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8
윌리엄 포크너 지음, 이진준 옮김 / 민음사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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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은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은데,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은 한 번 읽으면 쉬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 같다.
일면 시적이라 느낌이 좋은 그, 남자, 여자, 그녀로 반복되는 인칭대명사의 남발은 번역에 조금이라도 오류가 생기면 읽기 힘들어거나 내용파악에 혼선이 올 만큼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다 일고 나니 별 것 아닌데도 그의 문체가 상황인식을 상당하게 불편하게 했던 것 같다.
 
 
내용은 샘터에서 포파이와 마주친 변호사 호러스 벤보와 건달 포파이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포파이를 따라 그들만의 성역(?)으로 들어서는 벤보는 이상한 분위기에서 이상한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건달 남편 리 구드윈을 향해 "나쁜새끼"를 남발하는 창녀 출신의 루비 라마, 성을 알 수 없는 그나마 친절한 토미와의 만남 그리고 이별...
 
아흔살의 시대고모와 미스 제니와 살고 있는, 열살된 아들이 있는 과부 나르시사는 벤보의 여동생이다.
나르시사에게는 젊은 대학생 애인이 있는데, 가우언 스티븐스라 한다.
 
클럽 무도회에 가우언 스티븐스와 동행하는 다리가 예쁜 그녀의 이름은 템플 드레이크...
템플과 함께 드라이브를 하던 가우언은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3년째 술을 사 마시던 밀주업자인 리 구드윈의 집에서 하루 밤을 묵게 된다.
루비는 템플에게 첫사랑 프랭크를 쏘아죽인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버지는 프랭크를 총으로 쏜 후에 그녀에게 "갈보년!"이라 말했던 비극의 추억을 들려준다. 이는 1920년대 미국 가부장 사회를 표현하는 일례이다. 나중에 그녀가 변호사 벤보에게 "전 항상 신은 남자라고 생각했어요."(370쪽)라고 하는 장면과 함께  남성중심의 사회를 확실히 보여준다. 루비는 구드윈의 폭언과 폭력 속에 살면서도 의지하는 것이 이 소설에서 그녀의 역할이자 윌리엄 포크너의 시대를 바라보는 눈인 것이다.
아울러 성불구자인 포파이가 비겁자 가우언의 도망 뒤에 혼자 버려진 템플을 옥수수 속대로 능욕하고 창녀로 만들어 버린 후에, 아이러니컬 하게도 포파이에게 길들여져 가는 템플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한다. 함꼐 춤을 추면서 템플은 포파이의 팔을 애무하며 "아빠!"라고 부른다. 자신의 인생을 망친 쓰레기 같은 놈에게 아빠라니 세상에... 여기서 템플은 판사인 아버지를 포파이와 동일한 억압자로 표현하는 것이고, 이러한 스토리들이 이 소설을 읽으며 나를 우울하게 한 사연들이다.
토미를 죽인 것도 모자라 창녀촌에서 템플의 섹스 상대가 되도록 한 레드마저 질투에 눈이 멀어 살해하는 포파이는 이 소설에서 최고의 악당이지만 경찰은 구드윈을  살인범으로 지목하고 잡아간다. 처음 등장이후, 이 사건의 진실을 찾으려 노력하는 정의의 사도호러스 벤보 변호사는 그 헌신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템플의 거짓 증언에 의해 구드윈의 누명을 벗기지 못한다.
분석가들이 "포크너의 '성역'은 미국 사디즘의 최고의 예다."라고 했듯이 윌리엄 포크너는 참으로 잔인했다. 하지만 포크너는 표현들을 완곡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잔인한 장면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면서 완곡하게 표현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읽는 이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때문에 나는 읽다가 앞페이지로 넘어가 다시 읽곤 했었다.
 
윌리엄 포크너의 말대로 이 소설은 그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무시무시한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다.
 
또한 이 소설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된 사실 하나...
1929년 사토리스라는 작품 이후로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의 배경이 되는 요크나파토파 군(중심은 제퍼슨 읍, 기타 지역은 올드프렌치맨과 같은 촌락으로 이뤄진 공간)은 가상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읽은 그의 소설에서 배경이 된 제퍼슨이 생각났다.
 
19세기 말, 미시시피주 뉴올버니에서 태어난 작가의 출생 배경상 마크 트웨인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깜둥이'묘사가 자연스럽게 묘사되는 것도 그 소설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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