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의 역사 1 - 로마 제국부터 천 년까지
필립 아리에스 외 책임편집, 폴 벤느 엮음, 주명철 외 옮김 / 새물결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개개인의 사생활史를 기반으로 문화를 이야기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다양한 조각품들 미술품들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인류역사의 사생활 판! 이를테면 표지의 그림은 2,000년 전 작품으로 폼페이에서 발견된 부부의 초상화이다. 파이윰(Fayoum) 양식이라 불리는 이 작품 속 부부를 보고 있노라면 곧 어색한 느낌이 사라진다. 이 부부는 결코 대상이 아니다. 이들도 우리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우리의 존재가 자연스럽듯이 이들도 자신을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 그림 속 부부는 어떤 몸가짐을 일부러 취하거나 남을 흉내내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초상화를 그릴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있었을 것이다. 책과 서판, 첨필을 들고 있는 이들은 결코 사치스러워 보이지 않을만큼 자연스럽다. 이들은 특권층이 아니면 그저  책을 사랑하고 있다. 이 부부는 시민인가 귀족인가? 어쨌거나 그들은 고상한 사람들이다.

이렇게 작품 하나하나를 기준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재미도 있고, 소장할만한 가치도 높은 그런 책이다.



제 1권은 카이사르와 아우구스투스부터 샤를마뉴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콘스탄티노폴리스의 콤네노스 왕조가 수립될 때까지의 시기, 즉 800년에서 1,000년 정도 되는 시기의 사생활을 다루고 있다.

어째서 로마인들로부터 시작하는가? 왜 그리스 사람들로부터 시작하지 않는가?
어째서 로마인들인가? 이들의 문명이 근대 서양의 기초가 되었기 때문에? 과연 그럴까. 근대 서양의 기초가 로마 문명일까(기독교, 기술 공학, 인간의 권리가 다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기초이다). 문명의 기초라는 주제에 대한 토론이 결국 정치적 또는 교육적 저의가 가득한 객설만 늘어놓은 것으로 귀착되지 않으려면 이 기초라는 단어에 정확하게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한단 말인가. 어쨌든 벼락 출세자들이 자기네 혈통에 대해 갖는 환상을 강화시켜주는 일이 역사가의 사명일 필요는 없다.

타인을 향해 떠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학은 우리가 우리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것은 우리를 둘러싼 경계들 내에서 우리를 확인해주는 기능 못지않게 정당한 역사학의 기능이다. 로마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우리와 달랐다. …이것이 바로 로마인들로부터 시작한 첫번째 이유였다. 어떤 차이를 주의깊게 보려고 하는 것이지 벌써 미래의 서방 세계가 모양을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1권은 우선 이 제국, 말하자면 어떤 사람은 로마 제국이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리스 제국이라고 부를 이 제국의 사생활을 다루고 있다. 사라진 과거의 제국, 이것이 우리 이야기의 토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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