가 한다.

아울러 제2권 485쪽 부터 491쪽까지 이어지는 에벤의 풍자시 '연초 도매상'이 중간중간 생략된 채 서술된다. 에벤이 받은 상처가 그 시에 고스란히 묻어 나온다.


바보들을 가득 실은 우리의 배는
플리머스 해협으로부터 메릴랜드로 향한다.
망망대해에서 겪은 무서운 일들에 충격을 받은 채,
우리는 끔찍스러운 고통 가운데 그곳에 도착한다…….

…중략…

……대화가 실종되고, 예의 범절이 땅에 떨어졌으며,
분별력이라곤 도무지 찾아 볼 수 없는 곳…….

…중략…

…… 군중들이 그들의 현명한
지방재판소에 모여들어 정의와 법을 만들고
오락거리도 찾는다.

담배 농사를 짓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모이고,
술 취한 판사들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앚고,
경비가 조용히 하라 외치면,
변호사가 곧장 침묵을 깨고,
원고와 피고를 대표하여 언쟁을 하는데,
나는 그들의 헛소리와 터무니 없는 말과,
거짓 증언들과 뻔뻔한 거짓말과, 억지 주장들이
결코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중략…

매에 올라 바람을 기다리면서,
나는 이 끔찍한 저주를 뒤로 하고 떠난다.
식인종들이 바다를 건너와서
이 노예들을 약탈하기를, 그들이 내게 그랬던 것처럼,
상인의 무역선들은 결코
이 잔인하고 적대적인 곳을 탐험하지 말기를,
세상에 의해 버려져 굶주리기를,
그들이 당해도 싼 그런 운명을 경험하기를,
그들이 야만인이 되기를, 혹은 야생의 인디언으로서
무역, 대화, 그리고 행복으로부터 추방되기를,
신을 배신하고 태양을 숭배하기를,
그리고 미신에 지배받는 이교도로 변하기를,
복수를 위한 기회가 무르익도록…….
그런 다음 신의 분노가 이곳에 떨어지기를,
남자들은 신의가 없고 여자들은 정숙하지 않은 이곳에!

이 저주의 詩는 이 소설의 주인공 에벤 쿠크가 받은 상처만큼 아리다. 그 동안의 스토리가 거의 모두 이 시에 함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 탓인지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다시 만난 헨리는 안나와 아버지 앤드루가 함께 메릴랜드에 와 있다고 말한다.
시인으로 신분을 속이고 로보담 양과 사기 약혼을 한 버트랜드는 헨리가 바로 그 동안 찾아다니던 악당 존 쿠드라고 주장한다. 안나를 찾아 떠난 배에서 인디언들의 습격을 받는 바람에 다시 그들의 소굴로 끌려간다. 그곳에는 놀랍게도 런던시절 조안 토스트의 연인이자 포주였던 존 메키보이를 만나고, 예전에 자신이 도와준 바 있는 쿼사펠라를 만나 목숨을 구하게 된다. 여기서 또 존 스미스의 '비밀 역사'를 일부 발견하는데, 존 스미스 선장과 동행했던 헨리 벌림검 경이 예상했던대로 헨리의 선조라는 것이 밝혀지며, 찰리 마타신이 헨리의 형제라는 생각지도 못한 사실까지 밝혀진다. 존 메키보이와 에브니저는 헨리와 그의 또 다른 형제 코훈코우프레츠를 데려오는 조건으로 풀려난다.

메리 멍고모리를 통해 빌리 럼블리(코훈코우프레츠)와 결혼한 안나의 소식을 전해듣고, 안나를 돌봐 준 적이 있는 러섹 부인과 그녀의 딸 앙리에타가 예전에 해적선에 납치되었다가 헨리의 도움으로 풀려난 이야기도 듣는다. 앙리에타가 존 메키보이와 사랑에 빠지자, 폭력적인 아버지이자 러섹은 존 메키보이와 싸우다 죽어 버린다. 이후, 몰라보게 변한 안나와 재회를 하고, 러섹 부인이 어린 시절 쌍둥이를 키운 트위그 부인이며, 앙리에타 또한 앤드루의 자식임이 드러난다. 이 모든 이야기 도중에 우리의 주인공은 황당하게 잃어버린 몰든을 황당한 방법으로 되찾는다.

이상이 3부의 끝이며, 뒷 이야기는 4부에서 간략하게 정리된다.
존 메키보이와 앙리에타가 결혼하고, 조안 토스트는 그녀의 사회병을 숫총각이던 우리의 말라깨이 주인공에게 물려주는 관계를 갖고 세상을 떠난다. 벌링검은 원주민에게로 돌아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지만, 안나는 그의 아이를 낳아 에브니저와 함께 키운다. 1709년 런던으로 보내진 에벤의 시집 '연초 도매상'이 우여곡절 끝에 출간된다. 1732년 봄 예순 여섯의 나이에 우리의 주인공은 아버지 곁으로 떠나고, 메릴랜드의 그 습지는 계관 시인이었던 신사 에브니저 쿠크 이후 단 한 명의 시인도 배출하지 못했다는 서술과 함께 이 소설은 끝난다.

엄청난 분량의 코메디 대서사시~ 역사 패러디~
웃음 뒤에 감춰진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침략사 등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데, 이 책을 읽는내내 만약에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이것을 어떻게 스크린으로 옮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론은 불가능~ 만약에 이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길 수 있는 시나리오 작가나 영화감독을 만난다면 그곳이 어디라도 찾아가서 큰 절을 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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