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모를 뿐 - 숭산 대선사의 서한 가르침
현각스님 엮음 / 물병자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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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내가 '숭산'이라는 큰 스님의 존재를 재인식하게 된것은 얼마전에 읽은 묘지스님(뉴욕 조계사 주지)과 관련된 글 때문이었다.
그리고 수년 전부터 언론을 주목을 받기 시작한 벽안의 스님 현각을 통해서 였었다. 당시에 현각은 어떤 존재든 가장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그만한 말이 없다며 그가 마음에 새겨두는 경구 '오직 모를 뿐'을 이야기 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너 자신을 알라'하는 소크라테스에게 버릇 없는 제자 한 명이 '스승님은 자신을 아시느냐'고 물었을 때, 소크라테스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내가 모른다는 걸 잘 안다'고 대답을 했다며 많은 생각거리를 주었었다.
농부의 웃음을 서울대나 하버드대 교수들은 알 수 없을 것이라며, 모르는 마음 자체가 '참 나'를 찾는 길이라고 덧붙였었다.
그리고, 이것이 현각이 숭산 스님으로부터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나 또한 현각의 노력을 통해 숭산 스님의 가르침을 간접적으로 학습하게 되었다.



▲ 생전의 숭산스님과, 현각 스님(오른쪽 사진 중앙)이 숭산 스님의 법구가 놓인 연화대에 불을 붙이고 있는 모습


이 책은 2004년 입적하신 숭산 큰 스승님이 생전에 제자들과 주고받은 고민과 해답의 서신들을 엮은 것이다.
그런데, 고민을 써보낸 제자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보통 제자들이 아니라 푸른 눈을 가진 벽안(碧眼;blue eyes)의 제자들이다.
깨달음을 원하는 다양한 고민의 편지들에 정곡을 찌르는 답신들이 은은한 감동을 준다. 어떠한 고통에 놓여져도 선문답식으로 'Only don't know '를 시처럼 적어 보내던 숭산 스님의 편지가 철저한 번역을 통해 우리 손에 쥐어진 것이다. 그 어떤 고민 앞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게 하는 명답으로 '오직 모를 뿐'이다. 나도 부처도 그저 아무 것도 없는 마음... 그 마음의 편지들이다.

숭산 스님이 입적하신 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현각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쑹산 쓰승님을 만나게 된 이후, 쓰님의 가르침을 따를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 유럽·미국 등 각 나라로 최선을 다해 쓰님의 가르침을 전달했습니다. 그 결과 우리는 크게 커뮤니티를 확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함께 공부한 것이 영광스럽습니다. 쓰님의 가르침을 따라 항상 마음을 닦고 제도하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우울한 편지를 보낸 매기에게 쓴 답장 중, 맑은 마음, 청정심을 이야기 하는 부분이었다. 어느 순간, 강도를 만났을 때 두려움 없이 바로 그 청정심을 갖고 그를 대하면 오히려 강한 동정심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강도가 느끼게 되어 그 강도에게 언젠가는 바른 길이 무엇임을 가르쳐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시였다.

모든 책을 읽고 그 책의 내용을 나의 것으로 가질 수 없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나는 청정심에 대한 많은 생각으로 자정을 맞으려 한다.
청정심, 오직 모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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