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5
황석영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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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완독 프로젝트(?) 때문에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집에는 이 책의 내용이 거의 수록된 단편집이 또 있다.
시리즈 세 권으로 구성된 창작과 비평사의 황석영 중단편전집을 보면 '종노'를 제외하고, 여기에 수록된 8편의 단편이 그대로 실려있다. 특히 창비 황석영 단편집 두번째 권(삼포가는 길)에는 '밀살', '삼포 가는 길', '돼지꿈', '야근' 등 4편이나 중복 수록되어 있다.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나와 시중에 유통 중인 두 책인 걸 생각하면 다소 황당하다.

물론 내용면에서는 다시 한 번 훑고 지나간 제법 쓸만한 단편집이라 생각된다.






1.돼지꿈 - 고물상 강씨는 기분이 좋다. 죽은 개 한 마리를 얻었으니 이를 어떻게 해 먹을까 즐거운 고민이다. 집에 와보니 일수 영감 돈을 챙겨 가출했던 의붓딸 미순이가 임신한 몸으로 귀가해 있다. 이것은 부부싸움으로 번지고, 부부는 딸 때문에 고민에 빠지지만 결코 좌절하지는 않는다. "언제는 돈 있어서 살았냐, 속아서 살았지."
개 한마리로 동네 잔치를 하는 동안, 미순이 오빠 근호는 공장에서 손가락을 잘리고 그 보상금으로 포장마차에 앉아 술을 마신다. 개발독재 시절, 공돌이와 공순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들려온다. "나도 일본말이나 배웠다가, 본사에 가봤으면.", "우리 같은 건 본사 직원 근처엔 얼씬 두 못 해. 검사과에 있는 미스 박이라고 훌쭉한 애 있잖아. 와다나베인다, 오리바신가 하는 꼰대하구 살림 차렸대." 
근호는 술을 마시고 남은 보상금을여동생 결혼 지참금 하라며 어머니에게 건낸다. 근호가 가사를 잘 모르는 팝송 "뷰티풀 선데이 악악"만 반복적으로 불러대는 장면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2.몰개월의 새 - 파월 장병 훈련소인 특교대 근처 갈매기집엔 미자란 창녀가 있다. 미자는 내일모레, 당장 떠나는 군인이라도 그가 사람 좋게 보여지면 능동적인 애정을 보였다. 사랑을 받기보다 주려는 사람은 언제나 떳떳하고 자유롭다. 미자는 <나>에게 김밥을 싸들고 면회오기도 했고, 담배 한 갑을 주기도 한다.
병사들이 떠나는 날, 몰개월의 여자들은 트럭에 조그맣고 하얀 선물을 던진다.
나는 승선해서 손수건에 싼 것을 풀어 보았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오뚜기 한 쌍이었다. 그 무렵에는 아직 어렸던 모양이라, 나는 그것을 남지나해에 던져 버렸다. 그리고 작전에 나가서야 비로소 인생에는 유치한 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서울에서 두 연인들이 헤어지는 장면을 내가 깊은 연민을 가지고 소중히 간직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자는 우리들 모두를 제것으로 간직한 것이다. 몰개월의 여자들이 달마다 연출하던 이별의 연극은, 살아가는 게 얼마나 소중한가를 아는 자들의 자기 표현임을 내가 눈치챈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몰개월을 거쳐 먼 나라의 전장에서 죽어간 모든 병사들이 알고 있는 일이었다.

3.철길 - 탈영 및 살인죄의 병사 호송 과정의 이야기
4.종노 - 자기 성도 모르는 동이 노인이 자신의 정체성에 눈떠가는는 이야기
5.밀살 - 소도둑
6.야근 - 노동 착취
7. - 명분 없는 전쟁
8.삼포 가는 길 - 세 사람에게도 헝클어진 실타래와 같은 자신들의 삶을 한 가닥 한 가닥 차분히 풀어갈 안식처가 필요하고 마침내 그들은 그곳으로 회귀해야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러한 안식처로의 귀향길에서 그들은 우연히 만나게 된다. 여자로서의 삶으로서는 그야말로 밑바닥이라 할 작부 백화. 도대체 삶의 질적 측면은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먹고살아야 한다는 현실만이 무섭게 짓누르는 막노동자 영달과 정씨. 이들에게 삶은 무엇인가?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한 출생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는 더욱더 무관한 현실적 삶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밑바닥 인생... 이것이 그들 세 사람의 인생인 것이다. 과연 삶이란 것이 무엇이기에 이들은 이토록 힘겨운 삶을 연명해야 하는 것일까? 사람이 산다는 의미를 생각해 볼 때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물질적 측면이요 다른 하나는 정신적 측면이다. 이 중 어느 하나가 부족하다면 그 삶이 행복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요소가 균형을 이룬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지 않던가. 그렇다면 어느 한 쪽만을 택해야할 것인 데 선뜻 어느 쪽만을 택하기 어렵다. 그러나 소설 『삼포 가는 길』의 세 사람은 이러한 삶의 두 측면을 견주어 선택할 여유조차 없지 않은가. 그것이 바로 70년대 우리의 현실이었던 것이다. 70년대는 어떠한 시대였던가? 낙후된 우리의 경제를 일으키는 것이 우리의 지상과제였고 우리에게 진정한 삶이란 것 자체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다는 것은 크나큰 사치에 불과했던 시대가 바로 70년대였다.

9.객지 - 이 소설은 서해안의 한 간척공사장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이 공사장에는 이미 한차례의 파업이 일어났었고 그로 인해 인부 몇십명이 쫓겨나게 된다. 채무 때문에 맡긴 소지품들을 찾지 못해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속에서 새인부들이 등장한다. 이동혁은 대처에서 온 사람으로 기술도 없고 땅도 없는 하지만 뭔가 영웅적인 기질이 보이는 사람이다. 임금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을 뿐더러 결국에는 빚밖에 남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어떤 사람이든 빚에 묶여 공사판을 뜰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직접 힘든 공사일을 하면서 공사장의 부조리한 현실을 차차 알아가며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하는 일은 내가 느끼기에도 하루하루가 고역인 반복되고 지루한 지칠대로 지친 일상의 나열이었다. 그리고 그들이 받는 대우를 보면서 참을 수 없는 치욕감과 모욕감을 느꼈다.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그들은 그 힘든 상황에서도 하루하루를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갔다. 적어도 이동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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